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정법시대는 전 직원에게 1847만 원 지급” 판결…전 직원 “나머지 임금 받기 위해 항소 고려하고 있다”
서울서부지방법원 민사9단독은 13일 ㈜정법시대는 이 회사 직원 출신인 오승민 씨(42)에게 1847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오 씨는 정법시대에 임금 3100만 원을 청구했고 그 일부를 이번에 법원으로부터 인정받은 셈이다. 판결 직후 오 씨는 일요신문과 통화에서 "증빙자료를 더 준비해서 이번에 받지 못한 나머지 임금을 받기 위한 항소를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법시대 측의 항소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정법시대는 2014년 11월 설립됐다. 2021년 9월 ㈜케이에이글로벌로 상호를 변경했다. 출판‧교육‧문화 사업을 하는 이 회사는 천공의 여러 사업체의 모체다.
천공의 본명은 이천공. 2019년 이병철에서 이천공으로 개명했다. 유튜브 채널 강연에선 2020년부터 천공스승으로 불리고 있다. 1956년생으로 올해 68세. 본적은 부산 사하구 감천동이다.
임금청구 민사소송을 제기한 원고는 대전에 사는 오승민 씨(42)다. 피고는 천공이 운영하는 ㈜정법시대(현 ㈜케이에이글로벌)다. 이 회사 대표는 천공의 수제자인 신경애 씨(67)다. 신 씨는 2003년경부터 20년 이상 천공과 인연을 이어오고 있다.
천공은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 소개로 2017년경 ‘검사 윤석열’을 처음 알게 됐다. 그러면서 윤석열 부부 조언자로 알려졌다. 신경애 씨도 자연스럽게 윤 대통령 부부와 가깝게 지냈다고 한다. 신 씨는 ‘혜공’으로도 불린다. 천공은 유튜브 강연에서 신 씨를 “1등 제자”라 추켜세우기도 했다.
지난 대통령 선거 당시 윤석열 후보의 악재 가운데 하나는 ‘무속 논란’이었다. 이에 윤석열 부부가 정략상 무속인과 거리두기를 할 것으로 관측됐다. 하지만 신 씨를 포함한 천공 최측근 2명이 2022년 5월 10일 윤석열 대통령 취임식에 초대받아 참석했다. 윤 대통령 부부와 천공 측 관계가 얼마나 돈독한지 엿볼 수 있는 장면이었다.
1년 전인 2023년 4월 임금청구 소송을 제기한 오승민 씨와 천공의 첫 인연은 201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오 씨가 천공의 유튜브 정법시대 강의 내용에 빠져들면서부터였다.
일요신문과 만난 오 씨는 “천공의 유튜브 채널은 2011년 처음 개설됐다. 난 2012년 유튜브를 접하고 세뇌당하고 심리적으로 조종당했다. 2013년에 이병철(이천공의 개명 전 이름) 씨를 만났다. 2014년 이병철 씨가 갖고 있던 경남 함양에 있는 사과 농장에서 1년 정도 일했다. 당시 (정법시대에선) ‘거기(사과 농장)는 도량이다. 공부할 수 있는 수행터다. 너희들(도반들)이 거기서 생활하는 것이 수행’이라고 했다”고 말했다. 7000여 평 규모인 사과 농장에선 많을 땐 20명이 같이 일했다고 한다.
그는 2015년 3월부터 2020년 6월까지 5년여 동안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에 있는 70평 규모 아파트에서 10여 명과 함께 숙식했다. 오 씨와 함께 숙식한 이들 역시 천공의 유튜브 강의에 심취해 자발적으로 온 사람들이었다. 거기서 오 씨를 비롯한 그들은 정법시대 대표인 신경애 씨와 천공 지시를 받아 업무를 수행했다. 오 씨는 주로 출판과 영상 편집 업무를 담당했다.
오 씨는 “이천공 씨는 ‘정법’이라고 일컫는 종교 유사 단체를 이끄는 사람”이라며 “신 씨는 이 씨와 함께 여러 법인을 설립해 ‘정법’과 관련된 출판업, 교육지원 서비스업, 공연, 영화, 음반 및 관련 엔터테인먼트 기획・제작업을 하는 사람”이라고 했다.
