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까지 경기도로 가는 경기도지사, 공개 행보, 실시간 소통, 봉사로 ‘김동연 다움’ 보여줬다
이런 김동연 지사를 향해 “김동연 지사님 이건 휴가가 아니고 출장이시잖아요 좀 쉬세요ㅠㅠ”라는 댓글이 SNS(인스타그램)에 달리기도 했다. 그만큼 그의 휴가는 특별했다.
김동연 지사는 7월 28일 경기 동북부로 향했다. 김 지사 본인이 직접 자기 차를 운전해서 갔다. 첫 방문지는 양평의 황순원 문학촌 소나기 마을이었다. 김 지사는 가평, 포천, 동두천, 양주, 파주 방문을 계획했는데 경기 동북부를 휴가지로 택한 이유에 대해 “최근 비가 많이 내린 데다 남북 관계 불안까지 겹쳐 살펴보고 싶어서”라고 말했다. 그에 더해 “경기 동북부는 잘 보전된 천혜의 자연, 먹거리, 놀거리로 가득한 매력적인 곳입니다. 안전하고 휴가 가시기 좋은 곳이라고 많은 분께 알려드리고 싶었습니다”라고 덧붙였다.
이날 김 지사는 ‘경기투어패스’를 강조했다. 경기투어패스는 하루 동안 1만 원대로 경기도 전역의 관광지, 체험시설, 식당, 카페 140여 곳을 무제한으로 이용할 수 있는 패스다. 김 지사는 “가성비 최고입니다. 저는 3일 치를 끊었습니다. 여름방학 특가로 5천 원 할인까지 받았습니다”라고 자랑하며 경기투어패스 홍보에 나섰다.
그는 SNS에 “올 여름휴가는 경기투어패스와 함께 경기도로 오시면 어떠실까요?”라고 적극적으로 어필했다. 이 게시물에만 ‘좋아요’가 5000개 이상 달렸다.
휴가 중에도 김 지사는 긴급 상황이 발생하자 즉각 대응에 나서는 모습을 보였다. 이날 오후 화성 석포리 자원순환시설에서 화재가 발생하자 김 지사는 소방본부장과 통화하며 실시간으로 상황을 보고 받고 필요한 지시를 내렸다. 이후 화재는 진화됐고 인명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휴가 둘째 날인 29일 김 지사는 SNS 친구가 댓글로 추천한 카페에서 아침을 먹었다. 그리고 바로 경기투어패스 자랑을 이어갔다. “어제 경기관광패스 덕을 톡톡히 봤습니다. 세 곳에서나 썼으니까요”라며 황순원 문학촌 소나기마을, 서후리숲길, 더그림 미니식물원을 다녀온 이야기를 풀어놨다.
이날 김 지사는 가평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독서로 보냈다. 윌리엄 영의 장편소설 ‘오두막’과 최태현 교수의 ‘절망하는 이들을 위한 민주주의’, 김원영의 ‘실격당한 자들을 위한 변명’, 김연수의 ‘이토록 평범한 미래’를 읽고 그 감상을 전했다.
휴가 셋째 날에는 포천 맛집 콩마루에서 기업은행 포천지점 직원을 만났는데 그는 김동연 지사가 아주대학교 총장 시절 학생이었다. 김 지사는 “얼마나 반갑고 대견스러웠는지 모릅니다”라고 감격해했다.
이날 김 지사는 포천 ‘하늘아래 치유의 숲’에서 여유를 만끽하고 ‘허브 아일랜드’에서 허브 체험도 했다. 계획에 없었지만 운전 중 눈에 들어온 ‘경기도의료원 포천병원’을 방문하기도 했다. 김 지사는 아무에게도 이야기하지 않고 병원을 찾아 고생하는 의료진을 살폈다. 하지만 일부 의료진이 김 지사를 발견해 함께 사진도 찍었다. 김 지사는 “감사하고 응원한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동두천에서는 아이들 천국인 ‘놀자숲’을 양주에서는 ‘기산저수지 둘레길’을 걸었다. 김동연 지사는 “정말 아름다운 곳”이라며 “양주시민 여러분 부럽습니다”라고 감상을 남겼다. 저수지 전망이 한눈에 보이는 곳에 자리한 ‘브루다 양주 카페’에서 김 지사는 또 경기투어패스를 강조했다. “패스를 제시하면 음료를 제공합니다. 전망, 건축, 실내 분위기 모두 최고여서 단박에 아내의 최애 카페가 됐습니다”라고 했다.
마지막 날은 파주 출판단지 게스트하우스 ‘지지향’ 1층의 열린 독서공간과 ‘지혜의 숲’에서 책과 커피의 향기를 느끼고 ‘헤이리 예술마을’도 방문했다. 무엇보다 이날 ‘사랑의 짜장차’ 봉사는 이번 휴가의 백미였다.
김동연 지사의 부인 정우영 여사는 지난 선거 때 시작한 ‘사랑의 짜장차’ 봉사를 지금까지 몇 년째 하고 있다. 짜장차 봉사는 주로 어르신, 장애인, 수재민 등 어려움을 겪는 분들과 서민들을 대상으로 점심에 무료로 짜장면을 제공한다. ‘사랑의 짜장차’에서 SNS를 통해 김 지사가 휴가 중인 것을 알고 김 지사가 가는 곳 인근에서 봉사하고 싶다는 제안을 했고 김 지사는 흔쾌히 수락했다.
김 지사는 봉사 전날 SNS에 “봉사를 원하시는 분은 9시 반 이후 아무 때나, 짜장면 드시러 오실 분은 11시 반부터 오시면 됩니다”라고 올렸다. 그러자 많은 봉사자들이 이날 아침 현장에 나타났다. 파주와 고양뿐 아니라 용인, 화성, 동두천, 포천, 부천, 서울에서 봉사자들이 왔고 충남 온양에서 모녀가 함께 온 봉사자도 있었다. 비번인 소방대원과 휴가 중인 현역군인도 참여했다. 김동연의 ‘선한 영향력’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었다.
이날 사랑의 짜장차는 파주 초롱꽃마을 LH아파트에서 짜장면 800그릇을 이웃과 나눴다. 아파트 주민은 물론 인근 중증 장애인시설인 ‘주보라의 집’에도 50그릇을 전달했다. 김동연 지사가 짜장면을 들고 나타나자 장애인 아이는 ‘안아달라’고 했고 김 지사는 그 아이를 꼭 안아줬다.
김동연 지사의 이번 휴가는 특별했다. 모든 것이 공개돼 있었고 실시간으로 도민과 소통했고 도지사 자신이 직접 경기도를 알리는데 힘썼다. 그리고 봉사했다. 휴가라기보다 순례와도 같았다. 김동연은 "이번 휴가로 경기 북부에 더 큰 애정과 열정을 갖게 됐다. 따뜻한 분들이 얼마나 많았는지 모른다. 모든 분께 감사하다"라고 했지만 이번 휴가는 '김동연 다움'이 어떤 것인지 보여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날 김 지사의 SNS에는 “아이 안아주시는 모습 보니 마음이 뭉클하네요. 저도 발달장애 아이를 키우는 엄마예요. 아이가 안기면 막상은 당황스러울 수도 있는데 너무나 따뜻하게 안아주셔서 마치 제 아이를 안아주신 것처럼 마음이 따뜻합니다”라는 댓글이 달렸다.
김창의 경인본부 기자 ilyo22@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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