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아시안게임 뒤 ‘연인’으로 판도 뒤바꿨지만 ‘백설공주’ 힘 못써…SBS와 후속작 대결도 관심
2023년 최고의 드라마 중 하나는 단연 MBC 금토 드라마 ‘연인’이다. 8월 4일 시작한 ‘연인’은 9월 2일 방송된 10회가 12.2%를 기록하며 화려하게 파트1을 종영했고 10월 13일부터 파트2 방영을 시작했다. 20부작 드라마로 10부씩 파트1과 파트2로 나뉘어 편성된 ‘연인’은 1회가 연장돼 21부작으로 마무리됐고 21회에서 12.9%로 자체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다.
인기 드라마를 두 파트로 나눠 한 달 넘는 휴식기를 둔 이유는 항저우 아시안게임이었다. 어차피 아시안게임 생중계로 결방이 이어지느니 한 달여 휴식기를 갖기로 한 것이다.
성공으로 끝났으니 좋은 도전이지만 사실 상당한 무리수였다. ‘연인’이 휴식기를 시작하고 두 주 뒤인 9월 15일 SBS에서 새 금토 드라마 ‘7인의 탈출’이 시작되기 때문이었다. ‘7인의 탈출’은 ‘펜트하우스’ 열풍의 주역인 김순옥 작가와 주동민 PD가 야심차게 내놓은 신작으로 당시 방송가에서 기대치가 높았다.
그 즈음 금토 드라마 시장의 최강자는 SBS였다. 2022년 9월 시작한 ‘천원짜리 변호사’(최고 시청률 15.2%)로 반등에 성공한 뒤 ‘소방서 옆 경찰서’(최고 시청률 10.3%), ‘법쩐’(최고 시청률 11.4%), ‘모범택시2’(최고 시청률 21.0%), ‘낭만닥터 김사부 3’(최고 시청률 16.8%), ‘악귀’(최고 시청률 11.2%)까지 SBS가 쉬지 않고 금토 드라마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다.
반면 MBC는 같은 기간 ‘팬레터를 보내주세요’(최고 시청률 2.0%), ‘금혼령, 조선 혼인 금지령’(최고 시청률 4.9%), ‘꼭두의 계절’(최고 시청률 4.8%), ‘조선변호사’(최고 시청률 4.4%), ‘넘버스 : 빌딩숲의 감시자들’(최고 시청률 4.7%)로 잇달아 고전했다. 그나마 최고 시청률은 모두 드라마 초반부 기록으로 종영에 이르러선 시청률이 반토막 났다.
이런 흐름을 ‘연인’이 뒤바꾼 것이었는데 MBC는 과감히 아시안게임 휴식기를 선택했다. 그런데 예상 외로 ‘7인의 탈출’은 혹평에 시달리며 저조한 시청률을 기록했고 아시안 게임이 끝난 뒤 돌아온 ‘연인’은 다시 순항을 이어갔다. 그렇게 금토 드라마 시장은 SBS가 아닌 MBC를 중심으로 재편됐다.
2024년 들어서는 SBS와 MBC가 박빙의 승부를 벌였다. 연초 MBC가 ‘밤에 피는 꽃’(최고 시청률 18.4%)으로 대박을 치자 SBS는 ‘재벌X형사’(최고 시청률 11.0%)로 응수했다. SBS는 다시 ‘7인의 부활’로 주춤했지만 ‘커넥션’(최고 시청률 14.2%)으로 반등했다. ‘원더풀 월드’(최고 시청률 11.4%)와 ‘수사반장 1968’(최고 시청률 10.8%)로 준수한 성적을 이어가던 MBC는 ‘우리, 집’(최고 시청률 6.2%)에서 다시 주춤했다.
그리고 파리 올림픽 기간이 왔다. MBC는 다시 금토 드라마를 중단하고 올림픽 생중계에 집중했고 SBS는 새 금토 드라마로 ‘굿파트너’를 편성했다. MBC가 자리를 비운 사이 ‘굿파트너’는 7.8%로 시작해 4회 13.7%를 찍고 5회에서 12.1%를 기록한 뒤 올림픽 생중계로 3주 동안 결방됐다.
그리고 8월 16일 SBS ‘굿파트너’는 13.6%로 돌아와 17일에는 17.7%를 찍었다. 아직 MBC ‘밤에 피는 꽃’의 18.4%보다 부족하지만 2024년 SBS 금토 드라마 가운데에선 가장 높은 시청률이다. 같은 날 방송을 시작한 MBC ‘백설공주에게 죽음을-Black Out’은 2.8%의 낮은 시청률을 기록했고 17일에는 2.7%로 소폭 하락했다. ‘굿파트너’를 따라잡기에는 이미 너무 시청률이 너무 벌어졌다.
‘백설공주에게 죽음을-Black Out’은 독일 작가 넬레 노이하우스의 베스트셀러 소설 ‘백설공주에게 죽음을’을 원작으로 한 드라마로 ‘밀애’ ‘화차’ 등의 영화로 유명한 영화감독 변영주의 첫 드라마 연출작이다. 여기에 변요한이 주인공을 맡았다. 이처럼 화제성을 극대화시켜 줄 만한 이슈를 다수 갖춘 ‘백설공주에게 죽음을-Black Out’이 항저우 아시안게임 직후 ‘연인’과 같은 역할을 해줄 것이라는 기대감이 컸지만 이번에는 상황이 전혀 다르다. ‘굿파트너’는 너무나 막강했고 ‘백설공주에게 죽음을-Black Out’은 아직 강렬한 무언가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방송가에선 창고 드라마의 한계 때문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제목만 해도 원작과 같은 ‘백설공주에게 죽음을’에서 ‘블랙아웃’으로 변경됐다가 결국 ‘백설공주에게 죽음을-Black Out’이 되는 과정을 거친 이 드라마는 이미 2022년에 촬영이 끝난 드라마다. 그럼에도 2023년에 편성을 받지 못했고 2023년 연말 공개된 MBC 2024년 드라마 라인업에도 포함되지 못했다. 말 그대로 ‘창고 드라마’였다.
MBC가 파리 올림픽 직후와 같은 승부처에 꺼내들 비장의 카드로 아껴뒀을 가능성도 있지만 1, 2회가 방영된 뒤 방송가에선 ‘비장의 카드’가 아닌 ‘창고 드라마’의 한계라는 말이 나온다. 원작이 워낙 탄탄한 데다 변영주 감독의 섬세한 연출력과 변요한 등 출연진의 연기력 등을 감안하면 충분히 반등의 여지가 있다고 바라보는 시선도 분명 존재한다. 그렇지만 상대 ‘굿파트너’가 너무 막강하다.
SBS는 ‘굿파트너’ 후속으로 9월 21일부터 박신혜 김재영 주연의 ‘지옥에서 온 판사’를 편성해 놨고 그 후속작은 11월 29일 방영 예정인 ‘열혈사제2’다. ‘열혈사제2’는 2019년 2월부터 40부작으로 방영된 ‘열혈사제’의 후속편으로 김남길, 김성균, 이하늬 등 시즌1의 주역들이 다시 총출동한다. ‘열혈사제 김해일’이라는 확고부동한 캐릭터를 중심으로 다시 한 번 대박이 기대되는 기대작이다. 참고로 ‘열혈사제’는 SBS 최초의 금토 드라마이기도 하다.
MBC 역시 10월부터 한석규 주연의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를 ‘백설공주에게 죽음을-Black Out’의 후속작으로 편성해 SBS의 공세에 정면 대응할 예정이다.
김은 프리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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