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달 시상식에서 진행요원들이 금메달과 은메달, 그리고 동메달을 담아 운반하는 트레이는 루이비통이 파리 올림픽을 위해 특별 제작한 다미에 패턴의 트레이다. 그리고 금·은·동 메달은 모두 LVMH 소유의 주얼리 하이브랜드인 쇼메가 제작했다. 뿐만이 아니다. 진행요원인 자원봉사자들이 입고 있는 흰색 셔츠와 베이지색 바지 역시 루이비통이 디자인한 유니폼이다. 이처럼 LVMH는 파리 올림픽에서 영원히 지울 수 없는 흔적을 곳곳에 남기고 있다.
‘포브스’는 ‘베르나르 아르노와 LVMH가 2024년 파리 올림픽을 지배하는 방법’이라는 기사에서 “LVMH는 사람들이 올림픽의 상징인 국제 협력, 화합, 영웅들을 떠올릴 때마다 자사의 브랜드를 함께 떠올리도록 하고 있다”라고 보도했다. 이와 관련, 현재 세계 3위 부자이자 LVMH 회장 겸 최고경영자인 아르노는 자사의 핵심 브랜드인 루이비통을 가리켜 “패션 브랜드일 뿐만 아니라 스포츠, 음악, 예술의 중심에 있는 ‘문화 브랜드’다”라고 소개했다. 또한 아르노의 장남인 앙투안 아르노는 “우리는 단순히 올림픽의 재정적인 파트너가 되기를 원하지 않았다. 우리는 파리 올림픽에서 의미있는 역할을 하고 싶었다”라고 설명했다 .
이렇다 보니 일각에서는 파리 올림픽을 가리켜 ‘루이비통 올림픽’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파리 올림픽에서 메달을 목에 건 선수들은 집으로 돌아간 후에도 계속해서 루이비통이라는 브랜드를 떠올릴 수밖에 없다. 아르노가 자사 브랜드의 홍보를 위해 올림픽의 프리미엄 후원사가 된 이유도 여기에 있었다.
이 밖에도 LVMH의 흔적이 담긴 곳은 올림픽 성화와 메달을 보관하고 운반했던 맞춤형 대형 트렁크가 있다. 또한 프랑스 대표팀 단복 역시 LVMH 소속 남성 럭셔리 브랜드인 ‘벨루티’가 제작했다. 우아한 턱시도를 연상케 하는 디자인에 프랑스 국기 색상을 조합한 형태다. 그런가 하면 수천 명의 올림픽 조직위 관계자들과 후원사 귀빈들, 그리고 올림픽 메달리스트들에게 제공되는 모엣샹동 샴페인과 헤네시 코냑 역시 모두 LVMH 소유의 브랜드이긴 마찬가지다.
LVMH는 또한 몇몇 유명 운동선수를 자사 소유 브랜드의 홍보대사로 내세우고 있다. 가령 LVMH 소유의 디올은 프랑스 럭비 스타 앙투안 뒤퐁, 110m 허들 선수 사샤 조야, 스케이트보드 선수 오렐리앙 지로, 서핑 선수 카울리 바스트, 자메이카 육상 선수 일레인 톰슨-헤라, 미국 축구 스타 알렉스 모건 등 열다섯 명을 브랜드 홍보대사로 지명했다.
올림픽 마케팅을 진두지휘하는 사람은 아르노의 장남인 앙투안이다. 다른 네 형제자매들과의 왕위 계승 전쟁에서 선두로 치고 나가기 위해 올림픽 마케팅에 심혈을 기울였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지만, 이에 대해 앙투안은 “이 모든 건 프랑스를 위한 것”이라고 에둘러 말했다. 또한 WWD 인터뷰에서 앙투안은 “우리는 올림픽과 패럴림픽의 성공에 기여하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는다. 당연한 말이지만 나는 진심으로 우리가 선수들과 관중들을 위해 준비한 것들이 기대에 부응하기를 바란다. 우리의 일차적인 목표는 프랑스의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노하우와 장인정신을 이번 대회의 모든 순간에 전달하는 것이다. 프랑스와 전세계가 우리의 이 유산을 알아보고 감탄한다면 우리는 성공한 것이다”라고 밝혔다.
