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 |
이 대회는 연령오픈 경주라 나이엔 제한이 없지만 암말들만 출전할 수 있다. 경주거리는 1400미터. 현재까지 모두 16두의 경주마가 출마신청을 하고 있는데 전력 차이가 거의 없어서 상당한 혼전이 예상되고 있다. 게다가 발빠른 말들이 여러 두 포진해 있어서 경주는 처음부터 난전으로 치달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도주력만큼은 과천벌에서 누구한테도 뒤질 마음이 없는 여의골드(조교사 서인석)와 서해안특급(최용구)이 포진해 있고, 최근엔 중장거리에선 선입으로도 곧잘 타지만 원래 선두력이 좋은 돌풍질주(강명준)도 출전한다.
전문가들은 이 세 마리의 선두력이 비슷해 출발 게이트에 따라서 희비가 갈릴 가능성이 있지만 현재까지의 전력으로 봐서는 돌풍질주에 좀더 점수를 주고 있다.
여의골드와 서해안특급은 지금까지 선행으로만 입상을 해왔기 때문에 선행에 실패하면 곧바로 탈락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또한 선행을 나선다 하더라도 다른 말들의 견제를 뚫고 어렵게 선행을 나선다면 1400미터 경주에선 끝까지 버티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돌풍질주는 주행습성이 선행 일변도가 아니라 선입으로도 곧잘 뛰어주고 있다. 지난 7월 21일엔 이번 대회와 같은 1400미터 경주에 출전해 도주마들 틈새에서 이미 선입으로 입상을 한 적이 있다. 뿐만 아니라 장거리 경험이 풍부해 지구력도 앞선다는 평가다. 장거리에서 빠른 페이스로 꾸준히 뛰어온 말들은 거리가 줄어들면 전개가 다소 꼬이더라도 평소의 자기 능력을 잘 발휘한다는 것이다.
그밖에도 빠른 말이 즐비하다. 전문가들은 선두권 바로 뒤인 2~3선에서 전개할 가능성이 높은 마필로 짝꿍(배휴준)과 챌린지비전(박윤규)을 꼽고 있다. 이 가운데 챌린지비전은 전력이 한수 아래로 평가돼 전개상의 변수는 될 수 있어도 입상권까지 바라보기는 힘들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주의할 마필은 짝꿍이다. 짝꿍은 대상경주에 수차례 출전했을 만큼 마방의 기대치가 크고 현재 가능성도 보여주고 있다. 아직 중장거리 경주에선 완벽하게 적응하진 못하고 있지만 1400미터 이하의 단거리경주에선 상당한 경쟁력을 보이고 있다. 또한 비교적 장거리 경주였던 지난 9월 동아일보배에선 5마신 차이로 5위를 차지했지만 내용면에선 나쁘지 않았다. 1800미터 경주에서 초반을 1000미터 뛰듯이 빠르게 전개하고도 종반에 그 정도 버티었다는 것은 끈기가 예전보다 훨씬 나아졌다는 것을 반증하기 때문이다. 이번 경주가 단거리 경주인 만큼 전개만 잘 풀린다면 인기마들한테 충분히 일격을 가할 수 있는 마필로 보인다.
중간그룹에선 상당히 많은 마필들이 머리를 맞대며 경쟁할 것으로 보이는데, 이 가운데 주목해야 할 말은 여의주(우창구) 엑스파일(안병기) 초원여제(정호익) 피렌체(김대근) 최초로(지용철) 등이다.
여의주는 얼마 전 이 코너를 통해 소개한 것처럼 여름 내내 가능성만 보여주고 결과는 좋지 못했는데, 찬바람이 불면서 컨디션이 살아나 동아일보배에서 우승까지 차지한 말이다. 워낙 빠른 말이 많아서 초반에는 뒤처질 가능성이 높지만 중반 가속과 종반 탄력이 좋아 결승선에서 앞선의 마필들과 좋은 승부를 펼칠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안쪽 게이트만 배정받는다면 노림수를 던져볼 가치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엑스파일은 최근 1400미터 경주에서 2연승을 거둔 준족이다. 폭발적인 스피드가 없지만 모든 구간을 빠른 페이스로 끈끈하게 뛰어주는 장점이 있다. 선입이나 추입으로 좋은 성적을 냈다는 측면에서 막판에 걸음이 무뎌질 앞선의 덜미를 잡을 수 있는 다크호스로 손색이 없다.
초원여제는 동아일보배에서 여의주에 이어 준우승을 차지한 여세를 몰아 내친김(?)에 농림수산식품부장관배(GⅡ)에까지 도전장을 냈던 마필이다. 장관배에선 우승마에 10마신, 준우승마에 6마신 차이로 11위를 했지만 장관배가 1군 강자들의 대결이었고 초원여제는 2군마였다는 점에서 내용은 그리 나쁘리 않았다는 평가다. 당시 경주는 초원여제가 과욕을 부린 나머지 평소의 레이스와는 다르게 초반부터 밀어붙이며 기세를 올렸다. 그런데도 중반까지는 선전했다. 최종결과는 비록 참패했지만 이 경주를 치르면서 순발력과 끈기가 한 단계 더 성장한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피렌체는 1400미터에서 세 차례나 입상할 만큼 이 경주거리에서 강한 면모를 보이고 있지만 최근 하향세를 보이고 있고, 결정력이 무뎌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컨디션에서 확실한 변화를 보이지 못한다면 이번에도 한 발이 부족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최초로는 질병으로 출주주기가 길었던 마필로 경주 내용도 심한 기복을 보였다. 하지만 지난 10월 경기도지사배 대상경주에선 컨디션이 완전히 살아난 모습을 보였고, 경주결과도 좋았다. 비록 4착에 그쳤지만 기존의 1군 강자들의 간담을 서늘케 할 만큼 선전했다. 우승마와의 착차는 2마신, 3착과는 목 하나 차이였다.
후미에서 따라오면서 호시탐탐 기회를 노릴 마필로는 블루밴드제트(서정하), 아이리스(박희철), 천둥번쩍(홍대유) 등이 꼽히고 있지만 추입력 자체가 어중간해 앞선이 다 몰락하면 몰라도 자력으로 올라오기는 어렵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하지만 경마는 알 수 없는 것. 대상경주는 인기마들이 지나치게 경쟁하다 힘 안배에 실패하는 경우도 적지 않기 때문에 이들의 어부지리 입상 가능성도 열어두는 게 현명한 것이다.
김시용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