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생 친구 관계에 큰 영향…‘랜덤 뽑기’ 방식 탓 희귀 카드는 고가 거래, 소비교육 필요성 대두
얼마 전 인터넷을 뜨겁게 달군 소식이 있었다. 마이리틀포니 카드 한 장이 중고 플랫폼에서 16만 위안(약 3000만 원)가량에 거래됐다는 내용이었다. 이 카드는 중국에 단 2장만 출시된 이른바 ‘레어템’이다. 전문가들은 카드 가격이 앞으로 더욱 올라갈 것으로 점쳤다. 캐릭터 카드가 새로운 재테크 상품으로 각광받는 이유다.
마이리틀포니 카드는 남학생들보다는 주로 여학생들이 선호한다. 가격은 2위안(380원)부터 20위안(3800원)까지 다양하다. 가격이 비쌀수록 희귀한 캐릭터가 나올 가능성이 높다. 카드 30장이 들어있는 60위안(1만 1400원)짜리 묶음도 판매량이 늘어나는 추세다. 작은 문구점, 대형 서점, 쇼핑몰 등엔 마이리틀포니 카드 전용코너가 속속 생기고 있다.
초등학생인 샤오치는 지난 6개월 동안 마이리틀포니 카드를 사는 데 1만 2000위안(227만 원)을 썼다. 물론 모두 부모님이 사준 것이다. 샤오치는 “친구들과 카드를 교환한다. 또 생일에 선물을 주기도 한다”고 말했다. 샤오치는 “카드가 없으면 친구들과 대화를 하거나 놀이를 할 수 없다”고 했다.
유치원에 다니는 샤츠도 마이리틀포니 카드를 수집하고 있다. 카드뿐 아니라 마이리틀포니와 관련된 책자, 옷도 구입했다. 샤츠의 모친은 “딸이 나이는 어리지만 카드의 카테고리를 모두 외운다. 카드를 뜯으면 90% 정도가 중복이다. 새로운 걸 뽑기 위해 카드를 계속 사달라고 한다”고 했다.
마이리틀포니 카드는 학생들의 ‘관계’에서도 중요한 비중을 차지한다. 초등학생 왕야는 “희소한 카드가 있으면 친구들 앞에서 자신감이 생긴다. 또 카드를 나눠주면 친구들을 사귀는 데도 좋다. 카드를 갖고 있지 않으면 낙오자처럼 여겨진다”고 했다. 학생들이 자신의 개인 메신저 계정 대문에 마이리틀포니 카드를 올려놓는 것은 흔한 일이다.
마이리틀포니처럼 블라인드 카드의 경우 만 8세 이하는 구매할 수 없다. 보호자 동의가 있어야만 한다. 2023년 6월 시장감독총국은 ‘블라인드 박스 사업행동 규범 지침’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블라인드 박스 안에 들어있는 카드의 추출 확률 등 주요 정보를 명시해야 하고, 판매 대상 역시 엄격히 제한한다고 규정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8세 미만이 카드를 살 때 나이를 물어보는 곳은 드물다. 캐릭터 카드를 판매하는 온라인 생방송에선 ‘미성년자 주문 금지’라는 문구가 있지만, 사실 미성년자들이 구매를 해도 이를 확인할 방법은 없다. 한 문구점 사장은 “2위안짜리 카드 하나 파는데 일일이 나이 검사를 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고 말했다.
‘캐릭터 카드’의 주 수요층인 초등학생들의 소비 개념은 성숙하지 않다. 블라인드 카드 자체가 중독성이 강한데, 이를 스스로 컨트롤한다는 것도 어렵다. 부모의 휴대전화 또는 신용카드로 몰래 카드를 사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카드 구매를 대수롭지 않게 여겼던 부모들이 추후 날아든 고지서를 보고 깜짝 놀랐다는 사례가 쏟아지고 있다. 캐릭터 카드 판매업체에 항의하는 부모들도 적지 않다.
충칭에 거주하는 자오샤오리는 “모든 용돈, 그리고 친구에게서 빌린 돈 모두를 카드 뽑기에 썼더라. 한 달에 2000위안(37만 원)까지 쓴 적도 있었다. 딸에게 물어보니 자신도 그렇게 많은 돈을 카드에 쓴 줄 몰랐다고 하더라”고 했다.
광둥의 한 학부모는 뉴스에 출연해 “아이가 내 휴대전화로 마이리틀포니 카드를 7000위안(132만 원)어치 샀다”고 폭로했다. 그는 “한 장에 2위안짜리 카드에 그렇게 기뻐하는데 그걸 사주지 않을 부모가 어디 있겠느냐. 판매업자들이 이를 악용해 초등학생들을 속이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학부모들의 이런 심리에 대해 지난시에 거주하는 한 교사는 “단순한 캐릭터만 있는 카드다. 무기, 난폭한 장면 등이 새겨져 있는 카드에 비해 아이에게 덜 해롭다고 보는 것 같다. 또 한 장 가격이 저렴해 카드를 모으는 것에 대해 부모들이 큰 부담을 느끼지 않는다. 하지만 부모들이 방심하는 사이 일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산둥의 샤오제 변호사는 “블라인드 박스 사업자는 법이 규정한 미성년자에게 판매할 땐 반드시 보호자 동의를 받아야 한다”면서 “부모는 미성년자의 합리적 소비 행동을 지도해야 한다. 또한 판매업자 등 당사자들이 협력하여 미성년자 소비 보호 메커니즘을 구축해야 하고, 블라인드 박스 가격 표준화 등 관련 업종에 대한 법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21세기교육연구원 웅병기 원장은 “초등학생이 캐릭터 카드를 사기 위해 수천 위안을 쓴다면 이건 누구의 잘못인가. 학부모”라고 말했다. 그는 “초등학생들은 친구들, 외부 영향에 취약하다. 부모가 아이의 요구를 무한정 들어주면 비합리적인 소비를 부추기는 것”이라면서 “부모가 자신의 휴대전화 결제 비밀번호를 알려주고 물건을 사도록 내버려 두는 일은 금물”이라고 강조했다.
지난시 정신보건센터 리갑 소장은 카드와 관련해 아동의 심리적 특성을 분석해 화제를 모았다. 리갑은 “물자가 풍부한 시대에 아이들이 카드를 구입해 비교하는 것은 부유함을 과시하는 초기 단계 상태와 비슷하다”고 했다. 리갑은 “어른들이 집과 차 등으로 부를 비교하는 것과 마찬가지”리면서 “아이가 카드를 살 때의 느낌을 직접 표현해보라고 하거나, 평소 집안일을 해서 받은 용돈 등으로 소비를 하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중국=배경화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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