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에 따르면 리 씨는 지난 2일 오전 5시 10분쯤 숭례문 인근 지하보도에서 중구 용역업체 환경미화원인 60대 조 아무개 씨를 흉기로 여러 차례 찔러 살해한 혐의(살인)를 받는다.
리 씨는 지난해 5월부터 알고 지낸 조 씨에게 물을 달라고 했으나 거절당했고, 조 씨가 자신을 무시한다는 생각에 범행을 저질렀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무직인 리 씨는 용산구 동자동 쪽방촌 인근 여인숙에 살면서 노숙 생활을 병행한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사람이 피를 흘린 채 쓰러져 있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지 3시간 40분 만에 동자동 쪽방촌 인근 골목에서 리 씨를 긴급체포했다.
조 씨는 발견 직후 심폐소생술(CPR)을 받으며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결국 숨졌다. 조 씨의 시신을 부검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조 씨가 다발성 자창(날카로운 것에 찔려 생긴 상처)에 의해 사망했다는 1차 소견을 경찰에 전달했다.
리 씨는 4일 오후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면서 ‘혐의를 인정하느냐’, ‘왜 범행을 저질렀느냐’는 취재진 물음에 “모른다”고 답했다.
‘범행도구를 어디서 준비했느냐’, ‘피해자에게 할 말 없느냐’ 등 다른 질문에는 답하지 않았다. 리 씨는 취재진이 다가서자 “찍지 마요”라고 외치며 물러서기도 했다.
이번 사건을 두고 취약시간대 환경미화원들의 ‘나 홀로’ 근무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이어진다. 한 홈리스 활동가는 “인적 드문 새벽 시간대에 혼자 근무하는 것은 문제”라면서 “특히 (노숙하는) 남성이 많은 곳에 여성 혼자 청소를 담당하게 하는 환경은 위험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관할 구청인 중구청은 사건 발생 이후 관할 청소노동자들의 구역을 ‘2인 1조’로 재편성할 것이라고 밝혔다.
손우현 기자 woohyeon1996@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