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발 취하’ 이유 들었지만 통상 취하 후에도 수사 진행…학가협 “법률 자문 직책 자체 없어, 두 차례 강사 활동뿐”
‘친한동훈계’로 분류되는 박상수 국민의힘 대변인은 22대 총선 때 공직선거법 제250조(허위사실공표죄) 위반 혐의로 고발당했다. 고발인은 인천 서구의 한 시민인 것으로 파악됐다. 박 대변인은 인천 서구갑 국민의힘 후보로 총선에 출마했으나 낙선했다. 경찰은 총선 이후 공직선거법 위반 수사에 착수했다. 공직선거법 공소시효는 선거일로부터 6개월이다. 4월 10일 치러진 22대 총선 관련 공소시효는 오는 10월 10일 만료된다.
취재 결과, 최근 서울 송파경찰서는 박상수 대변인의 공직선거법(허위사실공표죄) 위반 관련 수사를 중단한 것으로 파악됐다. 고발인이 보충 진술 조서를 받지도 않았고, 고발을 취하했다는 이유다. 송파서 수사 관계자는 “고발 내용이 빈약해서 보충 조서를 받아봐야 했다. 그런데 고발인이 진술도 안 하고, 고발을 취하했다”며 “‘수사 실익’이 없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앞서 2022년 11월 21일 서울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는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 국민의힘이 6·1 지방선거 직후 송 전 대표에 대한 고발을 취하했지만, 수사를 계속 진행한 결과다. 2018년 5월 성남중원경찰서는 시민단체가 고발을 취하했음에도 은수미 민주당 성남시장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계속 수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경찰 출신이자 변호사인 권은희 전 국민의당 의원은 “허위사실공표죄는 평가와 사실 영역으로 나뉘는데, 사실 영역은 수사 필요성을 강하게 느낀다”며 “박 대변인이 학가협 법률자문을 맡았다고 말한 건 사실 영역이라 (수사기관에서) 법적으로 다뤄줘야 한다. 경찰의 수사 종료가 부당했다고 단정 지을 순 없지만, 범위를 넓혀서 학가협과 일반 유권자 입장에서 충분히 문제 제기할 수 있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박상수 대변인의 허위사실공표죄 위반 혐의는 2017년부터 학교폭력피해자가족협의회(학가협) 법률 자문을 맡았다고 말한 것을 골자로 한다. 박 대변인은 1월 8일 국민의힘 인재 영입 공식 발표에서 “2017년 학가협 자문 변호사로 학교폭력 피해자들만을 지원하며 살아왔다”고 주장했다. 박 대변인은 당시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인재영입위원장을 겸직하고 나서 처음 이뤄진 영입 인사였다.
2월 21일 유튜브 국민의힘TV도 ‘[국민인재 인터뷰] 학교 폭력 피해자 전문 변호사 박상수’라는 제목의 영상을 게시했다. 박 대변인은 영상에서 “오랜 기간 학교 폭력 피해자들을 위한 법률 지원을 해왔다”며 “학가협 법률 자문을 시작하면서 (학교 폭력 피해자 전문 변호사로) 이어지게 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학가협 측에 따르면 박상수 대변인은 2017년부터 학가협에서 활동하지 않았다. ‘법률 자문’이라는 직책도 학가협에 공식적으로 없다. 박 대변인이 학가협 공식 활동을 한 건 2023년 학가협 소속 위로상담가 양성 교육 및 보수 교육 강사로 두 차례 참여했을 때라고 한다. 학가협 측은 박 변호사가 2017년부터 활동했다고 홍보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 내부 우려 목소리가 있다고 전했다.
조정실 학가협 회장은 ‘법률 자문’ 직책을 두지 않는 이유에 대해서 “피해자 권익을 보호하는 활동을 하다 보니 의혹을 살 만한 행위를 조심하게 되고, 혹시 피해자들에게 변호사를 소개해주는 단체처럼 보일까 봐 법률 자문 변호사를 소개해주지도 않고 법률 자문 변호사도 위촉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변호사에게 학교 폭력 피해 학생이나 가족을 소개해주지도 않는 것이 학가협 공식 방침이다.
이에 대해 박 대변인은 “자문 변호사가 공식 조직도에 있는 직책은 아니지만, 공익 활동하는 것도 자문 변호사라고 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공직선거법 제250조(허위사실공표죄)에는 당선되거나 되게 할 목적으로 연설·방송·신문·통신·잡지·벽보·선전문서 기타의 방법으로 후보자에게 유리하도록 후보자 경력 등에 관하여 허위의 사실을 공표하거나 공표하게 한 자와 허위의 사실을 게재한 선전문서를 배포할 목적으로 소지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명시돼 있다.
검찰 출신 한 변호사는 “학교폭력 피해자를 대리해서 변호한 것과 단체에서 법률 자문 변호사를 했다는 건 전혀 다른 사실이다. 박 대변인이 학가협 공식 법률 자문을 한 것처럼 허위 사실을 공표한 건 경력을 부풀리고 과장한 면이 있다”며 “단체 고문 변호사는 권위와 신뢰성을 부여받는다. 학교 폭력이 중요한 이슈라 선거에 충분히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정치자금법 전문 변호사도 “박 대변인이 2017년부터 학가협 법률 자문을 맡았다는 등으로 발표하고 홍보했으나, 실제론 ‘법률 자문’으로 활동한 적도 없고 일회적인 강연 참석이 전부라면,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죄에 해당될 수 있다”며 “선거법에서 ‘경력 등’이라 함은 후보자 등의 ‘경력·학력·학위·상벌’을 말한다. 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죄 규정에 비춰 보면, 그중 ‘경력’은 후보자 등의 행동이나 사적 등과 같이 후보자 등의 실적과 능력으로 인식돼 선거인의 공정한 판단에 영향을 미치는 사항이다. 박 대변인 건은 이에 해당하는 사항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 대변인이 한동훈 비대위의 ‘1호 영입인재’인 만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도 책임에서 자유롭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학가협, 조정실 회장 등에 따르면 국민의힘은 박 대변인의 영입 발표 전에 학교 폭력 경력에 대해서 학가협에 문의하지 않았다. ‘부실 인사검증’이라는 비판이 나올 수 있는 대목이다.
일요신문은 △[단독] 한동훈 ‘1호 영입인재’ 박상수 변호사 ‘학폭 전문가’ 경력 부풀리기 논란(1월 17일) △학가협 “박상수 변호사 ‘학폭 전문가 경력’ 국민의힘 문의 없었다”(1월 23일) △‘법률자문’ 맞나? 국민의힘TV에 게시된 박상수 예비후보 ‘학폭 전문가’ 영상 논란(2월 28일) 등을 보도하며 꾸준히 문제를 제기했다. 그럼에도 국민의힘은 3월 2일 박 대변인을 인천 서구갑에 단수공천했고, 8월 8일 대변인으로 임명했다.
그동안 일요신문은 박상수 대변인의 허위사실공표 관련해서 한동훈 대표에게 수차례 질의했으나, 어떤 답변도 받을 수 없었다. 또 박상수 대변인에게 학가협 활동 관련 내용에 대해 질의했으나 어떤 답변도 받을 수 없었다.
허일권 기자 onebook@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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