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엠파트너스와 현대기술투자는 과거 현대중공업그룹(현 HD현대그룹) 계열사였다. 정몽일 회장은 2016년 설립한 현대미래로를 통해 현대엠파트너스와 현대기술투자를 인수하며 독자 경영을 시작했다. 현대중공업그룹은 당시 경영 위기를 겪으면서 비주력 계열사를 정몽일 회장에게 매각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와 관련한 공식 입장은 발표하지 않고 있다. 정몽일 회장은 현대미래로 설립 과정에서 범 현대가의 지원을 받았다. 현대미래로 주주는 지난해 말 기준 △정몽일 회장 37.26% △KCC 19.77% △현대코퍼레이션 19.77% △HDC(주) 13.51% △현대A&I 9.69%로 구성돼 있다.
법인등기부에 따르면 정몽일 회장은 올해 6월 현대엠파트너스 대표에서 사임했다. 정몽일 회장의 현대엠파트너스 대표 임기는 2025년 3월까지로 임기 만료 9개월을 앞두고 사임한 것이다. 다만 정몽일 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완전히 물러난 것은 아니다. 정 회장은 현재 현대미래로와 현대기술투자 대표를 맡고 있다.
현대엠파트너스의 후임 대표로는 정 회장의 장남 정현선 씨가 선임됐다. 정현선 신임 대표는 2017년 현대기술투자에 입사했고, 이후 상무로 승진하면서 일찌감치 현대미래로그룹 후계자로 거론됐다. 정 대표는 2017년 당시 현대엠파트너스의 메티스커뮤니케이션(현 현대엠시스템즈) 및 프레스토라이트아시아 인수에 주도적으로 참여한 것으로 전해진다. 현대기술투자가 최근 만월경에 16억 원을 투자한 것도 정 대표가 주도했다는 후문이다. 만월경은 무인 카페 프랜차이즈 ‘카페 만월경’을 운영하는 업체다.
정현선 대표에게 남은 숙제는 지분 승계다. 현대미래로그룹의 지배구조는 ‘현대미래로→현대엠파트너스→현대기술투자’로 이어진다. 정몽일 회장은 지난해 말 기준 현대미래로 지분 37.26%를 갖고 있다. 반면 정현선 대표는 현대미래로그룹 계열사 지분을 보유하고 있지 않다.
정현선 대표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도 넘어야 할 벽이다. 정 대표는 2019년 변종 대마 투약 혐의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았다. 당시 재판부는 “(정 대표가) 혐의를 인정했고 수사결과도 모두 유죄로 인정된다”면서도 “죄질이 가볍지 않지만 잘못을 인정하고 형사처벌 받은 전력이 없는 점 등을 참작했다”고 밝혔다.
정현선 대표는 대마 투약 논란이 불거지자 현대기술투자 상무에서 사임했다. 그러나 정 대표는 2022년 현대엠파트너스와 현대기술투자 사내이사에 다시 취임했다. 현대엠파트너스와 현대기술투자는 현재까지도 정 대표 복귀와 관련해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논란에도 불구하고 대표에 취임한 이상 정현선 대표는 실적으로 리더십을 증명해야 한다. 현대엠파트너스는 투자 업체로 현대기술투자, 프레스토라이트아시아, 현대엠시스템즈, 현대엠지티, 현대엠재팬 등을 자회사로 두고 있다. 현대엠파트너스의 최근 실적은 상승세에 있다. 현대엠파트너스의 매출은 2022년 298억 원에서 2023년 323억 원으로 8.39% 증가했고,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5억 9977만 원에서 8억 8574만 원으로 47.68% 늘었다.
현대엠파트너스가 향후에도 호실적을 거두기 위해서는 현대기술투자의 역할이 중요하다. 현대기술투자는 지난해 110억 원의 매출을 기록하면서 현대엠파트너스 실적에 상당 부분 기여했다. 현대기술투자는 현대청년펀드, 현대일자리창출펀드, 현대지역혁신성장펀드 등을 통해 적극적인 투자에 나서고 있다.
그렇지만 향후 전망이 밝지만은 않다. 기업들이 경기침체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고, 이에 따라 투자심리도 위축됐기 때문이다.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는 지난 8월 20일 매출액 기준 600대 기업을 대상으로 기업경기실사지수(BSI)를 조사한 결과 오는 9월 BSI 전망치는 92.9로 기준선 100을 하회했다고 밝혔다. BSI가 100보다 높으면 전월 대비 경기 전망이 긍정적이고, 100보다 낮으면 전월 대비 경기 전망이 부정적이라는 뜻이다.
한경협은 “BSI 전망치는 올해 5월부터 상승세를 이어가며 기준선 100에 근접하고 있었으나 최근 세계 경기 둔화 전망, 중동 사태에 따른 경기심리 불안에 내수 부진 우려가 겹치면서 지수값이 반락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일요신문은 이와 관련한 입장을 듣기 위해 연락을 취했지만 현대엠파트너스 관계자는 “현재 언론을 담당하는 사람이 없다”고 말했다.
대표 취임했지만 거주는 동생 집에서
현대엠파트너스 법인등기부에 따르면 정현선 대표는 현재 서울시 강남구에 위치한 도시형 생활주택에 거주하고 있다. 해당 생활주택은 올해 2월 완공됐으며 ‘풀퍼니시드 시스템’이 갖춰진 최고급 주거시설이다. 풀퍼니시드 시스템이란 생활공간 내부에 냉장고, 에어컨, 전기오븐 등 각종 가전제품이나 가구가 갖춰져 있는 형태를 뜻한다.
부동산등기부에 따르면 해당 주택의 소유주는 정몽일 회장의 장녀이자 정현선 대표의 동생인 정문이 씨가 소유하고 있다. 정문이 씨는 해당 주택을 15억 4900만 원에 매입했다.
정문이 씨는 2013년 대마초 흡연 혐의로 벌금 300만 원을 부과 받았다. 이후 정문이 씨에 대한 근황은 알려진 바가 많지 않다. 정문이 씨는 현대미래로그룹 경영에 참여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미래로그룹 계열사 이사진 목록에도 정문이 씨의 이름은 찾아볼 수 없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