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국기원장 A 씨. 사진=연합뉴스](https://storage3.ilyo.co.kr/contents/article/images/2024/0809/1723182856092736.jpg)
광개토 사업과 관련해 거론된 민간단체 면면을 살펴보면, 민간인들이 만든 단체로 보긴 어렵다는 반응이다. 언급된 민간단체를 이끄는 운영진 대부분이 예비역 군 고위급 정보계통 관계자인 까닭이다. 취재에 따르면 정보사 여단장 고소장에 언급된 민간단체는 군사정보발전연구소, 첩보동지회, 통일융합전략연구소 등인 것으로 전해진다.
군사정보발전연구소의 경우 육군 중장 출신이 이사장으로 재직하고 있는 사단법인이다. 이 법인 이사장은 육군사관학교 37기 출신이다. 신원식 국방부 장관, 박지만 EG 회장 등과 동기다. 첩보동지회와 통일융합전략연구소는 상대적으로 많이 알려진 곳은 아니다.
취재 결과 첩보동지회 회장은 정보사 영관급 장교 출신 A 씨였다. A 씨는 2010년대 국기원 임원으로 활동하다 국기원장까지 지낸 이였다. A 씨는 전직 국기원장, 첩보동지회 회장 등 직함을 달고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A 씨는 지난 5월엔 세계어린이태권도연맹이 새롭게 내놓은 경락품새 관련 지도자수련, 출판기념회 등 공식행사에 참여한 것으로 확인됐다. 정보사 영관급 장교로 활동하다 기업 임원, 스포츠 단체인, 민간단체 등에서 활동한 B 씨와 함께 행사에 참석했다.
A 씨와 B 씨는 또 다른 민간단체에서 공동회장 직을 맡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파공작원 팀장 출신들로 구성돼 2005년 창립한 단체다. 2024년 상반기엔 A 씨와 B 씨가 회장으로 있는 이 민간단체가 정보사령관과 대립각을 세웠던 일이 있었다. 정보 계통 관계자들 사이에서 회자됐던 에피소드 내용은 이랬다.
지난 3월 발간된 한 월간지에 A 씨 인터뷰가 실렸다. 대북공작원 팀장들에 대한 합당한 예우가 필요하다는 내용이었다. 인터뷰엔 현직 정보사령관과 A 씨, 그리고 국방위원회 소속 여당 의원이 함께 찍은 사진이 인터뷰 기사에 함께 게재됐다. 인터뷰가 공개된 후 정보사는 이 월간지 측에 연락을 취해 ‘인물 정보’임을 근거로 사진 삭제를 요청했다고 한다. 이를 두고 A 씨가 이끄는 민간단체가 불쾌감을 토로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3월 13일 민간단체는 회장단 명의로 정보사령관에게 공문을 보냈다. A 씨와 B 씨 이름이 적혀 있었던 공문엔 민간단체가 정보사령관 면담 요청 및 특수임무유공자 관련 법률 시행령 개정을 요청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정보사 출신 OB들로 구성된 민간단체가 정보사령관에게 면담 요청 및 공작팀장 출신 요원들에 대한 처우를 개선해달라고 직접 요구한 셈이다. 정보사 측은 해당 면담요청에 응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용산 국방부 전경. 사진=사진공동취재단](https://storage3.ilyo.co.kr/contents/article/images/2024/0809/1723183485557756.jpg)
전직 정보 당국 관계자도 “A 씨는 전역 이후 활발한 사회활동을 한 것으로 유명하다”면서 “동시에 A 씨가 지나온 자리에 사고가 끊이지 않았던 점도 굉장히 잘 알려져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군 재직 시절엔 한 지자체 부시장이 A 씨와 함께 시유지 부정 매매 의혹에 휩싸이며 구속되기도 했다”면서 “A 씨가 국기원장으로 재직할 땐 각종 의혹에 휩싸이다가 퇴임 후엔 국기원 재직 당시 횡령 및 배임 혐의로 징역 2년 집행유예 3년 판결이 확정됐다. 몇몇 민간단체 회장 직함을 달고 활동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A 씨가 정보사 수뇌부 갈등에 직접적인 연관이 있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OB들로 구성된 민간단체가 정보사와 대립각을 세운 것이 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고 바라봤다. 그는 “사령관 입장에선 이런 에피소드들이 누적되면서, 그간 관례나 루틴과 별도로 OB들의 안가 활용을 부정적으로 바라봤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8월 9일 일요신문은 A 씨에게 연락해 첩보동지회 회장이 맞는지를 물었다. A 씨는 “회장이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얼마 전까지 일부 언론 보도에 회장이라고 소개되지 않았느냐’고 묻자, A 씨는 “그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면서 “무엇 때문에 그러느냐”고 반문했다. ‘정보사 안가 활용 단체로 첩보동지회가 언급이 된 경위’를 문의하자 A 씨는 “다음 기회에 이야기 한번 하자”고만 했다.
이동섭 기자 hardout@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