오 씨가 전한 정법시대 근무 시절은 종교단체 생활과 흡사했다. 그는 “종교집단처럼 다른 사람들과 한 곳에서 함께 생활했다. 식사나 근무 시간도 규칙적으로 정해져 있었다. 하루 중 오전 11시부터 오후 5시까지, 저녁 6시부터 밤 12시까지 근무했다. 이병철 씨가 진행한 강의에 대한 속기록을 바탕으로 이를 문장으로 만들고 교정해서 책으로 만드는 작업을 했다. 그러다 2017년부턴 영상 편집 업무를 수행했다”고 회고했다.
오 씨는 “신경애 씨가 거기(용인시 기흥구 아파트)에 출판‧영상 편집팀을 꾸려서 컨트롤했다”며 “같은 아파트 다른 곳에 사는 이병철 씨가 오전 9시쯤 우리 숙소로 오면 모두 아침 식사를 했다”고 말했다.
천공의 육성 강의를 문장화하고 교정해야 할 녹취록 분량이 상당히 많았다고 한다. 정법시대는 하루에 무조건 영상 3개를 유튜브 채널에 올려야만 했다. 오 씨 업무량도 많을 수밖에 없었다.
그는 “근무시간 내내 작업해도 시간이 모자라 자정 넘어 새벽 1, 2시까지 업무를 수행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무엇보다 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휴일도 전혀 없었다. 병원에 가는 등 개인적으로 외출해야 할 상황이 생기면 허락을 받아 잠깐 외출하고 돌아올 정도였다”고 씁쓸해했다.
오 씨 등은 하루에 10시간 넘도록, 휴일도 없이 일했다고 한다. “정법시대는 출판업과 유튜브 채널 운영 등으로 막대한 수익을 올렸다”는 게 오 씨의 주장.
하지만 “변변한 월급을 받은 적이 없다”고 오 씨는 말했다. 그는 “여러 해 동안 정법시대를 위해 일했다. 그런데 내 통장과 체크카드 등을 모두 정법시대가 관리했다. 나는 생활하는 데 필요할 때마다 필요한 돈을 받는 정도였다. 아무런 임금도 지급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오 씨가 천공의 그늘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건 “책들의 도움”이었다. 그는 “그때(정법시대 근무할 때) 거기선 책 읽는 게 금지였다. 그래서 내가 몰래몰래 책을 사서 봤다. 우선 뉴 에이지(New Age) 사상 관련 책을 읽었다. 사이비 종교 관련 서적들, 심리학이나 정신질환 관련 책들을 계속 봤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정법시대를 제 발로 “도망쳐” 나올 수 있었다고 했다.
그는 “(정법시대 근무할 때) 서류상으론 근로자로 돼 있는데 언제부터 근로자도 돼 있는지, 정확히 어떤 회사 소속으로 돼 있는지, 나한테 급여는 책정돼 있었는지, 얼마나 책정돼 있는지조차 전혀 몰랐다”며 “정법시대에서 도망쳐 나오고서야 내 계좌 내역 등 일부 서류상으로 관련 사실을 확인했을 뿐”이라고 밝혔다.
정법시대를 나온 뒤에야 오 씨는 자신이 2019년 11월 1일 건강보험 자격을 취득했고 2020년 6월 1일 자격을 상실한 사실도 확인했다. 자격 취득과 상실 모두 정법시대에 있을 때였다. 그런데 오 씨는 건강보험 자격취득일이 왜 그렇게 기재돼 있는지 그 까닭을 알지 못한다. 오 씨가 통장과 체크카드 등을 직접 관리한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당연히 입금과 출금 내용도 알지 못했다. 그는 “거기 있을 땐 급여라는 걸 생각도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오 씨는 법원에 자신의 건강보험자격득실확인서와 자신 명의의 은행 계좌 거래내역서 등을 증거물로 제출했다. 정법시대가 오 씨에게 매달 일정한 금액의 급여를 입금한 사실을 확인할 수 있는 증거들이기 때문이다.
뒤늦게나마 오 씨는 자신이 일한 대가인 임금과 퇴직금 일부를 받으려 했다. 그리고 이번에 그 일부인 1847만 원을 지급하라는 법원 판결을 받아냈다. 하지만 여기가 끝은 아닌 듯하다. 그는 사과 농장에서 일한 2014년부터 정법시대에서 근무한 2020년까지 6년여 동안 못 받은 임금과 퇴직금 모두를 제대로 산정해 다시 법원을 통해 천공 측에 청구할 의지를 피력했다.
김지영 기자 young@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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