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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4월 1일 광주월드컵경기장에서 강원FC와 광주FC의 경기가 있었다. 강원FC GK 송유걸이 선방하고 있다. 사진제공=강원 FC |
# 스트레스를 풀어라!
축구 감독은 스트레스에 직접적으로 노출되는 직종이다.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고액 연봉, 멋들어진 맞춤 정장 드레스코드까지 맞물리면서 겉으로 보는 이미지는 대단히 화려하지만 속은 항상 타들어간다.
크고 작은 속병은 기본이고 만성 소화불량에 시달린다. 그나마 제자들이 스승이 원하는대로 잘 따라주면 문제없지만 정 반대의 경우라면 사정은 달라진다. 치열한 승부의 세계에서 성적은 곧 계약 연장을 의미한다. 결국 자신의 미래조차 보장받을 수 없다는 의미다. 하물며 그룹A가 아닌, 그룹B에서 강등권을 가려야 한다면 입장은 더욱 서글퍼진다.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법은 제각각이다. K리그가 거친 승부사들의 세계인지라 술과 담배는 빠질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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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학범 감독 |
그의 집무실에는 시커멓게 그을린 재떨이가 항상 비치돼 있다. 김 감독은 “술도 잘 마시지 못하는데, 담배마저 피울 수 없다면 정말 힘겨울 것”이라며 당분간 금연할 생각은 없다고 잘라 말한다.
최만희 감독은 ‘무조건 방콕’을 즐긴다. 일단 편안한 휴식을 취해야 다음 날 업무에 차질을 빚지 않는 타입이다. 조용한 자택에서 복잡한 생각 없이 쉬는 게 최 감독의 유일한 낙이다. 김 감독과 마찬가지로 술을 거의 입에 대지 못한다. 친지, 지인들과 식사 자리를 하더라도 반주를 곁들이는 정도. 따라서 ‘부어라 마셔라’ 하며 밤샘 음주 파티의 기억은 없다. 철저한 자기관리의 대표적인 유형이다.
시즌 막바지에 돌입하며 광주와 강원은 유력한 꼴찌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이는 요즘 들어 해당 사령탑들의 스트레스가 훨씬 심해지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성적도 내고, 제자들도 다스려야 하는 데다 스스로까지 다독여야 하는 삼중고. 여간 고역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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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만희 감독. 사진제공=광주 FC |
사실 김학범 감독과 최만희 감독은 K리그를 대표하는 베테랑 사령탑들이다. 명성은 그리 높지 않아도 자존심과 자부심으로 ‘명장’ 타이틀을 얻은 지금에 이르렀다. 성적에 대한 부담이야 요즘과 썩 다를 바 없으나 전혀 다른 의미의 부담감이었다. 올해처럼 하부리그로 강등될까봐 우려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우승 트로피를 놓칠까 걱정하는 처지에 가까웠다.
김 감독은 성남 일화를 대표하는 승부사였다. 실업축구 국민은행 코치와 1996 애틀랜타올림픽 대표팀 코치를 거쳐 1998년부터 2004년 말까지 성남에서 수석코치를 역임했다. 2005년부터 2008년까지 성남 지휘봉을 잡았고, 중국 슈퍼리그 허난전예를 맡았다가 올해 여름 강원의 소방수로 등장했다.
최 감독도 비슷한 과정을 거쳤다. 흥미로운 것은 대개 감독들이 다시 코치로 돌아가는 걸 꺼리는 데 반해 최 감독은 그렇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2000년부터 2002년 초까지 전북 현대를 이끌었던 그는 2002년 11월부터 2004시즌까지 부산 아이파크 수석코치를 지냈고, 이후 부단장을 거쳐 2005년 1월부터 2010년 여름까지 수원 삼성 2군 감독으로 활동했다. 광주 지휘봉을 잡은 것은 2010년 11월부터.
이들이 거쳐 온 팀들만 보면 느낄 수 있다시피 사실 둘은 ‘호통형’ 지도자의 대표적 유형이었다. 최대한 강하게 선수들을 조련해 최상의 성과를 올리는 타입이었다. 그리고 그렇게 해야만 했다. 하지만 요즘의 둘은 예전과는 천양지차다. 예전에는 이성의 리더십만 있었다면 극심한 성적 부담에 시달리는 최근에는 감성의 따스함도 가미했다. 예전에는 간단한 회식 메뉴조차 일일이 감독이 챙기고 정했다면 올해는 철저하게 선수단에 맞췄다. 이름값이 높고 출중한 선수들이 드물고, ‘좋은 성적’을 내는 것이 이변으로 비칠 정도의 얇고 약한 스쿼드이기에 마냥 윽박(?)지를 수 없다는 현실적인 판단이 섰다.
성남에서도 활약하며 현재 스승과 한솥밥을 먹었던 강원 공격수 한동원과 심영성은 “성남에서 느끼고 경험했던 (김학범) 감독님이 아니다. 예전과 같으면 싫은 소리를 하실 만한 상황이지만 요즘은 통 그런 게 없어 서운할 지경이다. 칭찬도 많아졌고, 모든 부분을 세밀하게 선수단에 맞춰주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이에 김 감독은 “완성된 선수들이냐, 성장을 바라보는 선수들이냐의 차이다. 성남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멤버들만큼 크게 대성할 선수들이 많지만 당장의 기량은 조금 부족할 뿐이다. 방식을 달리해야 했다”고 설명했다.
최 감독도 “처음에는 (추락하는 성적에) 조급하고 답답하기만 했는데, 나와 코치들 못지않게 선수들도 엄청난 부담을 갖고 있다는 걸 알고 있다. 어떤 선수들이 강등이라는 수모를 겪고 싶겠나. 특히 광주는 젊은 스쿼드로 가득하다. 가급적이면 싫은 소리를 덜 하려고 노력한다. 딱 훈련장과 경기장이 잔소리를 하는 유일한 장소”라고 설명했다.
남장현 스포츠동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