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외부기관 운영에 등록금 사용…1심 무죄, 2심 “학생 실습비 처리 위해 허위 서류 작성”…장제국 불복 상고
장제국 총장은 장제원 전 국민의힘 의원 친형이다. 장 총장과 장 전 의원의 아버지 고 장성만 전 국회부의장이 설립한 학교법인 동서학원은 부산 사상구에 동서대, 경남정보대, 부산디지털대를 운영한다. 장 전 부의장은 부산 사상구에서 11·12대 국회의원을 역임했다. 장 전 의원은 부산 사상구에서 국회의원 3선(18·20·21대)을 했다. 친윤(친윤석열계) 핵심으로 꼽히는 장 전 의원은 백의종군을 선언하며 지난 4월 치러진 22대 총선에 출마하지 않았다.
그런데 22대 총선에서도 동서학원과 인연이 깊은 인물이 부산 사상구에서 당선됐다. 국민의힘 소속으로 부산 사상구에서 당선된 김대식 의원은 경남정보대 교수, 동서대 교수, 동서대 대외협력부총장, 경남대 총장을 지냈다. 김 의원은 "저는 두 아버지가 있다. 한 아버지는 저를 낳아준 아버지고 한 아버지는 저를 길러준 아버지다. 길러준 아버지가 장제원 의원 아버지"라고 당선인 시절인 지난 4월 23일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하이킥'에서 말했다.
교육부는 2020년 동서대와 동서학원 종합감사 결과 총 51건을 지적했다. 교육부는 장 총장을 사립학교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교육부는 "동서학원은 노인복지관과 청소년 상담복지센터 법인 부담금을 실습비 명목으로 교비회계에서 부담했다"며 "실습지원비에 상응하는 프로그램이 운영되지 않았음에도 임의로 작성한 실습 관련 서류를 제출받아 지출증빙으로 갖추어 놓았다"고 지적했다.
사립학교법은 등록금 수입을 학교 교육과 운영에만 사용하도록 엄격히 규제하고 있다. 사학법인이 등록금을 학생들을 위해 쓰지 않고 유용하는 일을 막기 위해서다. 학교법인은 등록금이 포함된 교비회계를 법인회계와 구분해야 한다. 교비회계 수입이나 재산을 법인회계에 전출하거나 대여하면 안 된다.
현행 사립학교법은 교비회계에 속하는 수입이나 재산을 다른 회계에 전출하거나 대여하면 학교법인 이사장이나 사립학교 경영자를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학교 교육에 필요한 비용에 해당하는 경우에만 교비회계 전출이 가능하다. 2021년 법 개정 이전 처벌 수위는 2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 벌금이었다.
검찰은 장 총장을 사립학교법 위반 혐의로 2022년 3월 기소했다. 하지만 1심인 부산지방법원 서부지원은 지난해 7월 장 총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학교법인이 학생 실습, 봉사, 취업 등을 목적으로 사회복지기관을 운영했다"며 "교비회계의 적법한 지출처, 즉 '학교 교육에 직접 필요한 시설·설비를 위한 경비' '학생의 교육지도비' '기타 학교 교육에 직접 필요한 경비'에 모두 해당한다"고 밝혔다.
1심 재판부는 노인복지관과 청소년 상담복지센터에서 학생 실습 서류를 허위로 꾸몄다는 점을 인정하지 않았다. 1심 재판부는 "활동일지 등이 다 가짜이거나 거짓이라고 볼 만한 객관적인 증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1심 재판부는 오히려 장 총장을 칭찬했다. 1심 재판부는 "두말할 나위 없이 바람직한 협업 체제"라며 "널리 장려해야 마땅한 모범이지 애당초 금지해버린다거나 심지어 처벌까지 운운할 대상은 될 수 없음은 물론이거니와 우리 국가와 사회의 발전을 위해서도 그런 식으로 취급하여서는 결코 아니 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항소심인 부산지방법원 제1형사부는 지난 6월 21일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장 총장에게 벌금 2000만 원을 선고했다. 장 총장 측은 항소심 판결에 불복해 일주일만인 지난 6월 28일 상고장을 제출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장 총장이 학교법인인 동서학원이 부담해야 할 복지시설(노인복지관과 청소년 상담복지센터) 운영비를 교비회계에서 전출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며 "이는 학교 교육에 직접 필요한 비용으로 보기 어려워 교비회계의 정당한 지출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동서대 졸업생 증인 신문을 거쳐 "노인복지관과 청소년 상담복지센터에서 외관상 학생들 실습비로 지출하는 것처럼 처리하기 위해 허위 실습계획서 및 결과보고서를 작성했다"며 1심과 다른 판단을 내렸다.
판결문에 따르면 노인복지관에서 41회에 걸쳐 약 102시간 봉사활동을 한 것으로 서류상 기록된 동서대 졸업생 A 씨는 법정에서 무슨 봉사활동을 했는지 제대로 답변하지 못했다. 또 A 씨는 "학과 봉사 동아리 일원으로 참여해 노인복지관에서 봉사활동을 했다"며 "학교 차원에서 실습활동으로 나간 적은 없다"고 진술했다.
동서대 졸업생 B 씨는 자신이 작성한 것으로 돼 있는 청소년 상담복지센터 활동일지에 대해 "내 필체가 아니다"라며 "이런 활동일지를 작성한 기억이 없다"고 말했다. 또 B 씨는 "청소년 상담복지센터에서 실습활동을 한 적이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노인복지관과 청소년 상담복지센터에서 근무했던 직원들도 동서대로부터 받은 돈을 동서대 학생 실습비로 쓰지 않았다고 인정했다. 노인복지관에서 근무했던 C 씨는 "노인복지관 관장이 '학과 사무실로 전화해서 학생 명단과 수업시간표를 받고 공강시간에 맞춰 실습을 온 것처럼 실습시간표를 만들어서 결과보고서에 첨부하라'고 했다"며 "후임자에게도 같은 방법을 알려줬다. 실습계획서는 허위다"라고 검찰 조사에서 진술했다. C 씨는 "동서대로부터 받은 돈은 노인복지관 강사료, 시설유지·보수비, 급식비, 공과금 등으로 사용했다"고 털어놓았다.
청소년 상담복지센터에서 근무했던 D 씨는 "실습일지는 동서대 요청에 따라 지원 금액에 맞춰 임의로 작성했다"며 "동서대 측에서 법인지원금을 받기 위해선 실습비 형태로 지원 요청을 하라고 했다"고 교육부 감사에서 진술했다. D 씨는 "동서대 교수가 '법인전입금으로 1000만 원을 지급받기 위해 실습비 명목으로 1인당 10만 원, 100명으로 해서 신청하라'고 했다. '어떻게 100명을 실습하느냐'고 했더니 동서대 교수는 웃으면서 '진짜 100명을 실습하라는 게 아니다'라고 했다"고 검찰 조사에서 진술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장 총장에게 벌금 2000만 원을 선고하면서 "범행 수법 및 경위, 전출 액수, 피고인 지위 등에 비춰 그 죄책이 가볍지 않다"며 "학생 교육을 위해 쓰여야 할 사립대학 운영 기본이 되는 자금을 부족하게 만들고, 이로 인해 사립학교의 건전하고 투명한 발전 및 학생들의 학습권을 침해하거나 등록금 인상의 요인이 되는 등 간접적이고 구조적인 피해를 야기한다는 점에서 그 비난 가능성이 작지 않다"고 지적했다.
남경식 기자 ngs@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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