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차원 지원에도 정상화 실패…차녀 김진아 사장 승진, 세아 “승계 계획 아직 없어”
이런 가운데 글로벌세아그룹은 승계 작업에 착수했다. 글로벌세아는 지난 8월 1일 김진아 부사장을 글로벌세아 대표이사 사장으로 승진시켰다. 김진아 사장은 김웅기 글로벌세아그룹 회장의 차녀다. 김진아 사장은 글로벌세아 전략기획실장, 그룹총괄 부사장 등을 거쳤다. 최근 부각된 재무위기 진압이라는 중책을 다시 맡게 된 셈이다.
#김웅기 회장도 사재 내놓았지만…
글로벌세아는 2018년 STX중공업 플랜트 사업부를 161억 원에 인수했다. 비슷한 시기 사모펀드 파인트리는 STX중공업 엔진기자재 사업부(STX중공업)를 977억 원에 사들였다. 처음에는 글로벌세아의 판단이 옳았다는 평가가 대세였다. 세아STX엔테크는 2018년 21억 원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이듬해인 2019년에는 39억 원의 영업손실을 거뒀지만 2020년 다시 97억 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반면 파인트리가 인수한 STX중공업은 2022년에야 처음 흑자를 거뒀다.
하지만 현재는 분위기가 바뀌었다. STX중공업은 2022년과 2023년 각각 111억 원, 179억 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증권가에서는 STX중공업이 올해 283억 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최근에는 파인트리가 보유한 STX중공업 47.50% 중 22.85%를 HD한국조선해양에 391억 원에 매각했다. STX중공업은 HD현대마린엔진이라는 새 이름으로 대기업 계열사가 되고, 세아STX엔테크는 법정관리 신세를 맞게 됐다.
세아STX엔테크는 2022년과 2023년 각각 1008억 원, 353억 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이에 글로벌세아와 세아상역, 태림페이퍼 등의 계열사가 세아STX엔테크에 자금을 지원했다. 세아STX엔테크가 글로벌세아와 세아상역, 태림페이퍼로부터 차입한 금액은 892억 원에 달한다. 김웅기 회장도 455억 원을 사재 출연했다. 그럼에도 세아STX엔테크의 자본총액은 지난해 말 기준 마이너스(-) 1285억 원이다.
세아STX엔테크의 주력 사업은 환경·발전 분야 화공설비 플랜트 설계·조달·시공(EPC)이다. 세아STX엔테크는 실적 악화에 대해 업황 악화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인한 원자재 가격 급등, 한국전력공사(한전) 발전 자회사들의 공사비 증액 요구 거절 등의 여파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한전 관계자는 “사업 관리능력 부재로 발생한 사업비 증가 책임을 발주처로 무리하게 전가하고 있다”고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세아STX엔테크는 일부 프로젝트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는 지적이 나온다. 세아STX엔테크의 올해 1분기 매출 84.5%가 이라크BECL에서 발생했다. 또 세아STX엔테크의 3개 프로젝트(이라크BECL, 정읍동원페이퍼, 하동저탄장)에 수주잔고 90% 이상이 집중될 정도다.
사실 세아STX엔테크의 법정관리 가능성은 이전부터 거론됐다. 한국기업평가는 지난 6월 14일 세아STX엔테크의 신용등급을 ‘B+/부정적’에서 ‘B-/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박찬보 한국기업평가 선임연구원은 당시 “수주 잔고의 질적 수준 감안 시 미진한 영업현금창출력이 중단기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과중한 차입규모에 따른 이자비용 부담으로 자체적인 현금흐름을 통한 재무구조 개선 여력은 제한적인 수준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재계에서는 세아상역을 주목
글로벌세아는 2007년 인디에프(옛 나산)를 시작으로 STX중공업 플랜트 사업부, 태림페이퍼, 발맥스기술, 쌍용건설 등을 인수했다. 글로벌세아는 2022년 섬유·패션, 건설, 제지·포장, F&B(식음료), 문화·예술 분야를 주축으로 오는 2025년까지 매출 10조 원, 영업이익 1조 원을 달성하겠다는 비전도 발표했다.
현재로서는 목표 달성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세아STX엔테크뿐 아니라 인디에프도 적자를 기록 중이다. 글로벌세아는 M&A로 인한 차입금 이자만 연 100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장 관건이 되는 기업은 쌍용건설이다. 쌍용건설은 지난해 매출 1조 4715억 원을 기록하는 등 글로벌세아그룹의 핵심 계열사다. 그러나 건설 업황이 불투명하다는 점은 불안 요소다. 쌍용건설의 자본총액은 2022년 말 1020억 원이었지만 이후 계열사들이 유상증자에 참여해 2023년 말에는 2883억 원으로 늘었다.
쌍용건설은 2021~2022년 해외 부실 사업장에 대한 우려를 상당수 씻어냈다는 평가다. 김창수 NICE신용평가 책임연구원은 쌍용건설에 대해 “손실 사업장의 공사가 일단락되며 2023년 영업흑자 전환이 이뤄졌다”며 “일부 손실 사업장에서의 도급비 증액·보상 협상이 진행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2021~2022년 대비 개선된 영업실적 유지가 가능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여수 학동 주상복합, 김해 삼계 아파트 등은 분양 성적이 좋지 않아 잠재적인 위험 요인으로 꼽힌다. 올해 분양 예정 사업장인 평택 통북동 주상복합의 분양 성공도 장담할 수는 없다. 계열사 지원 가능성에도 물음표가 붙는다. 쌍용건설의 부채비율은 255%대로 완전히 정상화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어려운 계열사 사정 때문에 현금인출기(ATM) 역할을 하고 있다. 쌍용건설은 지난 8월 7일에도 글로벌세아에 300억 원을 단기 대여하기로 했다.
한편, 글로벌세아는 김웅기 회장의 차녀 김진아 사장이 전면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김진아 사장은 김웅기 회장의 세 자녀 중 유일하게 등기임원으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김 회장의 장녀 김세연 씨는 미국에서 거주하는 것으로 알려졌고, 삼녀 김세라 씨는 세아상역 영업부문 부사장을 맡고 있다.
다만 지분 승계는 갈 길이 멀다. 글로벌세아의 주주는 △김웅기 회장 84.80% △김수남 세아재단 이사장(김웅기 회장 부인) 12.36% △김세연 씨 0.59% △김진아 사장 0.59%로 구성돼 있다.
재계에서는 세아상역을 주목하고 있다. 김세연 씨는 세아상역 지분 12.94%를 갖고 있고, 김진아 사장과 김세라 부사장도 각각 12.56%를 보유 중이다. 김 회장 자녀들이 글로벌세아 지분 승계 과정에서 세아상역 지분을 활용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세아상역의 매출은 2022년 2조 3397억 원에서 2023년 1조 8219억 원으로 22.13% 감소하는 등 실적이 하락세에 있다. 또 세아상역이 특수관계자에 대한 대여금은 지난해 말 기준 3262억 원이다. 글로벌세아그룹 계열사가 부진하면 세아상역에도 만만치 않은 타격이 올 수밖에 없다. 이와 관련, 글로벌세아 관계자는 “지분 승계 계획이나 변동 계획은 아직 없다”고 말했다.
민영훈 언론인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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