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사실무근” 부인…투자업계 “기업가치 제고 측면에서 정리해야 할 것”
최근 카카오가 일부 계열사 매각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7월 게임 개발사 크래프톤이 카카오게임즈 인수를 검토한다는 말도 흘러나왔다. 카카오는 이에 선을 그으며 사실이 아니라는 공시를 냈다. 이외에도 카카오의 계열사 매각설은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카카오게임즈의 스포츠 전문 계열사인 카카오VX의 매각 가능성과 카카오모빌리티, 카카오엔터테인먼트까지 매물로 나올 수 있다는 소식이 이어지고 있다. 자본시장에서도 카카오의 계열사 매각 가능성을 언급하고 있다.
카카오는 2016년 7월 카카오게임즈, 2017년 8월 카카모빌리티, 2021년 1월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등 업종을 가리지 않고 계열사를 늘려왔다. 올해 1분기 말 분기보고서 기준 카카오의 계열사는 무려 211곳이다. 2024년 기준 재계 순위 15위인 카카오가 계열사 수로 따지면 2위인 셈이다. 카카오의 문어발식 확장은 '골목상권' 이슈로 정치권에서 문제를 제기했을 정도다.
잇단 인수합병(M&A)은 재무적으로 큰 부담이 된 것으로 나타났다. 카카오는 지난해에만 1조 4833억 원의 영업권을 손상처리한 바 있다. 카카오의 2022년 영업권 손상차손은 7000억 원이었는데 이는 SK의 4486억 원보다 많다. 투자업계 관계자들은 카카오의 기업가치 제고 측면에서 문어발식 경영을 정리하고 핵심 사업에 집중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한때 게임시장의 중심에 있던 카카오게임즈의 최근 입지는 크게 위축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2분기 카카오게임즈의 매출은 2711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5% 감소했으며 영업이익은 265억 원으로 전년 대비 30% 감소했다. 더욱이 올해 실적은 좋지 않은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신작 성적도 부진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카카오게임즈가 매각설에 휘말리는 배경이다.
카카오게임즈의 자회사 카카오VX도 매각설에 시달리고 있다. 2012년에 설립된 카카오VX는 국내 골프 예약 플랫폼 1위 업체로 2017년 카카오게임즈의 자회사로 편입됐다. 코로나19 팬데믹 동안 골프 열기가 고조되면서 실적이 호조를 보였으나 엔데믹 이후에는 실적이 악화하고 있다. 2022년 사상 최대 실적을 냈던 카카오VX는 지난해 매출 1471억 원, 영업손실 77억 원으로 부진했다. 전년 대비 매출은 17% 하락했고 영업이익은 적자 전환했다. 카카오게임즈 관계자는 "재무적인 개선을 다각도로 검토 중이나 아직 구체적인 논의는 없으며 현재 진행되고 있는 사안은 없다"고 말했다.
카카오모빌리티 매각설도 흘러나오고 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올 초 회계기준 위반 혐의로 논란이 된 바 있다. 상장을 준비하던 과정에서 '고의성 매출 부풀리기', 즉 상장 시 공모가를 높이기 위해 2020년부터 고의로 매출을 부풀리기 위해 수수료 수입 전체를 매출로 하는 회계분식을 했다는 것이 금융감독원의 지적했다.
무엇보다 카카오모빌리티의 2대주주인 사모펀드 텍사스퍼시픽그룹의 투자금 회수 의지가 강한 것이 매각설에 힘을 싣는다. 2022년 기업가치를 8조 5000억 원까지 평가받던 카카오모빌리티는 골목상권 침해와 회계분식 논란 등에 휩싸이며 기업공개가 무산됐다. 또 2022년에는 MBK파트너스에 경영권을 매각하려 하기도 했지만 노조의 거센 반발에 철회한 바 있다. 텍사스퍼시픽의 투자금을 되돌려주기 위해서는 사실상 상장이 무산된 터라 매각밖에 없다는 것이 투자업계 관계자들의 생각이다.
카카오 측은 계열사 매각설에 "전면 부인한다"는 입장이지만 카카오의 현재 상황과 정신아 카카오 대표의 일성으로 미뤄볼 때 계열사 매각은 열려 있다는 해석이 적지 않다. 지난 3월 취임한 정신아 대표는 '선택과 집중'을 통해 미래산업에 집중하겠다는 의지를 밝혀왔다. 지난 8일 진행된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정 대표는 "'비핵심 사업의 효율화' 의지를 강조"해 일부 계열사 및 사업 부문의 매각 가능성이 제기되기도 했다. 카카오는 지난 8일 열린 컨퍼런스콜에서 그룹 계열사 매각이나 조직구조 재편 관련 질문에 대해 핵심 사업과 연관성이 부족하다고 판단되는 사업은 하반기 중 효율화 작업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카카오가 직면한 오너의 사법리스크도 계열사 정리에 힘을 싣는다. 카카오 창립자 김범수 경영쇄신위원장은 SM엔터테인먼트 주식 시세조종 혐의로 현재 구속상태로 재판 중에 있다. 김 위원장은 하이브의 SM엔터 주식 공개매수 저지를 위해 SM엔터 주가를 공개매수가인 12만 원보다 높게 고정시키는 방식으로 시세조종한 혐의를 받는다. 이후 김 위원장이 주요 의사결정에서 멀어졌다. IT업계에서는 김범수 위원장의 구속 상태가 회사의 전략적 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어 계열사 매각 검토로 이어질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IT업계 한 관계자는 “계열사 매각이 카카오의 재정적 부담을 줄이고 자금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일 수 있다”고 말했다. IT업계 다른 관계자는 “카카오는 자산의 효율적 운영과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손실 계열사의 매각을 고려할 수밖에 없을 것이며 이를 통해 단기적으로 재무 문제를 해결하고 장기적으로 경영 안정성을 확보하려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카카오는 기술 혁신과 글로벌 시장 확장을 통해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하려는 계획을 세워야 할 것"이라면서 "비핵심 계열사 정리를 통해 자원을 효율적으로 재배치하고, 미래 성장 산업에 집중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양보연 기자 bye@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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