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이선균과 함께한 ‘행복의 나라’도 흥행 순풍…‘에이리언: 로물루스’ 예상 외 선전
개봉 첫 주 북미에서만 무려 8125만 달러의 수익을 올렸다. 당당히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으며 ‘역대 재난 영화 첫 주 최고 흥행 기록’까지 세웠다. 국내에선 1996년 개봉한 ‘트위스터’의 속편, ‘미나리’를 연출한 한국계 정이삭(리 아이작 정) 감독이 연출한 영화로 알려졌던 ‘트위스터스’가 7월 19일 미국에서 개봉해 이런 성적을 올리자 국내 영화계도 민감하게 반응하기 시작했다.
마블의 기대작 ‘데드풀과 울버린’이 일찌감치 7월 24일로 개봉 일을 확정하자 여름 극장가 개봉을 준비 중이던 대작 한국 영화들은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7월 31일 개봉한 ‘파일럿’과 8월 7일 개봉한 ‘리볼버’만 그나마 영화계 극성수기인 ‘7말8초’를 선택했을 뿐 상당수의 한국 영화가 6월 말부터 7월 초중순 사이 미리 개봉하거나 여름 성수기의 끝자락인 8월 14일로 개봉일을 확정했다. 그런데 8월 14일에는 더 무시무시한 ‘트위스터스’가 기다리고 있었다.
기대와 우려가 교차된 8월 14일 극장가에선 의외의 현상이 벌어졌다. 영화관 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예상을 깨고 이날 일일 박스오피스 1위는 외화 ‘에이리언: 로물루스’가 가져갔다. 9만 5354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2위는 ‘파일럿’으로 8만 5503명을 기록했다. ‘트위스터스’는 3만 8805명을 동원하는 데 그쳐 4위에 머물렀고 같은 날 개봉한 ‘행복의 나라’가 7만 8401명을 동원해 3위에 올랐다. 역시 같은 날 개봉한 ‘빅토리’는 3만 6258명을 동원하며 5위가 됐다.
8월 14일 개봉은 광복절 연휴를 겨냥한 것인 만큼 휴일인 광복절 흥행 기록이 더 중요하다. 이날 일일 박스오피스에선 ‘파일럿’이 20만 4705명을 동원하며 1위 자리를 되찾았고 ‘에이리언: 로물루스’(15만 9908명)가 2위로 내려앉았다. 3위 ‘행복의 나라’(13만 4064명)까지 10만 명 이상의 관객을 기록했다. 8월 14일 개봉작 러시에 잠시 밀렸던 ‘사랑의 하츄핑’이 다시 4위로 올라왔고 ‘트위스터스’는 여전히 5위였다.
결과적으로 ‘트위스터스’는 한국 극장가를 뒤흔들 어마어마한 토네이도가 되지 못했다. 막강한 ‘파일럿’의 항공기 운항을 막기에는 매우 부족한, 미풍 수준에 불과했다. 혜리의 출연작 ‘빅트리’는 그나마 미풍에도 버티지 못했다. 8월 14일 5위, 8월 15일 6위를 기록하며 이틀 동안 누적 10만 5123명의 관객을 동원하는 데 그쳤다. ‘트위스터스’와 함께 이른 VOD 시장 행이 유력해 보인다.
‘파일럿’은 8월 14일 개봉 러시에도 흔들리지 않고 흥행 1위 독주체제를 유지했다. 이미 손익분기점 220만 명을 넘긴 ‘파일럿’은 8월 15일까지 350만 2232명의 누적 관객 수를 기록했다.
올여름 극장가의 주인공은 단연 조정석이다. 이례적으로 같은 시즌에 두 편의 주연작이 공개된 조정석은 ‘파일럿’으로 확고한 1위 자리에 오른 데 이어 8월 14일 개봉한 ‘행복의 나라’도 비교적 흥행에 순항하고 있다. ‘행복의 나라’는 또 다른 주인공 고 이선균의 사망으로 흥행 일정이 조정돼 ‘파일럿’과 같은 여름 시즌에 개봉하게 됐다. ‘에이리언: 로물루스’가 예상 외로 선전하면서 ‘행복의 나라’는 일일 박스오피스 3위에 머물렀는데, 조정석 주연작 ‘파일럿’과 ‘행복의 나라’가 흥행 1, 2위를 다투는 상황이 연출될 수도 있었다. 8월 15일까지 조정석이 이 두 편의 영화를 통해 올린 흥행 성적은 372만 7294명이다.
올여름 극장가에선 고 이선균의 유작 영화 두 편이 한 달여 간격으로 개봉했다. 7월 12일 개봉한 ‘탈출: 프로젝트 사일런스’는 제76회 칸 국제영화제 비경쟁 부문에 초청되며 화제를 양산한 기대작이었다. 그렇지만 68만 명의 관객에 그치며 큰 아쉬움만 남겼다. 대신 조정석과 호흡을 맞춘 ‘행복의 나라’는 폭발적인 오프닝을 기록하진 못했지만 안정적으로 흥행가도를 이어가고 있다.
한편 ‘에이리언: 로물루스’는 에이리언 시리즈의 7번째 영화로 월트 디즈니 컴퍼니가 21세기 폭스를 인수한 뒤 공개한 첫 에이리언 시리즈다. 1979년 ‘에이리언’ 첫 편을 선보인 이후 5편 ‘프로메테우스’, 6편 ‘에이리언: 커버넌트’를 연출한 리들리 스콧 감독이 제작을 맡고 ‘맨 인 더 다크’의 페데 알바레즈 감독이 연출한 ‘에이리언: 로물루스’는 리들리 스콧 감독 고유의 우주적 신화 색채를 최소화하고 공포물 색채를 강화해 숨막히는 서바이벌 스릴러 장르로 돌아왔다.
북미 지역보다 한국에서 먼저 개봉해 어느 정도의 흥행 성적을 올릴지 예상이 어려웠는데 개봉 첫날 이미 북미 지역에서 흥행에 성공한 ‘트위스터스’를 큰 차이로 따돌리며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다. 한국 극장가에서의 호성적으로 디즈니는 북미 지역에서 흥행 기대감까지 키워가고 있다.
김은 프리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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