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혼율 아시아 1위 등 일상화된 현실 반영…“불륜·폭행 등 자극 소재로 눈길 끌기” 지적
#리얼리티 예능의 끝은 이혼
2000년대 들어 예능의 화두는 리얼리티다. 각본에 따라 연기하는 콩트 시대는 ‘개그콘서트’와 함께 막을 내렸다. 이 자리는 ‘무한도전’와 ‘1박2일’ 등 리얼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으로 대체됐다. 이후에는 아예 연예인들의 삶 속으로 카메라를 깊숙이 들이밀었다.
여기에서도 일종의 단계를 거쳤다. 혼자 사는 이들을 관찰 카메라로 들여다보는 ‘나 혼자 산다’, ‘미운 우리 새끼’를 넘어 결혼한 부부의 삶을 엿보는 ‘동상이몽’을 거쳐 아이를 키우는 ‘아빠 어디가’, ‘슈퍼맨이 돌아왔다’ 등 육아 예능이 각광을 받았다. 그리고 이제는 이혼을 겪은 이들의 아픔, 그리고 그들이 이를 극복해가는 과정에 초점을 맞춘다.
시작은 TV조선 ‘우리 이혼했어요’였다. 이혼한 부부가 TV 앞에서 속내를 드러내고, 더 나아가 그들이 다시금 마주 앉아 함께 시간을 보낸다는 파격적인 설정은 많은 우려를 낳았다. 우려가 관심으로 치환되는 데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러자 유사 예능이 쏟아졌다.
현재 방송 중인 MBC ‘오은영리포트: 결혼지옥’을 비롯해 OTT 티빙 ‘결혼과 이혼 사이’, JTBC ‘이혼숙려캠프: 새로고침’ 등이다. ‘우리 이혼했어요’로 이혼 예능의 물꼬를 튼 TV조선은 배우 전노민, 방송인 최동석을 섭외해 ‘이젠 혼자다’로 맞불을 놓았다. 여기에 MBN ‘한 번쯤 이혼할 결심’은 스타들의 가상이혼을 소재로 쓴다.
드라마 시장에서도 이혼은 단골 소재다. 15%에 육박하는 시청률을 거두고 있는 SBS 드라마 ‘굿파트너’가 대표적이다. 이 작품은 이혼 전문 변호사가 대본을 쓴 이혼 소재 드라마로 방송 전부터 화제를 모았고, 뚜껑이 열린 후 반응은 더 뜨겁다. 드라마의 특성상 불륜과 배신 등 자극적인 설정이 난무하지만, 이혼 사건을 맡았던 이혼 전문 변호사 출신 작가가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쓴 이야기인 터라 시청자들의 몰입감은 더 높다. JTBC에서 상반기 방송된 ‘끝내주는 해결사’의 주인공도 이혼 변호사였고, 이달 방송되는 ‘가족X멜로’ 역시 이혼과 재결합 등의 이야기를 다룬다.
한때 이혼은 한국 사회에서 금기시됐다. ‘백년해로’가 주위의 찬사를 받는 시대가 꽤 오래 지속됐다. 지극히 사적인 영역이지만 이혼이 죄악시됐다. 특히 대중에게 얼굴이 알려진 연예인의 이혼은 ‘구설’을 넘어 마치 ‘범죄’처럼 취급받기도 했다. 이혼 후 도망치듯 해외로 간 연예인들의 이야기도 심심치 않게 들을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연예인들이 TV 앞에서 당당하게 이혼을 이야기하고 자신의 치부를 드러낸다. 이혼을 바라보는 사회적 시선과 공기가 달라졌다는 방증이다.
#왜 이혼 이야기에 열광할까?
TV는 현실을 반영한다. 공감대가 형성돼야 관심을 끌 수 있기 때문이다. 이혼은 이제 ‘별일’이 아니다. 그보다는 주위에서 이혼 부부를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일상’이 됐다.
이는 통계로도 확인된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2년 이혼 건수는 9만 3000건이다. 같은 해 혼인 건수는 19만 2000건이었다. 산술적으로만 보자면 2쌍이 결혼할 때 1쌍이 이혼했다. OECD가 발표한 ‘한눈에 보는 사회 2019’에 따르면 한국의 조이혼율(인구 1000명당 이혼 건수)은 2016년 기준 2.1명으로 OECD 평균(1.9명)보다 높았다. 특히 아시아 국가 중에서 1위다. 아시아에서 이혼을 가장 많이 하는 나라라는 것이다. 2022년 조이혼율은 3.7건까지 치솟았다. 즉, 이혼이 누구나 한 번쯤 생각해보는 범주에 드는 키워드가 되면서 예능이나 드라마의 소재로도 자주 차용된다는 것이다.
대중의 관심을 끄는 자극의 수위가 점차 높아지고 있는 것은 문제다. 이혼의 이유는 다양하다. 하지만 대중의 이목을 집중시키기 위해 내밀한 부부관계 및 불륜과 폭행 등을 소재로 앞세우는 경우가 적잖다. 이 과정에서 사실 관계 확인 없이 카메라 앞에 앉은 일방의 주장에 초점을 맞춘다는 지적도 끊이지 않는다. ‘이젠 혼자다’에 아직 이혼소송이 마무리되지 않은 최동석이 출연하는 것에 대한 설왕설래도 있다.
‘오은영리포트: 결혼지옥’을 진행하는 오은영 박사는 제작발표회에서 “시즌1이 아이들에 대한 이야기, 부모와 아이들의 관계를 이야기했다면 시즌2는 어쩌면 남남으로 만나 가장 가까운 부부가 된 이야기를 다룬다. 심도 깊은 정보, 근거, 현주소를 현실적으로 과학적으로 다가간다”면서 “시청자에게 진정한 도움을 주기 위해 행복한 고민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혼, 즉 남의 아픔을 이야기하며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는 오 박사의 말은 이혼 콘텐츠를 만드는 제작진과 즐기는 시청자 모두 곱씹어봐야 할 대목이다.
김소리 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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