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파업에 의료용 로봇 수출 부진 겹쳐…‘큐비스-조인트’ 북미 시장 진출 여부 주목
#작년까지 분위기 좋았는데…
hy는 2011년 500억 원을 투자해 큐렉소 최대주주에 올랐다. hy는 큐렉소 인수할 당시 미국 기업 싱크서지컬을 동반 인수했고, 2017년에는 111억 원을 들여 현대중공업의 의료 로봇 사업부를 추가 인수했다. hy의 인수합병(M&A)은 고 윤덕병 한국야쿠르트 창업주 아들 윤호중 hy그룹 회장이 주도했다. 윤 회장은 지금도 식음료 부문은 전문경영인에게 맡기고 신사업에 힘을 쏟는 것으로 알려졌다.
큐렉소는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대유행)으로 인해 반전의 계기를 마련했다. 의사 부족에다 대면 기피 현상이 일어나자 의료용 수술 로봇 시장이 열린 것이다. 2019년까지 매해 의료 로봇 판매량은 한 자릿수에 그쳤으나 2020년에는 18대로 판매량이 늘었다. 큐렉소는 지난해 총 88대를 판매했다. 이 중 60대가 해외 판매라는 점도 긍정적인 부분이다.
큐렉소는 지난해 매출 728억 원, 영업이익 11억 원을 기록했다. 이는 임플란트 사업 부문과 무역 사업 부문을 합친 수치다. 의료 로봇 부문만 떼어내면 3억 원 적자로 손익분기점을 넘지 못했다. 그래도 의료 로봇 부문은 지난해 매출 342억 원을 거두며 사업부 중 처음으로 매출 비중 1위를 차지하는 성과를 냈다. 큐렉소의 주가도 2022년 말 6000~7000원대에서 지난해 8월 한때 2만 5750원까지 치솟았다.
큐렉소에 대한 시장의 기대치는 자연스레 높아졌다. 증권가에서는 올해 초 큐렉소가 연 매출이 850억 원으로 상승하고, 이 중 의료 로봇 매출이 500억 원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치를 제시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올해 상반기 실적은 부진했다. 일단 큐렉소는 전공의 파업 여파가 크다고 설명했다. 큐렉소는 지난 1분기 실적 발표 이후 병원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으면서 의료 로봇 매출이 크게 감소했다고 밝혔다. 전공의 파업은 현재도 진행 중이며 큐렉소의 향후 실적에도 당분간 부정적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다만 증권가에서는 의료 파업만이 실적 부진의 이유가 아니라고 보고 있다. 큐렉소의 인도 파트너사인 메릴헬스케어향 수출도 전년 대비 36% 감소했다. 대다수 증권사 연구원은 큐렉소가 메릴헬스케어를 통해서만 올해 50대 이상의 판매량을 기록할 것이라고 낙관했지만 현재로서는 목표 달성이 어려운 셈이다.
#로봇팔 원가 절감 기대했지만…
협동로봇 업체 뉴로메카와의 제휴도 현재까지는 성과가 부족하다는 평가다. 강시온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 3월 “뉴로메카와의 납품 계약을 통해 로봇팔 제조 원가를 절반가량 낮추게 됐는데 관련 효과가 온전히 반영될 경우 전체 로봇 매출원가의 25% 절감이 가능하다”며 “원가 절감 효과는 올해 2분기를 시작으로 순차적으로 반영될 전망”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낸 바 있다.
나승두 SK증권 연구원도 앞서 올해 2월 큐렉소에 대해 “올해부터는 의료 로봇 부문에서의 영업이익 달성이 확실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판매 대수 증가와 더불어 부품 국산화 및 대량 생산 체계 등을 구축하면서 생산 원가를 절감하기 위한 노력을 병행하고 있기에 충분히 손익분기점 달성이 가능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분석했다.
큐렉소는 북미 시장 개척도 필요하다. 큐렉소는 3분기 중 싱크서지컬을 통해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큐비스-조인트(미국명 티맥스)’의 인허가를 신청할 계획이다. 큐비스-조인트는 무릎 인공관절 수술 로봇으로 지난해 총 73대가 판매됐다.
큐렉소에 따르면 큐비스-조인트는 컴퓨터단층촬영(CT) 영상 데이터를 기반으로 사전 수술 계획을 세운 후 계획에 따라 인공관절이 삽입될 공간을 절삭한다. 큐비스-조인트는 자동절삭기능을 갖추고 있으며 6축 수직다관절 로봇팔을 이용해 더 넓은 수술영역을 제공할 수 있다.
증권가에서는 당초 지난해 중 큐비스-조인트의 미국 판매가 허가될 것으로 기대했지만 인허가 신청 시기가 뒤로 밀리고 있다. 큐렉소는 3분기 중 인허가 신청을 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미국 외에도 일본, 러시아, 말레이시아 등도 큐렉소가 공략할 것으로 기대되는 지역이다.
#미국 법인의 부실한 재무구조
일각에서는 큐렉소의 흑자 전환 여부만 살피지 말고, 기술 개발을 담당하는 미국 법인 싱크서지컬도 함께 들여다봐야 한다고 분석한다. 큐렉소는 그래도 성과를 내고 있지만 싱크서지컬은 부실한 재무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싱크서지컬은 2021년 순손실이 629억 원, 2022년과 2023년 순손실은 각각 1274억 원, 646억 원이다. hy의 연간 영업이익은 600억~800억 원 수준이다. hy의 영업이익을 웃도는 수준의 손실을 꾸준히 내고 있는 것이다. 이로 인해 hy는 2022년과 지난해 각각 104억 원, 115억 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싱크서지컬은 자세한 재무 정보도 확인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hy는 2019년 싱가포르에 중간 지주회사 HYSG PTE LTD를 설립했다. 싱크서지컬은 HYSG 자회사로 편입됐다.
일각에서는 창립 이래 계속 무차입 경영을 하던 hy가 2022년부터 빚을 내기 시작한 것도 싱크서지컬 때문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hy는 2022년 KDB인베스트먼트글로벌헬스케어제일호로부터 금리 연 7.0%에 1903억 원을 대여했다. 돈을 빌려준 곳 사명에 ‘헬스케어’가 들어 있다는 점을 근거로 큐렉소나 싱크서지컬 지원을 목적으로 자금을 대여했을 것이라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다만 hy는 해당 자금 대여와 관련해 특별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민영훈 언론인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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