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은 지난 7월 20일 검찰청사가 아닌, ‘제3의 장소’에서 12시간 동안 김건희 여사에 대한 비공개 조사를 진행했다. 이날 김 여사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의혹 관련 자본시장법 위반, 디올백 명품수수 사건 관련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 등에 대해 조사를 받았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의혹의 경우 김 여사가 고발당한 지 4년 3개월 만의 첫 조사다. 김 여사 측은 주가조작 의혹에 대해 전면 부인한 것으로 전해진다. 김 여사를 대리하는 최지우 변호사는 7월 25일 매일신문 유튜브 ‘이동재의 뉴스캐비닛’에 출연해 “김 여사는 주가조작도 할 줄 모르고 관여된 바가 없다는 입장”이라며 “(김 여사와 주가조작 세력) 연락했다는 진술이나 관련 증거도 없는 걸로 안다”고 말했다.
김 여사 측 해명에도 불구하고 야권 등에선 기소 필요성이 높아졌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검찰이 사건의 또 다른 ‘전주’에 대해 방조 혐의를 따져 물었기 때문이다.
앞서 검찰은 이미 진행 중인 사건 피고인들의 항소심 재판에서 전주 손 아무개 씨에 대해 방조 혐의를 예비적으로 추가해 공소장을 변경했다. 손 씨는 1심에서 주가조작 공모 혐의에 무죄를 선고 받았다(관련기사 [단독] 전주의 주가조작 방조 다툰다…도이치모터스 재판 공소장 변경 파장).
지난 7월 2일 결심공판에서도 검찰은 “손 씨는 대출받은 100억 원으로 대규모 주식을 매수하면서 시세에 인위적인 영향을 미치는 가담을 했다”며 “최소한 방조 혐의는 인정된다”고 주장했다. 손 씨의 방조 혐의에 대해서도 유무죄를 따져 달라는 취지였다.
앞서 대통령실은 손 씨의 1심 무죄 선고를 김 여사의 결백 근거로 거론했다. 하지만 1심 판결문을 확인해보면 손 씨와 김 여사의 주가조작 가담 정도는 달랐다. 김 여사 명의 증권계좌를 통한 거래 가운데 재판부가 유죄로 판단한 거래는 48건이었는데, 손 씨의 계좌는 한 건도 없었다. 특히 주가조작 1차와 2차 작전에 모두 활용된 계좌는 김 여사와 모친 최은순 씨 계좌뿐이다.
김 여사가 최소한 주가조작을 알고 방조했다는 혐의로는 기소가 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최근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부장검사 최재훈)는 재판에 넘겨진 계좌주 6명을 포함해 계좌가 활용된 나머지 85명 등 총 91명을 상대로 사실상 전수조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사건 관련자들의 방조죄 성립 여부를 적극 검토하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실제 김 여사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을 인지하고 방조했다고 볼 수 있는 정황은 공판 과정에서 증언 및 증거, 일요신문이 확보한 각종 자료를 통해서도 포착된다.
앞서 일요신문은 김 여사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이 이뤄지던 당시, 보유하고 있던 추정 예금자산의 78% 정도를 도이치모터스 주식에 ‘몰빵’ 투자했다는 의혹을 보도했다. 1차 작전 ‘선수’가 갖고 있던 문서 등을 보면 김 여사가 기존에 알려진 도이치모터스 주식 외에 53만여 주를 동부증권(현 DB금융투자) 계좌를 통해 더 보유하고 있었다는 내용이었다. 기존 공개된 도이치모터스 주식 매입 금액에, 추가 53만여 주의 매수금을 더하면 총 29억여 원이다(관련기사 [단독] 확신도 없이 ‘몰빵’을? 김건희 도이치모터스 추가 보유 논란).
금융업계 관계자는 “본인 예금 중 70%가 넘는 금액을 코스닥 한 종목에 투자한다는 것은 일반적이지 않다. 주가가 오른다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 아니었겠냐. 주가조작이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최소한 방조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이 의혹은 7월 2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즉각 발의 요청에 관한 청원 관련 청문회’에서도 제기됐다. 이건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여러 문건으로 보아) 김건희 여사는 2009년 12월 31일 기준 (기존 알려진 주식 외에) 추가로 동부증권에 65만 주, 약 14억 원 규모 주식을 가지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건태 의원은 검찰이 추가 주식 65만 주를 감춰주려 했다고 의심했다. 김 여사 전체 재산 중 도이치모터스 주식 매수액이 차지하는 비중이 너무 높아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는 판단이다. 이 의원은 “검찰은 2009년 12월 10일부터 22일까지 기간의 주식 매매는 왜 기소하지 않았는지 의문이 든다”며 “(추가 주식 65만 주가) 드러나면 김건희 여사를 도저히 기소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에 드러내지 않게 하기 위해서다”라고 추정했다.
