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품 판매대금으로 부동산·바이오·코인 등 투자 의심…갤러리K “더 많은 수익 창출 위해 투자”
복수의 갤러리K 전직 임원에 따르면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은 지난 6월 말 갤러리K 본사와 지점, 미술품 수장고 등에 조사관을 보내 세무조사 자료를 확보했다. 조사4국은 정기 세무조사가 아닌 비정기 특별 세무조사를 주로 담당한다. 비자금 조성이나 탈세 등 혐의가 있을 때 조사에 착수해 '기업 저승사자'로 불린다. 세무당국은 지난 7월 갤러리K 전·현직 임직원을 연이어 불러 조사를 이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갤러리K는 7월 5일 일요신문 보도로 사기 의혹이 불거졌다(관련기사 [단독] 아트테크 사기 또 터지나…‘연매출 600억’ 갤러리K에서 벌어진 일). 갤러리K는 미술품 구매자에게 연 7~9% 수익을 주고 3년 뒤 원금을 돌려주겠다는 계약을 올해 초부터 지키지 않고 있다. 제휴 작가에게도 약정한 작가료를 주지 않고 있다. 갤러리K는 '돌려막기' 방식으로 사업을 이어왔다는 의심을 받는다. 미술품 구매자가 계약에 따라 원금 반환을 요청하면 신규 고객을 유치해 돈을 지급하는 식이다.
갤러리K는 미술품 판매대금 일부를 미술과 관계없는 다른 사업에 투자해온 것으로 확인됐다. 일요신문 취재 결과 서울 동대문구 신설동 갤러리K 본사 건물엔 A 사 등 부동산업체 3곳과 바이오업체 B 사 등이 법인등기부상 주소지를 두고 있다. 부동산업체 A 사는 김정필 갤러리K 대표 아내 이 아무개 씨가 지분 80%를 가진 회사다. 김 대표 아내 이 씨는 A 사 사내이사도 맡고 있다. 바이오업체 B 사는 김 대표가 2023년 말까지 대표이사를 맡았다.
하지만 갤러리K 본사 우편함과 층별 안내도에 A 사와 B 사 등 사명은 적혀 있지 않았다. 해당 업체 법등기부에 주소지로 기재된 층은 미래전략실, 대표이사실 등으로 표시돼 있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올라온 갤러리K 감사보고서에도 A 사와 B 사 이름을 찾아볼 수 없었다. B 사가 2022년 2월 사명을 바꾸기 전 이름은 찾을 수 있었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갤러리K는 B 사에 빌려준 돈이 2022년 말 약 7억 원이었다. 2023년 말 0원으로 줄었다.
갤러리K 측은 A 사와 B 사 등에 갤러리K 자금이 흘러간 사실을 인정했다. 갤러리K 홍보팀은 "회사 수익 중 일부를 은행에 넣는 대신 또 다른, 더 많은 수익 창출을 위해 투자한 것"이라고 7월 10일 밝혔다. 일요신문은 갤러리K 홍보팀에 A 사 투자 내역이 감사보고서에 기재되지 않은 이유를 7월 10일 물었다. 하지만 8월 1일까지 답변은 오지 않았다.
부동산업체 A 사는 규모가 작지 않은 회사다. A 사는 올해 외부감사 대상으로 지정됐다. 직전 연도 자산이나 매출이 500억 원 이상이면 외부감사 대상이 된다. △자산 120억 원 이상 △부채 70억 원 이상 △매출 100억 원 이상 △종업원 100명 이상 등 4개 중 2개에 해당해도 외부감사 대상이 된다. 그런데 A 사는 외부감사인에게 재무제표를 제공하지 않아 올해 감사의견 '거절'을 받았다. A 사는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외부감사계약 체결 촉구를 받았지만 외부감사인을 선임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외부감사인이 강제 지정됐다.
