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연장 따라 비용도 늘어 코레일 재무 부담 전망…코레일 “전체 사업 일정에는 영향 없어”
#4년이나 늘어난 기간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은 2009년 추진됐다. 코레일은 당시 부지 오염 토양 및 지하수 정화사업을 맡았다. 개발부지가 중금속에 대거 오염된 사실이 확인되면서 용산구가 부지 소유주인 코레일에 정화 명령을 내린 것이다. 하지만 2013년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이 중단되자 정화작업도 잠정 중단됐다. 서울시가 2018년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을 재추진하면서 코레일의 정화사업도 다시 시작됐다.
코레일은 당초 2019년 9월 정화사업을 시작해 2022년 초까지 마무리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현재까지도 정화사업은 완료되지 않았다. 코레일은 지난 8월 13일 서울시와 2026년 8월까지 정화사업 기간 연장을 합의했다.
코레일은 일부 부문을 제외하고 실질적인 정화사업은 조만간 마무리된다고 설명했다. 코레일 관계자는 “실제 사업을 진행해보니 오염토가 대부분 폐기물로 구성됐고, 폐기물이 예상보다 많이 발견돼 사업 기간이 연장됐다”고 말했다. 이어 “부지 경계 부분과 보행자 통행이 잦은 곳은 사정상 정화작업을 하지 못했고, 추후 기반 공사를 시작할 때 동시에 진행할 것”이라며 “기반 공사는 예정대로 진행될 예정이므로 용산국제업무지구 전체 사업 일정에 영향은 없지만 어쨌든 정화가 되지 않은 부분이 있기 때문에 사업 기간을 2026년 8월로 연장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용산국제업무지구 일부 구역은 1905년부터 2011년까지 수도권철도차량정비단으로 사용됐다. 과거에는 폐기물 관련 규정이 없어 폐유를 무단 투기하는 사례가 적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뿐만 아니라 과거 열악한 작업 환경 속에서 현장 근무자가 생활 폐기물을 버리기도 했다. 용산국제업무지구 부지에 폐기물이 대거 발견된 이유다.
용산국제업무지구 전략환경영향평가서에 따르면 올해 초 용산국제업무지구 부지 내 일부 구역에서 1kg당 484mg의 불소가 발견됐다. 환경부의 토지 오염 우려 기준인 1kg당 400mg를 초과하는 수치다. 코레일은 인체와 환경에 미치는 위해 정도를 평가한 후 불소를 처리 중이라고 밝혔다.
정화사업 과정에서 한국전쟁 당시 사용된 폭발물이 발견되기도 했다. 코레일에 따르면 정화사업 시작 후 지난해 말까지 총 22개의 폭발물이 발견됐다. 문제는 폭발물이 추가로 발견될 경우다. 폭발물은 발견 후 제거작업을 거쳐야 하며 이는 정화사업 기간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요소다.
#코레일 지난해 수천억 규모 적자
코레일은 정화사업비를 1528억 원에서 1856억 원으로 증액했다. 사업비가 21% 증가된 셈이다. 코레일은 기존 예상보다 정화해야 할 물량이 많고, 새로운 공법을 적용하면서 사업비가 늘어났다고 밝혔다. 코레일의 현 재무구조를 감안하면 사업비 증액은 부담이 될 전망이다. 코레일은 지난해 4415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는 등 최근 몇 년간 수천억 원 규모의 적자를 내왔다.
코레일은 기획재정부가 매년 발표하는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2021년과 2022년 E(아주미흡) 등급을, 지난해에는 D(미흡) 등급을 각각 받았다. 기획재정부는 안전사고를 이유로 들었지만 부진한 실적과 재무구조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전해진다. 실제 공공기관 경영 평가 총 점수 100점 중 ‘재무성과관리’가 20점을 차지한다.
이에 한 코레일 임원은 이사회에서 정화사업비 증가분에 대해 용산국제업무지구 부지 분양 후 분앙자에게 정화사업 비용 부담을 요청해야 한다는 의견도 내놨다. 그러나 코레일은 자체적으로 정화사업비 전액을 부담하기로 결정했다.
코레일은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와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 시행자를 맡고 있다. 코레일과 SH공사는 정화사업을 비롯해 기반시설과 필지 조성에 16조 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이후 용산국제업무지구 부지를 20개 획지로 나눈 후 2025년 말께 민간에 분양할 예정이다. 분양 성과에 따라 코레일은 막대한 수익을 거둘 수 있다. 코레일은 2023년 10월에도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을 주축으로 다각적인 경영개선 노력을 펼쳐 2026년부터 당기순이익 달성을 목표로 하고 부채비율을 100%대로 감소시킬 계획”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분양 흥행에 대한 전망은 엇갈린다. 임종국 서울시 의원은 지난 2월 서울시 주택공간위원회에서 “부동산 시황이 좋지 않아서 (분양이) 어려울 것이라고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말했다. 이에 서울시 관계자는 “사전조사에 따르면 이미 관심을 보이는 사업자가 상당 부분 있다고 들었다”고 답했다.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도 넘어야 할 벽이다. 참여연대는 성명을 통해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 계획의 본질은 부동산 투기 개발과 공공 토지의 민간 매각”이라며 “대규모 공공 부지를 민간 매각해 개발하는 것은 다국적 기업이 도심의 토지를 독점하고, 공공의 땅을 모두 사유화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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