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변동성이 어느 때보다 큰 상황을 생각하면 주식시장 활성화가 한편으로는 투기 성향의 강화를 의미한다는 우려를 낳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거시적으로 보면 주가는 결국 기업가치에 수렴하고 수익성과 사업전망이 유망한 기업일수록 주식시장을 통해 자본을 쉽게 조달할 수 있다. 따라서 투자 인구 증가와 주식시장 활성화는 충분히 환영할 만한 일이다.
그렇다면 '주주' 또는 '주주의 지위'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 주주는 회사가 발행한 주식의 소유주로서, 직관적으로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개념이다. 다만 회사와 주식을 엄밀히 구분할지 말지에 따라 주주의 법률적 지위나 위상은 달라진다.
소유와 경영을 분리해 대규모 자본을 유치하고자 했던 주식회사의 역사적 기원에 보다 부합하는 주주 개념은 회사가 아닌 주식의 소유주라고 할 수 있다. 주주는 회사의 소유주는 아니므로 회사의 거래나 의사결정에 직접 관여할 수 없다. 잔여청구권자로서 최종적으로 회사가 거둔 이익을 지분율에 따라 환원받을 뿐이다. 판례로써 형성된 법리도 이러한 입장에 서 있다.
법원은 주주에 대해 "주식의 소유자로서 회사의 경영에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다고 할 것이나, 회사의 재산관계에 대하여는 단순히 사실상·경제상 또는 일반적·추상적인 이해관계만을 가질 뿐 구체적 또는 법률상의 이해관계를 가진다고는 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나아가 "주주는 직접 회사의 경영에 참여하지 못하고 주주총회의 결의를 통해서나 주주의 감독권에 의해 회사 영업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을 뿐"이라고 판단하기도 했다.
이러한 관점을 충실히 따르면 단일 회사 차원에서 지배주주가 부당하게 회사의 이익을 침해하는 것을 방지하는 데 도움이 될 수도 있다. 지배주주라고 하더라도 구체적인 의사결정에는 관여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은 이러한 고전적인 관점을 충실히 따르는 것이 주주권익이나 기업가치 훼손을 방지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고, 오히려 방해가 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주주는 경영진이나 이사가 아닌 이상 구체적인 경영의사결정에 관여할 수 없음이 분명하다. 그러나 지배주주는 외관상 직접 업무를 지시하거나 집행하지 않으면서도, 사실상의 지배력을 통해 자신의 의사를 경영의사결정에 충분히 반영할 수 있다. 노동법의 보호를 받는 일반 직원에 비해 어떤 의미에서는 지위가 불안정하다고 할 수 있는 경영진이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지배주주나 총수의 의중에 부합하는 결정을 내리기도 한다.
특히 기업집단에서는 단순히 지배주주와 단일 회사 사이에서만 이해 상충이 발생하지 않는다. 총수는 대개 기업집단 내에서 특정 회사의 지분만을 소유하고 있고, 총수와 총수 지분이 없는 다른 계열회사 및 그 주주들 사이에서 이해 상충이 더 크고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최근 논란이 됐던 SK그룹(SK이노베이션-SK E&S 합병)과 두산그룹(두산에너빌리티 분할 및 두산로보틱스-두산밥캣 포괄적 주식교환)의 지배구조 변동 역시 이러한 이해 상충 양상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주주의 지위와 위상을 고전적인 개념에만 국한시킨다면 대기업집단에서 발생하는 총수의 전횡과 이해 상충을 효과적으로 통제할 수 없다. 회사와 주식은 개념적으로는 구분될 수 있지만 다분히 관념적인 접근이기도 하다. 주식 소유의 경제적 실질은 그 지분율만큼 회사를 소유하는 것과 동일하다. 나아가 잔여청구권자인 주주는 회사와 항상 이해관계를 같이 한다.
그렇다면 적은 지분만 가진 주주라도 회사의 소유주로서 지위를 어느 정도 인정하고 법률상 권한을 충분히 행사할 수 있게끔 보장해야 한다. 때로는 총수나 지배주주에 대한 견제 역할을 일반주주가 충실히 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계열사 간 합병 등 주요 주총 결의사항에 대해서는 지배주주 측 의결권을 보다 적극적으로 제한함으로써, 소수주주에 의한 과반결의(Majority of Minority)가 이뤄지도록 할 필요가 있다.
최근 주식시장의 하락세가 뚜렷하게 나타나자 주주권익 보호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바람직한 변화이지만 주주권익이 단순히 주가 부양을 의미하지는 않음을 유념해야 한다. 주주가 회사의 엄연한 소유주로서, 기업집단 총수가 행사하는 사실상의 지배력을 감시·견제할 수 있도록 충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야말로 주주권익을 실효성 있게 보장하는 지름길이다.
노종화는 회계사이자 변호사다. 현재(2017년 5월~) 경제개혁연대 정책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2020년 3월부터 경제개혁연구소 연구위원(상근)으로도 재직 중이다.
노종화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