그렇다면 LVMH는 올림픽에 왜 이렇게 막대한 돈을 투자하기로 했을까. 이에 대해 ‘글로브앤메일’은 프랑스 국민들에게 사회적으로 책임 있는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홍보하기 위해서, 그리고 전세계의 잠재 고객에게 다가가는 절호의 기회로 삼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실제 2000억 달러(약 270조 원)에 달하는 아르노의 재산은 부의 재분배에 민감한 프랑스 국민들 사이에서 종종 비난의 대상이 되곤 했다.
다른 한편으로는 고가의 명품 브랜드들이 터무니없이 비싸다는 인식이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이를 만회하기 위한 좋은 기회라는 판단이 작용해서였다. 그럼에도 명품이 가치가 있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올림픽을 이용하고 있다는 의미다. 가령 얼마 전에는 LVMH가 소유한 디올이 중국인 노동자들을 고용해 57달러(약 8만 원)에 생산한 가방을 매장에서 2780달러(약 380만 원)에 판매하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져 비난을 받았었다. 이에 대해 블룸버그통신은 LVMH가 올림픽을 후원하는 이유 가운데 하나가 아르노 회장에 대한 긍정적인 여론을 조성하고 명품 산업의 후퇴를 막기 위해서라고 보도했다.
또한 파리 올림픽은 명품 업계가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에 따른 인플레이션과 매출 둔화로 압박을 받고 있는 가운데 열리는 절호의 기회이기도 하다. 실제 LVMH 역시 매출 부진 속에 2분기 실적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서 주가가 급락하기도 했다. 따라서 무엇보다도 소비자들의 명품 브랜드에 대한 신뢰를 다시 회복하는 게 절대적으로 필요했다.
그런가 하면 파리 올림픽은 팬데믹 이후 처음으로 관중들이 돌아온 대회, 즉 객석에 관중들이 앉아있는 정상적인 올림픽이다. 따라서 보다 광범위한 대중들에게 어필하기를 희망하는 전세계의 광고주들을 끌어모을 수 있었다. ‘스폰서유나이티드’에 따르면, 파리 올림픽 후원업체의 64%는 프랑스 기업이 아닌 해외 기업이다. 이에 반해 도쿄 올림픽의 경우에는 해외 기업의 후원은 14%에 불과했다.
스포츠와 명품 브랜드의 만남은 사실 몇 년 전부터 꾸준히 시도되어 왔다. 다양한 명품 패션 브랜드들이 새롭게 떠오르고 있는 인플루언서인 스포츠 선수들을 모델로 기용하는 사례는 적지 않았다. 가령 농구 스타인 르브론 제임스의 경우 루이비통 모델로 기용됐는가 하면, 미국의 체조 선수인 시몬 바일스는 2020년 보그 표지 모델로 등장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스키 선수인 아일린 구 역시 루이비통 런웨이 무대에 올라 매력을 뽐낸 바 있다. 톰 브라운이 FC 바르셀로나의 단복을 디자인해 화제가 된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따라서 LVMH의 올림픽 후원은 이런 사례들의 연장선상에서 정점에 있으며, 명품 패션과 스포츠의 결합을 공고히 하는 좋은 예로 평가받고 있다.
올림픽 선물 가방엔 뭐가 들었나? 갤럭시 Z플립이…"삼성 땡큐"
파리 올림픽에 출전하는 모든 선수들에게 제공되는 기념품 가방에는 과연 뭐가 들어있을까. 뉴질랜드 럭비 선수인 타일라 킹이 ‘틱톡’을 통해 소개한 바에 따르면, 1만 1000여 명의 선수들에게 일괄적으로 제공되는 이 가방에는 다양한 종류의 선물이 담겨 있다.
먼저 검은색의 토트백 가방 전면에는 올림픽 로고가 각인되어 있고 흰색 글씨로 ‘Athlete 365’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다. 가방에서 처음 나온 것은 ‘연대’, ‘포용’, ‘존중’ 등 몇몇 문구가 각인된 대형 올림픽 깃발이었다. 그리고 코카콜라와 파워에이드 물병 두 개, 페브리즈 방향제, 헤드앤숄더 샤워젤 두 병, 손 소독제 한 병이 보였으며, 이 밖에 튜브 치약과 칫솔도 들어 있었다.
가장 놀라운 선물은 1049파운드(약 180만 원) 상당의 삼성 갤럭시 Z플립 휴대폰이었다. 킹은 “지난 9년 동안 나는 항상 올림픽에서 받은 휴대전화를 사용해왔다”면서 올림픽 참가 선수들에게 신형 휴대폰을 선물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라고 밝혔다.
김민주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