국세청은 김정필 대표의 코인 투자, 해외 부동산 투자 등 자금 흐름도 포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직 갤러리K 관계자는 "미술품 임대는 수익이 안 되는 사업"이라며 "여러 미술품이 창고에 쌓여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짧은 시간에 큰 수익을 낼 다른 사업을 찾다 보니 사기를 당하고 손해가 계속 났다"고 귀띔했다.
갤러리K 미술품 판매대금 일부를 김정필 대표 개인이 챙긴 정황도 드러났다. C 씨는 갤러리K에서 2021년 1월 3억 5300만 원 상당 미술품 8점을 샀다. C 씨는 현금 대신 부동산(오피스텔 3채)으로 3억 5300만 원을 지불했다. 오피스텔 3채와 미술품 8점을 교환하는 방식이었다.
그런데 오피스텔 3채 중 1채만 갤러리K 명의로 소유권이 이전됐다. 오피스텔 2채는 김정필 대표 명의로 소유권이 넘어갔다. 김 대표는 이 중 1채는 2022년 5월 어머니 김 아무개 씨에게 증여했다. 김 대표는 소유권을 넘겨받은 나머지 오피스텔 1채는 2023년 11월 갤러리K에 1억 1750만 원에 팔았다.
김 대표 부모는 오피스텔을 증여받은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일요신문은 김 대표 아버지 김 아무개 씨를 7월 8일 만났다. 김 씨는 "오피스텔을 증여받았다는 이야기를 처음 듣는다"며 "아들이 하는 사업은 잘 모른다"고 말했다. 김 씨는 7월 9일 전화통화에서 "아내도 오피스텔에 대해 모른다고 했다"고 전했다.
갤러리K 측은 미술품 판매대금인 오피스텔이 김 대표에게 넘어간 경위에 대해 모호한 답변을 내놓았다. 갤러리K 홍보팀은 "법인 소유 오피스텔은 법인 미술품으로, 개인 소유 오피스텔은 개인 미술품으로 구매한 것"이라고 7월 10일 답했다. 일요신문은 갤러리K와 미술품 구매 계약을 맺은 C 씨가 김정필 대표 소유 미술품을 구매하게 된 경위, 갤러리K에서 김 대표 소유 미술품을 판매한 사례가 또 있는지 여부를 7월 10일 다시 물었다. 하지만 갤러리K 측은 8월 1일까지 답변하지 않았다.
C 씨는 계약에 따라 지난 1월 미술품 재판매를 요청했다. 하지만 갤러리K 측은 재판매 대금 지급을 계속 미뤘다. 결국 C 씨는 지난 5월 갤러리K를 사기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 갤러리K는 지난 6월 채무부존재 확인 소송으로 맞섰다. 갤러리K 측은 소장에서 "C 씨는 원고(갤러리K)와 미술품 8점에 관해 구매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미술품 일부가 김 대표 소유라는 언급은 소장에 없었다.
한편 갤러리K는 미술품 구매자들에게 경영난 원인을 여전히 밝히지 않고 있다. 구체적인 해명 없이 "경영을 정상화하겠다" "기다려 달라"는 말을 반복 중이다. 김정필 갤러리K 대표는 7월 8일 입장문에서 "장기적인 경기 침체와 임원진 경영 미숙으로 인해 회사 운영이 매우 어려운 상황"이라고만 했다. 김 대표는 그러면서 "긴축 경영 체제로 전환해 고객, 작가와 약속을 지키겠다"며 "경영책임을 지는 의미로 임원을 전면 해임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갤러리K에서 해임된 임원 중 일부는 부당해고라고 반발하며 노동청에 구제신청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표 등의 강권에 못 이겨 올해 초 미술품을 갤러리K에서 구매한 임원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갤러리K 한 전직 임원은 "그림을 강매해놓고 이제 와서 다 잘랐다"며 "직원들도 김정필 대표한테 속았다"고 주장했다.
남경식 기자 ngs@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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