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환 방식·일정 수사지휘 포함 여부 논란…“어떻게든 하나의 목소리 보여줬어야”
사상 초유의 일들이 연속적으로 벌어진 탓이다. 2020년 10월 당시 법무부 장관(추미애)은 검찰총장(윤석열)이 본인의 배우자 사건에 관여해서는 안 된다는 이유로 수사지휘권을 박탈했고, 이후 현직 대통령 영부인이 피의자가 돼 검찰 조사를 받게 됐다. 모두 처음 있는 일들이다.
이에 따라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은 4년째 검찰총장의 지휘권이 배제돼 이원석 검찰총장은 아무런 보고를 받지 못하고 있지만 디올백 수수 의혹 사건에 대해서는 지휘권이 존재한다. 검찰총장의 수사지휘권 박탈이 또 다른 갈등의 씨앗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대목이다.
#서울중앙지검 “수사지휘권 없어 사후보고”
서울중앙지검 이창수 지검장 등은 검찰총장의 수사지휘권 배제를 사후보고 이유로 설명한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에 대해선 검찰총장의 지휘권이 없는 상태라, 조사 사실을 뒤늦게 보고할 수밖에 없었다는 입장이다.
김건희 여사를 소환 조사한 날,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사건을 먼저 조사한 뒤 디올백 수수 의혹 사건 수사가 시작되자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이 이원석 총장에게 뒤늦게 보고했다고 밝힌 이유다.
실제로 수사지휘권이 박탈된 사건의 경우 검찰총장은 지시를 내릴 수 없다. 수사팀이 독립적으로 수사해 처리 결과만 보고하면 된다. 이원석 검찰총장도 이를 잘 알기에 7월 16일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관련 기자들의 질의에 “이 부분은 제가 수사지휘권이 배제된 상황이라 따로 말씀드리지 않겠다”고 말을 아낀 바 있다.
이원석 총장은 수사지휘권 복원을 시도했다. 김 여사 조사 전인 이달 초 박성재 법무부 장관에게 구두로 지휘권 복원을 요청했다고 한다. 하지만 법무부는 복원 요청 또한 지휘권 행사에 해당한다며 거절했다.
#3시간 후 보고와 디올백 수사지휘권
서울중앙지검 수사팀 검사들이 7월 20일 김 여사를 상대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조사를 마친 시간은 오후 7시 30분 정도라고 한다. 이후 곧바로 이 지검장 등 지휘부에 명품가방 수수 의혹 조사 시작 사실을 보고했다고 한다.
하지만 대검찰청의 입장은 조금 다르다. 이 지검장이 이원석 검찰총장에게 보고한 시간은 20일 밤 11시 16분으로, 수사팀이 보고했다고 밝힌 시각으로부터 3시간 30여분이 지난 후다. 3시간 넘게 차이가 있는 것이다.
이창수 지검장이 이원석 검찰총장과의 22일 대면보고 때 했다는 해명과도 조금 다르다. 이 지검장은 “조사 장소인 경호처 부속 청사가 통신이 제한돼 검사들이 휴대전화를 사용하지 못했고, 중앙지검 지휘부와 실시간 소통이 어려웠다”는 취지로 해명했다고 한다. 이후 수사팀 검사들은 이 지검장에게도 ‘검찰총장 보고’가 지연된 것에 대해 항의하며, 이 지검장과의 오찬 제안도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검 감찰 포인트는 무엇
대검찰청 감찰부가 3시간 30분 늦어진 보고를 이유 삼아 수사팀과 이창수 지검장을 상대로 진상 파악을 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대목이다. 또,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사건의 경우 소환 조사 여부와 일정과 장소가 수사에 포함되는지 여부나 별개의 사건(디올백 수수 의혹 사건)이 함께 존재할 경우 소환조사 여부와 일정·장소를 사전에 보고해야만 하는지 등을 따져봐야 한다는 전망이 나온다.
검사장 출신의 한 변호사는 “이번 논란에 있어 쟁점이 되는 지점은 소환 방식과 일정도 수사에 해당한다고 볼 것이냐 여부”라며 “검찰 조직 운명이 달려있는 현직 대통령 영부인의 소환 일정과 장소는 ‘수사’라고 해석해 수사지휘권이 없다고 판단해도, 현직 대통령 영부인에 대한 조사라면 ‘수사보고’ 정도는 해야 한다고 볼 수 있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다른 차장검사 출신의 한 변호사도 “두 개의 사건 중 한 개의 사건에 대해서만 수사권이 박탈된 것 아니냐”며 “나머지 사건의 경우 검찰총장의 수사지휘권이 명백하게 살아 있는데 소환 일정이나 장소를 사전에 보고하지 않은 것은 누가 봐도 ‘선을 넘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앞선 검사장 출신 변호사도 “소환 일정이나 장소, 조사 방식에 대해 서울중앙지검이 검찰총장을 상대로 어떻게든 설득을 해서 내부적으로 의견을 모았어야 한다”며 “공개 소환이 어렵다면 그 과정에서 이뤄진 소통을 보고해 어떻게든 검찰이 하나의 목소리와 행동을 보여줬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이원석 총장은 수사 지휘권 배제를 고려하더라도, 현직 대통령의 부인 소환조사라는 사안의 민감성을 고려할 때 대검에 조사 일정조차 사전에 보고되지 않은 사실에 대해 강하게 의견을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원석 검찰총장도 29일 언론에 배포한 입장문을 통해 “검찰총장은 김 여사에 대해 규정에 따라 비공개 검찰소환을 지시했고 사과를 받도록 지시한 사실이 없으며 오히려 검찰이 다룰 문제가 아니므로 관여하지 않도록 지시했다”고 각종 의혹들에 대해 여야 정치권에서 나오는 각종 ‘설’들에 대해 선을 그었다.
#임기 1달 보름여 남은 이원석, 살아있는 권력은 이창수?
이원석 총장 지시로 대검 감찰부에서 진상 파악을 벌이고 있는 상황이지만 이원석 총장의 임기가 45일 정도밖에 남지 않아,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 등에 대한 진상 파악이 제대로 된 징계로 이어지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앞선 차장검사 출신의 변호사는 “대통령이 차기 검찰총장 인사를 하는데, 김건희 여사 조사를 진행한 이창수 지검장에 대해 징계 등을 할 검찰총장을 임명할 리가 있겠느냐”며 “결국 이원석 총장이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하기 위해 절차적 명분을 강조하는 것이지만 차기 총장 입장에서는 긁어 부스럼이기에 건드리려 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환한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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