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인텔리전스’ 탑재 지연 호재…삼성전자 파리 올림픽 3000억 마케팅, 메달리스트 삼성폰 셀카 눈길
삼성전자가 AI 스마트폰으로 프리미엄(고급형) 스마트폰 시장 공략에 힘을 쏟고 있다.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은 애플의 아성이 견고하다. 애플이 자체 개발 중인 ‘애플 인텔리전스’의 아이폰 탑재가 늦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삼성전자는 시장점유율을 늘릴 시간을 벌었다. 상황을 낙관하기는 이르다. 두 번째 AI 스마트폰인 갤럭시 Z 플립6와 갤럭시 Z 폴드6 사전 판매량이 전작 대비 저조했고 중국 업체들도 AI 기능이 담긴 폴더블폰을 속속 내놓고 있다.
#애플이 주춤하는 사이…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600달러 이상의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에서 지난해 애플은 71%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삼성전자는 17%로 2위다. 2022년과 비교해 애플은 점유율이 4%포인트(p) 하락하고 삼성전자는 1%p 상승했다. 아직 점유율 격차가 크다. 같은 기간 3위 중국 화웨이의 점유율은 3%에서 5%로 증가했다.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은 전체 스마트폰 시장 매출의 60%를 차지한다.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 공략에 고삐를 죄고 있는 삼성전자는 2024 파리 올림픽을 올해 초 출시한 첫 번째 AI 스마트폰 갤럭시 S24와 신제품인 갤럭시 Z플립을 알리는 무대로 활용하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도 2012년 런던 올림픽 이후 12년 만에 올림픽 현장을 찾았다. 삼성전자는 파리 올림픽 마케팅 비용으로 3000억 원 이상을 쓴 것으로 알려졌다.
애플은 첫 AI 스마트폰인 ‘아이폰16’ 출시를 앞두고 있다. 이에 앞서 삼성전자는 대대적인 올림픽 마케팅을 통해 ‘AI 스마트폰 강자’로 눈도장을 찍겠다는 의지다.
이와 관련, 신민수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는 “애플이 가진 고급 브랜드 이미지를 통해 본인의 정체성을 확보하려는 소비자들이 많다”며 “애플의 AI 스마트폰이 출시되기 전에 삼성전자 스마트폰 AI 기능이 소비자 경험에 있어서 몰입도를 얼마나 높여주는지가 관건이다. 애플에서 삼성전자로 스마트폰을 전환하는 소비자들도 생길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 AI 스마트폰 성적은 삼성전자 스마트폰을 담당하는 모바일경험(MX) 사업부문의 수익성을 높이는 데도 중요하다. 올해 2분기 MX·네트워크 사업부문은 매출 27조 3800억 원, 영업이익 2조 2300억 원을 기록했다. 갤럭시 S24가 출시됐던 1분기 대비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18%, 36.4% 줄었다. 갤럭시 스마트폰 신제품이 없었던 데다 갤럭시 스마트폰에 탑재되는 퀄컴 AP(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인 스냅드래곤8 3세대 가격이 오른 영향이다. 김록호 하나증권 연구원은 “올 3분기 MX 부문은 원가 상승 부담으로 수익성은 지난해 동기 대비 악화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지난 7월 31일 삼성전자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다니엘 아라우호 삼성전자 MX 사업부문 상무는 “AI 수요 확대, 신기능이 적용된 폴더블, 워치 등 신제품 출시에 힘입어 프리미엄 제품 수요가 하반기 스마트폰 시장 성장을 견인할 것”이라며 “갤럭시 AI 에코시스템(생태계) 수요가 늘고 올림픽과 맞물린 신제품 마케팅 효과 등으로 스마트폰 판매 호조를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아이폰16에 애플의 새 AI 시스템인 ‘애플 인텔리전스’가 바로 탑재되지 못할 것이란 전망은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호재다. 지난 7월 28일(현지시각) 블룸버그통신은 “애플 인텔리전스가 아이폰16 등 신제품 공개 몇 주 뒤에 출시된다”고 보도했다. 애플은 지난 6월 ‘세계개발자회의(WWDC) 2024’에서 올가을 새 운영체제 iOS 18 출시와 함께 북미에서 애플 인텔리전스 영어 베타 버전이 공개된다고 밝혔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아이폰16과 iOS 18을 먼저 공개하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방식을 통해 애플 인텔리전스를 선보이는 방식이 유력하다.
김용희 경희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대학원 교수는 “애플 인텔리전스 서비스가 늦어지는 데는 사용 최적화에 대한 문제가 일부 있을 것 같다”며 “삼성전자의 AI 스마트폰이라는 비교군이 있는 상태다. 애플 입장에서는 소비자들에게 기존에 볼 수 없었던 서비스를 보여줘야 한다는 점도 고민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중국 업체 속속 도전장
갤럭시 Z 플립6와 갤럭시 Z 폴드6의 사전판매량은 91만 대로 집계됐다. 지난해 갤럭시 Z 폴드·플립5의 사전 판매량은 102만 대였다. 갤럭시 Z 폴드·플립3(92만 대), 갤럭시 Z 폴드·플립4(97만 대) 사전 판매량보다도 적었다.
중국 업체들도 AI 스마트폰에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7월 29일 화웨이는 중저가 브랜드 노바 시리즈의 첫 폴더블 스마트폰인 ‘노바 플립’ 실물 영상과 일부 스펙을 공개했다. 노바 플립은 펼쳤을 때 두께가 6.88mm이며 화웨이의 자체 하모니OS, 치린 5G 칩, AI 기능, 5000만 화소 후면 카메라가 탑재됐다. 아직 정식 가격은 공개되지 않았다. 화웨이는 플립형 폴더블폰 ‘포켓 2’를 7299위안(약 1000달러)에 출시한 바 있다.
이외에도 지난 6월 중국 아너는 플립형 폴더블폰인 ‘아너 매직V플립’을 출시했다. 외부 커버를 디스플레이로 꽉 채운 게 특징이다. 샤오미는 갤럭시 Z 폴드6(12.1mm)보다 얇은 9.47mm 두께의 ‘믹스 폴드4’를 7월에 출시했다. 두 스마트폰에는 모두 AI 기능이 포함돼 있다. 김용희 교수는 “중국은 인구가 많아 AI 학습이 유리하다. 중국 업체 프리미엄 스마트폰의 수율이 떨어지는 것 같기는 하지만 기술력이 많이 올라왔다. 중국 업체들은 삼성전자의 80%에만 해당하는 가격에 제품을 내놓아도 승산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삼성전자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업계 대표 주자로서 프리미엄 기능들과 AI 같은 차세대 기술의 혜택을 보다 많은 사람들이 누리도록 하는 게 중요한 역할이라고 생각한다”며 “특화된 갤럭시 AI 경험을 적용한 갤럭시 생태계 중심의 매출 성장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명선 기자 seon@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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