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야권 “도이치모터스 시즌2 의심” 수사 촉구…삼부토건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 정부와 무관”
이일준 대양산업개발 회장은 2021년 개인 자격으로 화장품 업체 디와이디를 인수했다. 이어 디와이디는 지난해 2월 삼부토건을 인수했다. 디와이디는 삼부토건 인수 후 종합건설업 면허를 취득해 건설업에 진출했다. 삼부토건과 시너지 효과를 위한 것이었다. 하지만 삼부토건의 실적이 부진한 데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장기화 국면에 들어서며 재건 사업도 현재로서는 기약이 없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디와이디의 삼부토건 인수가 ‘승자의 저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삼부토건 주가조작 의혹 앞과 뒤
주가조작 논란은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먼트 대표가 지난해 5월 14일 단체 카카오톡 대화방에서 “삼부 내일 체크하고”라고 언급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불거졌다. 이종호 전 대표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에 관여했다는 의혹을 받는 인물이다. 이 전 대표는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에 대한 ‘구명 로비’ 의혹도 동시에 받고 있다.
이종호 전 대표가 카카오톡 대화방에서 ‘삼부’를 언급한 후 삼부토건의 주가는 급등했다. 삼부토건의 주가는 지난해 5월 15일 1013원으로 마감했지만 다음날인 5월 16일부터 꾸준히 상승해 지난해 7월 21일에는 5500원까지 올랐다. 두 달 사이 5배 이상 오른 것이다. 다만 이 전 대표는 ‘삼부’가 삼부토건이 아닌 골프장 야간운영 시간인 ‘3부’를 의미했다는 입장이다.
이전까지 삼부토건의 주가 상승은 ‘우크라이나 재건 테마주’에 묶인 영향으로 분석됐다. 디와이디는 2022년 6월 삼부토건, 유라시아경제인협회 등과 함께 우크라이나 전쟁복구 재건 사업 관련 업무협력 양해각서(MOU)를 맺었다고 밝혔지만 당시는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삼부토건이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5월 22~25일 폴란드에서 열린 ‘우크라이나 글로벌 재건 포럼’에 주요 임원진이 참석한 후부터다. 삼부토건은 포럼에서 우크라이나 코노토프시와 재건사업 관련 포괄적 MOU를 체결했다고 밝혔다. 정부 인사인 원희룡 당시 국토교통부 장관이 해당 포럼에 참석하기도 했다.
원희룡 전 장관은 공식 초청장 없이 포럼에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삼부토건을 ‘우크라이나 재건 테마주’에 편입시켜 주가 상승을 유도했다는 의혹이 나오는 이유다. 삼부토건이 활발한 해외 사업을 펼치고 있는 것도 아니다. 삼부토건의 지난해 해외 매출은 3억 2503만 원이다. 전체 매출 5750억 원 중에서 0.06%에 불과한 비중이었다. 올해 들어서는 해외 매출이 발생하지 않고 있다. 일요신문 취재 결과 삼부토건은 현재 카자흐스탄, 파키스탄, 네팔 등에 있는 해외 현지법인들에 대한 청산 절차를 진행 중이다.
최민석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이종호 전 대표가 ‘삼부 내일 체크하고’라 말한 이틀 후 윤석열 대통령 부부는 우크라이나 대통령 부인을 만났고, 불과 나흘 뒤 삼부토건 주식 거래량은 40배나 뛰었다”며 “원희룡 전 장관과 삼부토건 등이 ‘우크라이나 재건 포럼’에 방문한 지난해 5월 22일에는 주가가 상한가를 기록했다. 이종호 전 대표가 이 같은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 관련 정보를 미리 알고 조직적으로 움직인 것으로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삼부토건 경영진이 국민의힘과 연관이 있다는 점도 관련 의혹을 증폭시키는 요인이다. 나아가 삼부토건이 주가조작을 사실상 방조했다는 의혹으로 이어지고 있다. 정창래 디와이디·삼부토건 대표는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사법연수원 동기다. 정 대표는 검사 출신으로 2003년 변호사로 개업했다. 정 대표는 2022년 9월 삼부토건 사내이사로 합류했고, 2023년 3월에는 대표이사에 취임했다.
신장식 조국혁신당 의원은 지난 7월 22일 김병환 금융위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삼부토건은 주가가 정점을 찍는 가운데 반대 공시와 호재 공시를 아무것도 하지 않았기 때문에 대주주나 회사 대표도 공범이거나 방조했다”고 지적했다.
다만 주가조작이 아니라는 의견도 있다.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7월 22일 “(삼부토건 주가조작 의혹은) 그야말로 침소봉대”라며 “이종호 전 대표가 삼부라는 단어를 쓴 날짜는 2023년 5월 14일인데 이미 삼부토건 등 여러 업체가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에 진출할 것이라고 언론에 알려진 지 1년이 지난 시점”이라고 반박했다. 대통령실은 이와 관련한 공식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 삼부토건 관계자는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과 정부와 연관은 없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에 문제는 없냐는 질문에는 “그렇다”고 답했다.
#실적 부진 삼부토건, 전쟁 종료만이 희망?
이일준 회장은 한때 투자은행(IB)업계에서 ‘M&A(인수합병) 큰손’으로 불렸다. 대양산업개발 계열사 디에이에셋은 2019년 웰바이오텍을 인수했고, 웰바이오텍은 2020년 녹원씨엔아이를 인수하면서 사세를 키웠다. 이일준 회장은 여기에 디와이디와 삼부토건까지 인수했다.
하지만 이일준 회장이 처한 현재 상황은 녹록지 않다. 디에이에셋은 지난해 웰바이오텍과 녹원씨엔아이를 매각했다. 또 대양산업개발과 디에이에셋 등은 사실상 사업이 중단돼 매출이 발생하지 않고 있다. 이일준 회장 지배 아래 있는 기업 중 정상적인 사업을 영위하는 곳은 디와이디와 삼부토건뿐이다. 그러나 삼부토건마저 매년 적자를 거두고 있고, 최근에는 불성실공시법인으로도 지정됐다. 삼부토건의 매출은 지난해 1분기 1765억 원에서 올해 1분기 1164억 원으로 34.06% 감소했다. 디와이디는 지난 4월 외부에서 120억 원을 차입해 삼부토건에 유상증자 형태로 지원하기도 했다.
디와이디 역시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신중학 한국기업평가 연구원은 디와이디에 대해 “삼부토건 주식 취득을 위해 발생한 고금리 사채 100억 원과 단기차입금 100억 원은 신주인수권부사채(BW) 발행을 통해 상환했지만 높은 이자비용으로 인해 영업현금창출력이 악화됐고, 재무 안정성이 훼손됐다”며 “지난 4월 상상인증권으로부터 120억 원을 단기차입해 삼부토건 주식을 유상증자 배정방식으로 취득하는 등 관계기업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고금리 차입을 지속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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