기존 사옥 매각해 자금 조달 계획, 상업용 부동산 시장 침체 변수…NC “비용 마련 큰 문제 없어”
NC는 지난 4월 신사옥 기공식을 열었다. 신사옥의 명칭은 ‘글로벌 RDI 센터’다. RDI는 ‘Research(연구), Development(개발), Innovation(혁신)’의 약자다. NC의 신사옥 건설 목적은 업무 효율성 증대 및 안정적 업무 공간 확보다. NC의 현재 본사는 서울시 강남구에 위치한 엔씨타워1이다. 그러나 대다수의 NC 직원은 경기도 성남시 판교 R&D센터에서 근무하고 있다. 판교 R&D센터의 수용 인원은 3000명 수준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NC의 총 직원은 지난 3월 말 기준 4947명이다. 이 때문에 일부 NC 직원은 판교 R&D센터 인근 다른 건물에 흩어져서 근무하고 있다. 신사옥이 완공되면 모든 NC 직원이 한 건물에서 근무할 수 있다.
문제는 신사옥에 투입되는 비용이다. NC는 신사옥 부지 매입에 4300억 원, 건설에 5800억 원 등 총 1조 원 이상을 지출할 예정이다. 문제는 NC는 2020년 신사옥 부지 매입 계약 당시와 현재의 상황이 다르다는 점이다.
2020년 당시 NC의 실적은 상승세를 보이고 있었다. 하지만 4년이 지난 현재, NC를 둘러싼 분위기는 예전 같지 않다. NC의 실적은 최근 급격하게 하락했다. NC의 매출은 지난해 1분기 4788억 원에서 올해 1분기 3979억 원으로 16.89% 줄었고,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816억 원에서 257억 원으로 68.49% 감소했다. NC는 올해 2분기에도 부진한 실적을 거둔 것으로 전해진다.
김소혜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NC는 올해 2분기 72억 원의 영업손실을 거둔 것으로 추정한다”며 “신작 관련 비용이 증가하는 가운데 기존 게임 매출 하락이 이를 상쇄하지 못해 분기 영업손실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실적 부진이 이어지자 NICE신용평가는 지난 5월 NC의 신용등급을 ‘AA/안정적’에서 ‘AA/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신용등급이 하락하면 그만큼 대출 금리는 상승한다. NC 입장에서는 자금 조달에 부담이 될 수 있는 부분이다. NC가 보유한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지난 3월 말 기준 2338억 원이다.
김나연 NICE신용평가 책임연구원은 NC에 대해 “모바일 게임 시장이 위축되는 가운데 리니지 지식재산권(IP)을 활용한 모바일 게임의 매출 하향세, 주요 신작 공백 및 흥행 부진 등으로 2024년 내 매출 성장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며 “영업활동 현금 흐름 약화와 더불어 비경상적인 자본적지출(CAPEX)로 인해 중단기적으로 이전대비 잉여 현금창출 규모가 감소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자금 조달이 어렵다면 보유 자산을 매각해 현금을 마련하는 방안도 있다. 실제 NC도 부동산 매각을 통한 유동성 확보를 추진 중이다. 박병무 NC 대표는 지난 5월 1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연내 삼성동 엔씨타워1을 매각해 신사옥 건축 비용을 충당하려 한다”며 “추가 검토에 따라 판교 R&D센터도 유동화를 거쳐 더 이상 부동산 자산이 늘어나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NC는 엔씨타워1과 판교 R&D센터의 합산 장부가는 2300억 원이지만 시가는 1조 원 수준으로 보고 있다. 문제는 엔씨타워1 매각 성공 여부다. NC는 이미 신사옥 공사를 시작한 만큼 당장의 공사비용이 필요하다. 그러나 상업용 부동산 시장은 최근 활기를 찾아보기 어렵다. 시간이 쫓기면 제값을 받기 어려워진다.
KB금융연구소는 지난 6월 보고서를 통해 “올해 1분기 상업용 부동산 거래 건수는 1만 1000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6%, 2021년 고점 대비 54.2% 감소했다”며 “금리 인하, 공급 감소 등 여건 개선이 기대되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등 불안 요인이 상존해 적극적 투자가 어려운 상황이 지속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NC는 재무 개선을 위한 구조조정도 추진하고 있다. NC는 권고사직과 분사 등을 통해 본사 직원을 4000명 중반대로 줄일 계획이다. 박병무 대표는 지난 5월 임직원들에게 “대규모 조직개편에 따라 기능상 축소가 있던 조직, 중복 기능으로 인해 통폐합된 조직, 기존에 진행된 구성원 평가 등을 기반으로 권고사직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NC는 권고사직 계획을 밝힌 가운데 사업부 분할 매각설까지 나돌아 내부적으로 뒤숭숭한 분위기다. NC는 오는 10월까지 QA(품질보증) 서비스 사업부문과 응용소프트웨어 개발·공급 사업부문을 신설 법인으로 분할할 예정이다. 일각에서는 NC가 해당 사업부문을 분할한 후 매각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NC는 법인 분할에 대해 구조조정이 아닌 사업 전문성 제고가 목적이라는 입장이다.
NC 노동조합 ‘우주정복’은 소식지를 통해 “경영진은 절대 나쁜 의도가 없다고 하지만 웹젠의 비트나 크래프톤의 레드사하라 등 분사 후 사라진 회사가 수없이 많다”며 “회사는 직원들이 불안감을 느낄 것이라고 말하면서도 그에 대한 대책은 단 하나도 밝힌 내용이 없다”고 지적했다.
NC는 삼성물산, 미래에셋자산운용, 대한지방행정공제회 등과 컨소시엄을 이뤄 신사옥 부지를 매입했다. 신사옥 부지에는 현재 두 개 동의 건물이 지어지고 있다. 한 동은 NC의 신사옥, 나머지 한 동은 임대용으로 활용될 계획이다. NC는 신사옥에 대한 권리만 있고, 임대용 건물에 대한 권리는 나머지 컨소시엄 참여 업체들에게 있다. NC는 계약에 따라 완공 후 10년 동안 성남시 허가 없이 신사옥을 매각할 수도 없다.
일부 NC 주주들은 올해 초 신사옥 건설 연기를 요청하기도 했다. 신사옥보다 사업 경쟁력 확보가 우선이라는 이유에서다. 문준기 베어링자산운용 연구원은 지난 2월 컨퍼런스콜 당시 NC에 “NC가 보유한 현금을 인수합병(M&A)이나 주주환원 같은 방향으로 사용하지 않고, 5800억 원짜리 신사옥을 건설하는 것이 납득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NC 측은 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엔씨타워1 매각도 입지가 좋은 만큼 낙관적으로 보고 있다. NC 관계자는 “유동성 자산 등을 고려했을 때 건설비용에 대한 큰 우려는 없다”며 “회사의 기본적인 체질이나 경쟁력을 키우겠다는 의도로 봐주면 좋을 것 같다”고 밝혔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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