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자용·이진동 등 4인 모두 윤 대통령과 손발 맞춘 인연…심우정 유력 분위기 속 임관혁 주목도 상승
선정된 4명의 검찰총장 후보는 모두 윤석열 대통령의 검사 시절 함께 손발을 맞춘 인연이 있다. 이제 박성재 법무부 장관은 추천된 후보 가운데 1명을 제청하고 윤 대통령은 결격 사유를 검토한 뒤 인사청문요청안을 국회로 보내 인사청문회를 거쳐 최종 임명한다. 참고로 이원석 현 검찰총장의 임기는 오는 9월 15일까지다.
법조계에서는 최종 추천 과정은 대부분 요식행위고, 그 전에 이미 점지된 인물이 있다고 설명한다. 실제로 박성재 장관은 최근 가까운 법조인들에게 “누가 괜찮냐”는 의견을 물었다고 하는데, 법조계에서는 심우정 법무부 차관(사법연수원 26기)이 가장 유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 외에는 임관혁 서울고검장(사법연수원 26기)이 거론되는데, 강직하고 원칙적인 수사 결과를 보여준 적이 있어 되레 마이너스가 될 수 있다는 평이 나온다.
#심우정 '기획통'이 장점이자 단점
심우정 차관은 근접 기수들 사이에서 ‘독보적’이라는 평가를 받는 기획통이다. 커리어가 모든 것을 설명한다. 법무부 형사기획과장, 법무부 검찰과장,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장 등 기획통이 갈 수 있는 최고의 요직을 두루 거쳤다. 충남 공주 출신인 그는 자유선진당 대표를 맡았던 심대평 전 충남지사의 아들로도 유명하지만 ‘티’를 전혀 내지 않아 주변에 적이 없다는 것도 특징이다.
심 차관과 동기인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처음에는 승승장구하는 커리어에 질투하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누구에게나 겸손하고 친절한 성격이다 보니 적이 없는 게 심우정이라는 사람의 가장 큰 매력”이라며 “함께 하다 보면 ‘정말 일을 잘한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선배뿐만 아니라 후배들도 엄청 따르는 것이 장점”이라고 말했다. 특수통만 중용했던 윤석열 대통령이지만, 기획 라인에서 주로 업무를 맡았던 심 차관의 역량을 높게 평가한 것으로 알려진다.
윤석열 정부 출범 후 검찰총장보다 연수원 기수가 한 기수 높은 심우정 차관을 대검 차장검사로 임명한 것은 ‘기획’ 능력을 높게 산 동시에 그만큼 심 차관을 신뢰한다는 뜻이라는 설명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한동훈 전 법무부 장관 사퇴 후 심 차관을 법무부 차관에 앉히며 흔들리던 법무부를 이끌게 하기도 했다.
단점은 ‘기획 라인 보직’만 주로 하다 보니 정치적으로 예민하거나 경제적으로 파장이 있는 기업사건 경험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특히 서울동부지검장을 역임하던 2022년, 대선 직후 산업부 블랙리스트 사건 등에 대한 수사에 착수해 ‘정치적인 결정이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당시 서울동부지검은 대대적인 수사에 착수했지만, 두 달 뒤 임관혁 고검장이 서울동부지검장으로 임명되면서 “심우정 당시 동부지검장의 수사 역량을 불신한 것 아니냐”는 말도 나왔다. 실제 심우정 차관은 이후 인천지검장으로 인사가 나면서 서울동부지검장에 비하면 좌천을 당한 것이라는 해석도 분분했다.
이번 인사에 정통한 한 법조인은 “박성재 장관이 가장 먼저, 가장 많이 의견을 듣는 게 심우정 차관”이라고 귀띔하며 “심 차관의 장점은 조직 관리 능력인데 이원석 총장과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 간 갈등 등 최근 흔들리는 검찰 내부를 다잡기에 가장 적절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임관혁 ‘원칙주의’가 발목 잡을 수도
심 차관과 달리 임관혁 고검장은 전형적인 특수통 검사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과 특수2부장(현 반부패수사1부장, 2부장)을 역임한 기수 내 대표적인 특수통이다. 정윤회 게이트, STX그룹 분식회계 및 로비 의혹 등을 굵직한 수사를 이끈 경험이 있고, 평검사 시절에도 각종 사건에 투입돼 역량을 보여줬다.
