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NDX 코인 사기’ 증거 ‘RNDX 코인 업셀 스크립트’ 입수…“3천 매수하시면 무조건 9억 예상 수익”
L 투자그룹 이 대표 등은 2022년 3월부터 2022년 5월까지 70여 일 동안 투자자(피해자) 377명으로부터 RNDX 코인 구입 대금 명목으로 1102회에 걸쳐 총 104억 2760만 4453원을 송금 받아 편취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일요신문은 L 투자그룹 일당이 당시 고객 수 백 명에게 어떤 방식으로 RNDX 코인을 사기 판매했는지 입증하는 자료를 입수했다. 바로 'RNDX 코인 업셀 스크립트'다. '업셀(upsell)은 한 고객이 이전에 구매했던 상품보다 더 비싼 상품을 사도록 유도하는 영업자의 판매 방식이다. '스크립트(script)'는 대본 즉 영업자가 고객에게 상품을 설명하는 영업대본이다. 한마디로 영업자가 기존 고객에게 전화 상으로 코인을 판매하며 읽었던 영업대본이다.
'RNDX 코인 업셀 스크립트'를 통해 영업자가 고객에게 어떤 사탕발림으로 사기 행각을 벌였는지 한 눈에 확인할 수 있다. 해당 스크립트를 들여보면 이렇다.
영업자는 자신의 기존 고객에게 "회원님! 다름 아니라 이번에 개인적으로 긴급 정보를 전달 드려야 될만한 급한 상황이라 연락드렸구요~ 일단 회원님 투자자금 중에 저(영업자)한테 말씀 안 하신 비자금이 분명히 있으실 거예요"라며 운을 뗀다. 그러면서 "제(영업자)가 개인적으로 어렵게 알아내서 드리는 정보니~지금부터 말씀드릴 극비 정보에 집중해주셔야 합니다"라며 '극비 정보'를 강조한다. 고객 관심을 끌며 귀를 솔깃하게 만든다.
이어 "초극비 예상 정보 하나를 말씀드리자면"이라면서 "(중략) 인스타그램을 제치고 코인 채굴 시스템을 결합시키는데 성공한 소셜미디어 플랫폼이 최근에 결정났습니다"라고 다소 난해한 용어들을 섞어가며 구구절절 설명한다. 그러면서 '둥글 어플리케이션(둥글 어플)'을 소개한다. 영업자는 고객에게 둥글 어플이 "인스타그램 다음으로 전세계 5위 안에 드는 소셜미디어 플랫폼"이라며 "동남아랑 유럽 쪽에선 지나가는 사람 10명 중 1명이 둥글로 메시지 보내고"라며 거짓 설명을 이어간다.
영업자는 대본에 따라 "코인을 얻는 방법은 둥글 어플에서 간단한 접속 활동과 게시글에 '좋아요'만 누르시면 확률적으로 코인이 얻어지는 시스템"이라며 "RNDX라는 둥글 전용 코인이 먼저 채굴되고 이 코인을 나중에 비트코인으로 전환해서 쓰시면 되는 간단한 시스템"이라고 설명한다. 그러면서 "뉴스, 예상 공시 정보보다 두 달 정도 빨리 회원님께 지금 정보 전달 드린 거구요"라며 코인 매입을 우회적으로 재촉한다. 심지어 둥글 어플을 '제2의 인스타그램'이라고 했다.
영업대본엔 "6개월 안에 기존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ㅎㅎ 예상컨대 싹 다 유저들 무너지고 둥글 코인으로 거의 전부 다 이동할 수밖에 없구요. 왜냐면 소통도 하는데 돈도 벌어다 주잖아요"라며 판매에 열을 올린다. 특히 "RNDX 코인이 6월 안에 상장 예정"이라며 "회원님 인생을 단숨에 몇백 억 부자로 바꿔 버릴 겁니다"라며 꼬드겼다.
영업자는 고객에게 "싸이월드 도토리 코인도 하루만에 7배 날아가는데"라면서 "전 세계 인구가 거의 다 이용할 제2의 인스타그램! 해외 6대 메인 거래소에 상장 된다면 주가는? 과연 얼마나 올라갈 것 같으세요"라고 되물으며 "이미 거대 외국 기업이나 금융계 큰 손들은 지금 거래 물량 나올 때마다 예약 매수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고객에게 잇따른 거짓 정보를 흘렸다.
영업대본에 따르면 "(RNDX 코인이) 상장 되자마자 바로 원금에 2배 이상 예상 수익 먹으면서 시작하시는 거고, 6월 말까지 30배는 무조건적으로 먹을 거라고 예상"한다면서 "감히 말씀 하나만 드리자면 회원님 인생에 있어서 운명을 바꿀 기회가 딱 한 번 있다면, 제 아이 예은이, 예솔이, 예혁이 이름까지 걸고 바로 지금이 처음이자 마지막 기회라 말씀드리겠습니다"라며 아이들 이름까지 들먹이며 코인 매입을 유도했다.
또한 영업자는 "3천 (만 원) 정도 매수하시면 무조건적으로 9억 (원) 정도 예상 수익이 나오실 거"라며 "그럼 딴 건 다 괜찮고, 꼭 저한테 커피 한 잔 정도는 부탁드립니다! 어느 정도 매수해 보시겠어요?"라며 대본 읽기를 끝냈다. 이후 영업자와 고객의 본격적인 상담이 이뤄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영업대본엔 영업자가 고객과 통화하면서 중간중간 취해야 할 행동 요령까지 꼼꼼히 기재돼 있다. '(고객의) 대답듣고' '여기서부터 느리게 (고객에게 설명)' '꼭 (고객의) 대답 듣고' '여기까지 말 느리게 끝' '도토리코인 증거자료 캡처 보내고' 등이 적혀 있다.
김지영 기자 young@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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