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연속 적자 회사에 169억 투입…현대차그룹 “외부기관 지분 평가 거친 뒤 거래”
현대모비스는 지난 25일 중국 소재 해외 계열사 HTWO 광저우(HTWO guangzhou) 지분 15%를 현대차에 169억 9500만 원에 매각한다고 밝혔다. 거래일자는 오는 30일이다. 현대차가 현대모비스의 HTWO 광저우 지분을 매입해준 가격이 적절한지는 여부에는 일부 의문의 시각이 있다. 현대모비스는 2021년 HTWO 광저우의 지분을 152억 1400만 원에 취득했다. 이후 17억 8100만 원을 더 투입해 현재까지 투입된 자금은 169억 9500만 원이다.
자산 규모 3922억 1700만 원인 HTWO 광저우는 적자를 벗어나야 한다. 2021년 중국에 설립된 HTWO 광저우는 수소연료전지시스템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6월 공장이 준공됐고, 그해 HTWO 광저우는 348억 6800만 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339억 500만 원보다 적자폭이 확대된 수준이다.
현대차그룹은 현재 중국에서 고전하고 있다. 지난해 현대차는 사상 최대 실적에도 중국에서 역성장을 했다. 현대차의 중국 내 점유율은 2020년 2.3%, 2021년 1.8%, 2022년 1.2%, 2023년 1.1%로 매년 축소되는 양상이다.
중국 시장 개척에 어려움을 겪는 이유로 중국인들의 자국민 제품을 애용하는 애국소비가 거론된다. 현대차는 2016년 중국시장에서 차량 113만 대를 판매했지만 사드 갈등을 겪으면서 지난해 25만 대 정도밖에 팔지 못했다.
향후 중국 시장 내 현대차그룹의 입지 확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이 때문에 현대차그룹의 중국 철수설이 꾸준히 등장하기도 한다. 실제 현대차그룹은 중국시장에서 공장을 매각하고 있다. 지난해 중국 합작법인 베이징현대는 충칭공장을 매각했다. 2021년에는 베이징 1공장도 매각했다.
이처럼 그룹사가 중국 시장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에 현대차가 지배회사인 현대모비스의 자산을 매입하자 부실 자산을 떠안아 준 것 아니냐는 의심을 사고 있다. 이 같은 의심을 털어내기 위해서는 HTWO 광저우에서 성과를 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현대차가 중국의 사드 보복으로 일시적인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봤지만 이 같은 분위기가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는 양상”이라면서 “현대차가 냉담한 중국 분위기 속에서 진행하는 수소 관련 사업이 얼마나 유의미한 성과를 낼지 장담하기 어려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향후 현대모비스는 지배구조 개편에 따라 지배구조 최상단에 위치할 가능성이 높은 회사다.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를 보면 ‘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현대모비스’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구조다. 특히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확보한 지분은 현대차 2.04%, 기아 1.74%, 현대모비스 0.32%에 불과하다.
투자업계에서는 정의선 회장이 현대차나 기아보다 규모가 작은 현대모비스의 지분을 확보하는 방식으로 그룹을 재편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예상대로 지배구조 재편 작업이 진행되면 현대모비스가 지배구조 최상단에 위치하게 된다. 현대모비스 입장에서 현대차에 부실 자산을 매각해 현금화하면 해당 자금으로 현대차의 지분을 매입해 지배력을 높일 수 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현대모비스와 현대차 사이의 HTWO 광저우 지분 거래는 외부 전문기관의 지분 평가를 거친 뒤 진행한 것”이라며 “현대차그룹 차원의 수소사업 역량을 통합하고 핵심사업 역량을 집중하기 위한 목적으로 거래를 진행했다”고 말했다.
박호민 기자 donkyi@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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