‘칼로 피를 본 자는 적이 생겨 높이 올라갈 수 없다’는 법조계의 오랜 말처럼 문재인 정부 들어 좌천을 당했다. 평검사 시절 한명숙 전 총리의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을 수사했던 것이 문제가 됐다. 동기 중 선두주자로 꼽혔지만 문재인 정부 들어 광주지검 순천지청 차장검사로 좌천을 당했다. 이후 천안지청장, 안산지청장 등 한직만 돌았다. 윤석열 총장의 추천으로 2019년 세월호 참사 특별수사단 단장으로 발탁되긴 했지만, 검사장으로 끝내 승진하지 못하고 서울고검 검사, 광주고검 검사로 좌천됐다.
윤 대통령은 대통령 취임 직후 단행한 검찰 인사에서 사법연수원 26기로 늦은 편에 속했던 그를 검사장으로 승진시키며 심우정 서울동부지검장의 후임으로 임명했고, 임관혁 고검장은 산업부 블랙리스트 사건을 마무리하며 역량을 입증했다. 윤 대통령이 임 고검장을 뒤늦게라도 검사장에서 고검장으로 승진시킨 점이나 정치적인 사건들이 진행 중이던 서울동부지검장에 앉힌 것은 그만큼 ‘신뢰한다’는 증표라는 말이 나온 이유다.
특수통 출신으로 임관혁 고검장과 함께 근무한 적이 있는 한 변호사는 “특수 수사를 대하는 태도나 인품으로 볼 때 흠잡을 부분이 없는 이가 바로 임관혁 고검장”이라며 “문재인 정부 당시 다들 검찰을 떠났지만 좌천을 겪으면서도 끝까지 남아서 이렇게 다시 제대로 된 평가를 받는 것 같다”고 말했다.
후배들에게는 존경받는 부분이기도 하지만, 정작 이번 검찰총장 인사에서는 ‘원칙주의’를 앞세운 특수통이라는 게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는 평이 나온다. 실제로 문재인 정부 당시 임관혁 고검장은 세월호 참사 특별수사단 단장으로 재수사를 진행했지만, 무혐의 처분을 내며 “유가족이 기대하는 결과에 미치지 못해 실망할 것이라는 생각도 했다. 그렇지만 법률가로서 되지 않는 사건을 억지로 만들 수는 없고 법과 원칙에 따라 할 수밖에 없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후 고검 검사 등 좌천을 당했는데, 법과 원칙을 강조했던 이원석 총장과 유사한 모습이 있어 윤심(尹心)이 중요한 이번 검찰총장 인사 때는 마이너스 평가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앞의 법조인은 “이원석 총장에게 한번 데였다고 생각하는 대통령실 분위기가 있어 특수통은 좀 부담스럽다는 게 지배적인 흐름”이라며 “다만 윤석열 대통령이 낙점할 것이기에 이런 세평과 상관없이 누가 더 윤 대통령의 신뢰를 받고 있는지가 중요하지 않겠느냐”고 풀이했다.
#두 사람 모두 ‘이원석보다 선배’ 장점
검찰 내에서는 ‘둘 중 누가 되어도 좋다’는 분위기다. 특히 윤석열 검찰총장과 이원석 검찰총장, 한동훈 법무부 장관 취임 이후 급격하게 기수가 내려가면서 피라미드 조직 구조를 유지해야 하는 검찰에는 ‘기수 조절 필요성’이 높은 상황이다. 박성재 법무부 장관(사법연수원 17기)과 26기의 검찰총장 조합이면 현재 검사장급 이상 중 사의를 표명할 이가 거의 없다는 게 장점으로 꼽힌다.
신자용 대검 차장(28기)도 윤석열 대통령이 신임하는 인물이지만, 거꾸로 윤석열 정부의 남은 기간을 고려할 때 차차기 후보군이라는 게 중론이다. 검사장 출신의 변호사는 “이번 검찰총장은 윤석열 정부의 3~4년차에 정치적으로 예민한 사건을 잘 처리하면서 동시에 드라이브를 걸고 여론을 이끌어 갈 수 있는 수사도 만들어야 한다”며 “윤 대통령이 신뢰하는 신자용 대검차장이나 이진동 고검장 등 28기들이 후보에 오른 것은 ‘2년 더 기다리면서 누가 더 믿을 수 있는지 보여달라’는 시그널이 될 수 있다. 이들 가운데 한 명을 윤석열 정부의 마지막을 함께할 검찰총장으로 낙점하지 않겠느냐”고 내다봤다.
서환한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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