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DSM 커뮤니티의 비극’ 본지 보도 사건 가해자, ‘명문대 마약’ 동아리 회장과 동일 인물로 드러나
최근 카이스트(KAIST·한국과학기술원) 대학원생 A 씨가 만든 서울대·연세대·고려대 등이 포함된 명문대 동아리에서 마약 투약·유통 및 집단 성관계 사건이 적발돼 사회적 충격을 줬다. 그런데 최근 본지 취재에 따르면 2021년 보도된 가해자 염 씨와 카이스트 대학원생 A 씨가 동일 인물이라는 점이 확인됐다. 피해자들 측면에서 이번 염 씨 사건을 재조명해 봤다.
피해자들 얘기와 염 씨가 벌인 행각에 대한 취재 내용을 종합해 보면 다음과 같이 추정된다. 염 씨는 아라곤왕국이란 커뮤니티에서 활동했다. 아라곤왕국은 스페인이 위치한 이베리아반도에 있었던 중세와 근세 시대의 왕국 이름이지만 커뮤니티 사이트 실상은 전혀 다르다. 아라곤왕국은 BDSM(가학·피학 성애) 커뮤니티로 한국 내에서 가장 큰 규모다.
‘국내 최대 BDSM 커뮤니티의 비극’ 기사에 보도된 피해자 B 씨가 염 씨를 만난 건 아라곤왕국에서였다. B 씨는 염 씨를 ‘얼굴도 곱상하고 명문대를 다니며 슈퍼카를 몰면서 재력을 과시했다’고 기억한다. B 씨는 마조히스트였고 염 씨는 사디스트였다. 2021년 보도한 바와 같이 그는 일상적 관계에서도 사디스트적 행동을 하며, ‘주인님’으로 군림했다.
염 씨는 나이를 속이는 경우가 많았다고 했다. 염 씨는 93년생으로 추정되지만, 주변에는 다섯 살 이상 어린 것으로 얘기하고 다녔다고 한다. 피해자는 염 씨가 주민등록증 나이를 고쳐, 속을 수밖에 없었다는 얘기도 했다.
염 씨는 연세대를 졸업하고 카이스트(KAIST·한국과학기술원) 경영대학을 다니다 휴학했다가 2020년 제적당했다. 5일 카이스트는 “염 씨가 이미 2020년 제적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염 씨는 연세대 재학 당시 투자학회에서 활동했다. 2020년 염 씨를 만난 피해자는 ‘염 씨가 선물, 옵션에 관심이 많았다고 말했다. 염 씨는 가상자산(코인)에도 관심을 가졌는지 ‘크립토 갓’(Crypto God)이란 이름의 트위터 계정 등 소셜미디어(SNS) 활동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그의 주 수입원은 다른 곳에 있었다고 추정된다. 바로 성매매다.
B 씨 사건이 아닌 최근 나왔던 다른 판결에서 그의 주 수입원이 성매매였던 것으로 추정할 만한 단서가 나왔다. 피해자 B 씨 사건과 별개로 또 다른 피해 여성 사건 중 재판까지 갔던 C 씨 사건이 있다. C 씨 사건에서도 B 씨 사건과 마찬가지로 염 씨는 성매매를 통해 돈을 벌었던 정황이 포착됐다.
서울경제 보도에 따르면 서울남부지검은 C 씨 사건과 관련해 2023년 염 씨를 성매매 알선 혐의로 기소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염 씨는 2021년 4월 30일과 5월 1일, 2일 두 차례에 걸쳐 서울 강서구의 한 호텔에서 20대 여성 C 씨와 다수 남성의 집단 성행위 현장을 마련하고, 남성들에게 참가비로 5만 원에서 40만 원을 받았다고 한다. 그럼에도 당시 재판부는 염 씨와 C 씨가 경제적 이득을 목적으로 집단 성행위를 진행하고 참가자를 모은 것은 아니라고 판단해 무죄를 선고했다고 전해진다.
재판부와 직접 이 모임 참여를 강요받았던 피해자들 말은 다르다. 2021년 피해자 A 씨 그리고 A 씨와 연락이 닿은 피해자들에 따르면 염 씨가 주도했던 여성과 다수 남성 간 집단 성행위는 염 씨의 주 수입원이었다. 염 씨는 주말마다 잠실역, 고속버스터미널역 인근의 유명 호텔 방을 빌려 몇 차례나 이런 모임을 운영했다.
트위터에 염 씨는 “서울 5성급 호텔 중 객실 여러 개를 잡고 진행한다’, ‘성인용품들은 새것으로 구매하기 때문에 여러 가지 비용이 많이 든다’고 했다. 그렇지만 피해자 말에 따르면 방을 잡고 하루에 2회 이상, 한 번에 5명 이상씩 들어가기 때문에 비용보다 수익이 훨씬 컸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는 이렇게 모은 돈으로 대학원생임에도 슈퍼카 등을 몰고 다니며 부를 과시했다.
염 씨는 이런 모임에 아마추어 사진기사도 불러 당시 모습을 촬영해 기록으로 남기기도 했다. 이 사진과 영상을 소셜미디어를 통해 접촉한 남성들에게 판매한 정황도 있다. 이것도 염 씨의 또 다른 수입원이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염 씨 노트북과 휴대전화를 수사기관이 확보하면 판도라의 상자가 열릴 것이라는 주장이 나오는 배경이다.
2021년 당시 피해자 A 씨는 “9월부터 12월까지 토요일과 일요일마다 두 타임으로 오후 6시와 자정에 남성이 5명 이상씩 계속 들어왔고 하혈하는데도 계속 진행했다”고 말했다. 당시 초대돼 왔던 남자가 “이게 정상적인 거냐”고 염 씨에게 물은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염 씨는 가스라이팅으로 정신을 지배하려 했을 뿐 아니라 여성을 폭행하는 경우도 흔했다고 한다. 염 씨가 A 씨의 눈을 가리고 갑자기 여러 남성을 등장시켜 관계를 맺게 한 뒤 “너는 어린 나이에 남자관계가 10명이 넘었다. 문란한 여성이다”라고 말한 뒤 “나는 그래도 너를 버리지 않을 것이다” 등의 말을 했다고 한다.
그는 성관계 영상, 자위 영상 등을 찍게 하고 이를 ‘가족에게 보내겠다’, ‘주변에 알리겠다’는 협박도 했다고 한다. 성관계를 거부하면 폭행을 해 A 씨가 하혈을 하는 경우도 있었다. 또 염 씨는 초대남을 불러 모은 어느 날 A 씨가 관계 하지 않겠다고 하자 정신을 잃을 정도로 폭행했다고 한다. 심지어 초대남이 말릴 정도였고, 호텔 옆방에서 신고가 들어가 그만둔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A 씨가 고소한 사건은 경찰서에 계류 중이다가 염 씨와 합의 이후 처벌불원서 등을 냈다고 알려졌다. 이를 통해 A 씨 사건은 다른 여성들과 달리 재판조차 가지 않았고, 사건은 경찰 단계에서 흐지부지되며 끝났다. 그럼에도 염 씨가 했던 죄가 반의사 불벌죄만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수사기관이 수사가 계속되면 과거 그가 했던 범죄가 수면 위로 드러날 수 있다. 다만 A 씨 등 피해자는 염 씨를 만나기 싫어해 합의금 상당액을 포기할 정도로 트라우마가 워낙 심한 상태다. A 씨 지인은 “염 씨 사건을 다시 고소해 제대로 처벌받게 하자고 말하고 있지만, 다시 그때 그 기억을 떠올리는 것도 진저리를 칠 정도라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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