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카이 임시 정보’ 발령 후 불안감, 지진운 검색 급증…노토반도 지진 땐 SNS상 구조 요청 10% 허위
#불안 부추기는 지진 예언글
일본 역사를 돌이켜보면 100~150년 주기로 규모 8 이상의 난카이트로프 지진이 꾸준히 일어났다. ‘난카이트로프 지진’이란 태평양 연안과 맞닿은 일본 시즈오카현 쓰루가만에서 규슈 동쪽 지역까지 걸친 해저 봉우리와 협곡지대에서 발생할 수 있는 거대 지진을 뜻한다. 가장 마지막으로 발생한 것이 1946년(규모 8.0)으로, 78년이 경과했기 때문에 일본 정부는 향후 30년 이내 초대형 지진이 발생할 확률을 70~80%로 예측해왔다. 언제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다.
불안감 때문일까. 일본 X(옛 트위터)에서는 6년 전 작성된 예언글이 주목받고 있다. “2024년 8월 14일에 난카이트로프 지진이 일어난다”라는 짧은 글이다. 과학적 근거는 어디에도 없으나 조회수는 2000만 회를 훌쩍 넘겼다. 또한, 과거 북한이 핵실험 때 흔들림에 대해 관측한 것을 설명하는 일본 기상청 기자회견 영상을 짜깁기해 “8월 8일 발생한 지진은 인공지진”이라는 음모론이 떠돌았다. 이외에도 생성형 인공지능(AI) 기술로 조작된 가짜 지진 피해 상황이 퍼져 혼란을 키우기도 했다.
큰 지진이 관측될 때마다 지진운(地震雲·지진 구름)도 화제가 된다. 구글 트렌드에 따르면 “미야자키현에서 규모 7.1 지진이 발생한 8월 8일부터 ‘지진운’ 검색이 급증했다”고 한다. 검색 비율이 가장 높았던 지역은 미에현, 오이타현, 미야자키현 등으로 난카이트로프 지진 상정 지역에 사는 주민들의 관심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 소셜미디어(SNS)에는 해시태그 지진운과 함께 구름 사진을 올리고 “대지진 전조 증상으로 보인다. 조심하라”는 글도 잇따른다. 하지만 학계에서는 “구름은 지진의 전조가 되지 않는다”라는 입장이다. 일본 기상연구소의 아라키 겐타로 주임연구관은 “흔히 지진운이라 불리는 구름들은 모두 기상학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현상이며, 구름의 외형으로 지진의 영향을 판단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방재 심리학자이자, 효고현립대학 기무라 레오 교수는 “1923년 간토대지진 이후 큰 지진이 있을 때마다 ‘몇월 며칠에 지진이 발생한다’라는 거짓 정보가 반복적으로 확산했다”라고 지적했다. 기무라 교수는 “난카이트로프 지진 임시 정보가 나온 상황이어서 (거짓 정보를) 믿는 사람이 많을 수 있다”며 “냉정하게 받아들여 확산에 가담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호소했다.
#현대 과학으로 지진 예측 어려워
안타깝게도 현대 과학으로는 지진이 일어날 장소, 일시를 예측하기란 불가능하다. 이번 난카이트로프 임시 정보도 예측이 아니라 통계에 근거한 발생 확률에 따라 나왔다. 일본 기상청은 “일주일 이내에 규모 8급의 대지진이 난카이트로프 지역에서 발생할 확률은 0.5%”라고 발표했다.
1904년부터 2014년까지 세계에서 규모 7 이상의 지진은 모두 1437건 일어났다. 그중 진원지에서 50km 이내, 7일 안에 규모 7.8 이상 강진이 재발한 사례는 6차례다. 일본 기상청은 8월 8일 난카이트로프 남서쪽 끝 미야자키현에서 규모 7.1의 지진이 발생했기 때문에 평소보다 상대적으로 이곳에서 거대 지진이 일어날 확률이 높아졌다고 판단했다. 난카이트로프 임시 정보를 발령한 까닭이다.
정확한 지진 예측이 어렵다는 것은 과거 대지진 사례만 봐도 알 수 있다. 가령 일본 정부는 2011년 3월 9일 산리쿠 해역에서 규모 7.3 지진이 발생했지만, 이틀 후 일어난 규모 9.0의 거대 지진 ‘동일본대지진’을 예측하지 못해 수많은 인명 피해를 입었다. 이 사례를 근거로 일본 정부는 2017년 11월부터 난카이트로프를 따라 규모 6.8 이상의 지진이 발생하거나 평소와 다른 지각 변동이 관측되는 경우 주의나 경계를 촉구하도록 방침을 수정했다.
일본 기상청은 홈페이지를 통해 “일시와 장소를 특정해 지진을 미리 안다는 정보는 헛소문”이라며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일본 정부도 가짜 정보 확산에 경계를 강화하고 있다. 총무성은 라인 야후, X, 구글, 메타 등 플랫폼 사업자에게 가짜·오정보에 대해 이용 규약을 근거로 적정한 대응을 요청한 상태다.
#허위 구조 요청한 20대 남성 체포
지진 재해 시 SNS상에 올라오는 허위 구조 요청도 일본 사회에 심각한 문제로 떠올랐다. 지난 1월 1일 일본 이시카와현 노토반도에서는 규모 7.6 강진이 발생했다. 그런데 “지진 직후 X에 게시된 구조 요청 중 약 10%가 가짜 정보로 추정된다”는 사실이 총무성 소관 정보통신연구기구(NICT)의 분석으로 밝혀졌다.
NICT에 의하면 “존재하지 않는 주소가 적힌 게시물, 해외 계정으로 보이는 투고가 있었다”고 한다. 여러 계정이 같은 문구로 가짜 구조 요청을 하는 경우도 많았다. 조회수가 올라가면 광고 수익으로 연결되는 SNS 구조가 이러한 허위 게시물을 증가시키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7월 24일에는 이재민을 가장해 허위 구조 요청을 한 회사원 남성(25)이 위계업무방해 혐의로 체포됐다. 이시카와현 경찰에 의하면, 남성은 1월 1일 오후 7시경부터 “무너진 가옥에 가족들이 깔려 구조가 필요하다”라는 허위 문장을 SNS에 십수 차례 올려 재해지 수색 활동 등을 방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조사에서 남성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 거짓 게시물을 작성했다”며 용의를 인정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시카와현 지역신문 기자는 “지진 직후 소방서나 경찰에 대량 신고가 있었다”며 “SNS 글을 본 사람들에 의한 ‘선의’의 구조 요청이었으나 개중에는 존재하지 않는 주소도 많아 가뜩이나 일손이 부족한 상황에서 혼란이 가중됐다”고 지적했다. 노토반도 강진으로 가장 큰 피해가 발생한 와지마시에 사는 60대 남성은 “당시 생매장돼 도움을 기다리는 사람이 많았다. 시간과의 싸움이었다. 거짓 신고만 없었더라도 구할 수 있던 생명이라고 생각하면 절대 용서할 수 없다”고 말했다. SNS에서는 “향후 ‘지진대국’ 일본에서는 막대한 피해를 가져올 대지진이 예상되고 있다”며 “다시는 이런 사건이 일어나지 않아야 한다”고 자정하는 모습도 보였다.
강윤화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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