또한 공판 과정에서 김 여사가 주가조작 시점에 두 달 사이 46%의 수익을 보고도 ‘먹은 것이 없다’며 항의한 것으로 보이는 정황이 나왔다.
2022년 12월 9일 열린 1심 공판에서 2차 작전 선수 중 한 명인 블랙펄인베스트 이사 민 아무개 씨를 신문하던 도중 검사가 문자 메시지를 공개했다. 2011년 1월 13일 민 씨가 또 다른 선수 김 아무개 씨와 주고받은 문자였다.
민 씨 “대판 했데요. 할인해서 넘겨줬다고. 먹은 것도 없는데.” “권 사장도 엄청 흥분하고.” “김(김건희 여사)은 그 앞에서 대우 지점장한테 전화해서, 이런 법이 있냐고. 지점장은 어쩌구 저쩌구, 하여간 정리는 하신 듯.”김건희 여사가 ‘매매수익 먹은 것도 없는데 주식을 너무 싸게 팔았다’고 누군가에게 격노했다는 내용이다. 당시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2차 작전이 한창 진행되던 때였다. 문자가 오가기 직전인 2011월 1월 10일과 12일 김건희 여사 계좌에서 주식 9만 2000주와 11만 4000주가 ‘블록딜’로 매도됐다. 이 거래는 선수 김 씨가 실행했다.
김 씨 “XX이구먼 듣던데로. ㅎㅎ”
블록딜 매도가는 당시 주가보다 낮았다. 1월 10일과 12일 주식 종가는 각각 주당 6040원과 6070원이었는데, 블록딜 가격은 5400원과 5200원이었다. 평균 매도 단가는 5289원으로, 시세보다 10% 이상 싸게 매각한 셈이다. 이에 김 여사가 ‘할인해 넘겨줬다’고 ‘대판’ 화를 낸 것으로 보인다.
일요신문이 금융권 외부기관 등을 통해 확보해 분석한 바에 따르면 김 여사가 해당 주식을 매수한 것은 두 달 전인 2010년 10월 28일에서 11월 9일 사이다. 김 여사는 이 기간에 7거래일 동안 주식 42만 9910주를 15억 5474만 원에 사들였다. 평균 매수단가는 3616원 수준이다.
이 중 절반은 2주 후인 11월 23일에서 2011년 1월 10일까지 장내 매도하고, 남은 나머지 절반 주식을 블록딜한 것이다. 김 여사는 주당 평균 3616원에 사들인 도이치모터스 주식 20만 6000주를 평균 5289원에 팔았다. 7억 4489만 원에 사들여 10억 8959만 원에 되팔아, 두 달 만에 3억 4470만 원의 매매차익을 거둔 것. 수익률은 46.3%다.
두 달 만에 46%의 수익을 본 김 여사가 ‘먹은 것도 없다’며 화를 냈다는 건 훨씬 높은 수익률을 기대했다는 의미다. 동시에 주가조작 작전에 대해 인지하고 있었다고도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앞서 금융업계 관계자는 “2개월 단기간에 46% 수익률을 내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3억 원이 넘는 매매차익을 안겨줬는데도 김 여사는 ‘먹은 게 없다’며 화를 냈다. 김 여사는 주가가 계속 올라갈 것이며 그 이상의 수익을 기대했다는 것이다. 주가조작이 진행 중이라는 걸 어느 정도 인지하고 있었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했다.
또한 김 여사가 블록딜 거래가 이뤄진 바로 직후 화를 낼 수 있었던 건 자신의 증권계좌를 주가조작 세력에 맡긴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거래 상황을 주시하고 있었음을 의미한다. 최소한 주가조작을 방조했다고 볼 수 있는 지점이다.
검찰은 김 여사 비공개 조사 이후 수사 결론에 고심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검찰이 또 다른 전주 손 씨와 마찬가지로 최소한 방조 혐의에 대해 기소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