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파이브만 해도 체력 소모되는 느낌”…각 구단 경기 전 훈련 최소화하거나 생략
이 때문에 요즘 KBO리그 더그아웃에선 다양한 모양의 '넥 쿨러'가 필수품으로 자리 잡았다. '얼음 목걸이'처럼 생긴 넥 쿨러는 목에 두르는 아이스팩이다. 그라운드에서 더그아웃으로 돌아온 선수들의 체온을 빠르게 내리는 효과가 있다. KBO리그 현역 최고령 사령탑인 김경문 한화 이글스 감독조차 경기 전 선수들의 훈련을 지켜볼 때 넥 쿨러를 착용할 정도다. 선수들은 경기 중과 전후를 가리지 않고 넥 쿨러를 목에 파스처럼 붙인 채 수시로 애용하고 있다.
각 구단이 가장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여름나기' 비법은 경기 전 훈련을 하지 않거나 최소화하는 것이다. 평일 경기를 기준으로 보통 홈팀은 오후 3시, 원정팀은 오후 4시 30분에 차례로 훈련을 시작하는데 정작 경기 때보다 이때 겪어야 하는 더위가 더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훈련 참여 여부를 선수 자율에 맡기는 팀도 있고, 아예 강제로 훈련을 금지한 팀도 있다. 홈팀 선수들은 배팅 훈련만 간단하게 한 뒤 라커룸에서 휴식을 취하고, 원정팀 선수들은 숙소에서 최대한 늦게 출발한 뒤 야구장에서 몸만 풀고 경기에 나서는 식이다. 한 선수는 "너무 더울 때는 휴식일에도 외출을 가급적 삼가고, 필요한 훈련은 되도록 실내 훈련장에서 한다"고 했다.
코끼리 코처럼 길쭉한 송풍구들이 여러 개 달린 대형 냉풍기는 최근 수년 사이 야구장 더그아웃에 없어서는 안 될 '생명템'이 됐다. 선수들은 '코끼리 냉풍기' 앞에 줄을 서서 가슴과 등의 열을 식히고, 때로는 얼굴까지 갖다대며 찬 바람의 냉기를 흡수한다. 김태형 감독이 두산 사령탑 시절 애용해 유명해진 '얼음 주머니'도 고전적인 방법이다. 말 그대로 얼음이 가득 든 비닐 주머니를 머리와 목에 올려놓고 버티는 거다. 냉장고 속 이온음료와 차가운 물은 여름엔 5회가 지나기 전에 금세 동이 나기 때문에 선수단 매니저가 늘 수시로 점검하며 채워넣고 있다. 각 구단 별로 다른 브랜드의 에너지 젤이나 단백질 파우더, 건강 음료 등도 야구장 더그아웃 냉장고 한 구석에 늘 자리하고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잘 자고 잘 먹는 것'이 최고의 체력 관리 방법이다. 요즘 선수들은 특히 체계적으로 식단을 관리한다. 한 프로야구 코치는 "우리가 선수생활을 할 때는 다들 한약은 기본으로 먹고, 부모님들이 희귀 보양 음식도 경쟁적으로 구해다 주곤 했다"며 "요즘 선수들은 각종 영양제들을 잘 챙겨 먹고, 도핑테스트 적발 위험이 있는 한약보다 부담이 덜한 건강즙 등을 수시로 먹는다. 보양식도 장어나 한우, 삼계탕처럼 일반인들과 크게 다르지 않은 음식을 먹는다"고 귀띔했다. 다만 여름철 급습하기 쉬운 장염을 피하기 위해 날 것이나 찬 음식은 가급적 피하고, 먹을 때는 음식 상태에 각별히 주의를 기울인다는 후문이다.
배영은 중앙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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