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회장 지분 높아지고 배당금 가장 많아…“일반적 기업과 다른 배당·자사주 소각 정책 필요”
메리츠금융지주는 지난 7월 4일 주주환원 정책이 담긴 ‘기업가치 제고 실행계획’을 공시했다. 상장 금융지주사 최초다. 메리츠금융지주는 2023~2025년 3년간 자사주 매입‧소각과 배당금을 모두 더한 ‘총 주주 환원율’을 연결기준 당기순이익의 50% 원칙으로 하겠다고 발표했다. 2026년부터는 △내부투자수익률 △자사주 매입·소각 수익률 △현금배당 수익률 순위에 따라 자본 배치 및 주주환원 규모와 내용을 결정하겠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메리츠금융지주의 배당금 총액은 약 4483억 원으로 나타났다. 2022년 127억 원 대비 크게 증가했다. 현금배당성향도 1.2%에서 22%로 증가했다. 주당 현금 배당금은 105원에서 2360원으로 크게 늘었다. 자사주 소각도 활발하다. 메리츠금융지주는 2023년 3월~2025년 3월 1조 1400억 원을 소각할 예정이다. 이 중 약 1조 472억 원을 소각했다.
메리츠금융지주의 연결기준 올해 상반기 당기순이익은 1조 3274억 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상반기 기준 1조 1082억 원보다 약 2000억 원 증가했다. 주주환원 기준이 당기순이익이기 때문에 당기순이익 전체 총액이 증가할수록 주주환원에 활용되는 금액도 증가한다.
주주환원 정책과 호실적이 맞물리면서 메리츠금융지주의 주가는 치솟고 있다. 지난해 10월 23일 4만 7200원이었던 주가는 21일 종가 기준 9만 1900원까지 올랐다. 임희연 신한투자증권 수석연구원은 “밸류업 관련 투자 기회를 고민한다면 최적의 선택지다. 상반기 주가 상승에도 불구하고 15일 종가 기준 총 주주 환원 수익률은 7.3% 로 여전히 매력적”이라며 목표 주가를 13만 원까지 높여 잡았다.
일각에서는 메리츠금융지주의 주주환원 정책에 불편함을 드러내고 있다. 올해 상반기 기준 조정호 메리츠금융지주 회장의 지분이 51.25%에 달하기 때문이다. 메리츠금융지주의 주주환원 정책으로 발생하는 이익의 절반을 조 회장이 가져가는 구조다.
조정호 회장은 지난해 메리츠금융지주의 배당금으로 2306억 원을 가져갔다. 지난해 자사주 소각 전 조 회장의 지분은 46.94%였는데 현재 지분은 51.25%로 상승했다. 자사주 소각은 회사가 시중에 유통되는 주식을 매입‧소각하는 것이기에 조 회장의 지분은 계속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주주환원 정책의 이득을 보는 소액주주들은 점차 줄어들 수 있다.
다른 금융지주는 이러한 일이 발생할 가능성이 낮다. 은행을 보유 중인 금융지주들은 금융지주회사법에 따라 본인 및 특수관계인을 포함한 동일인이 은행지주회사 주식 10%를 초과해(지방은행지주 15%) 보유해선 안 되기 때문에 한 주주가 금융지주 주식을 과점하지 못한다. 메리츠금융지주는 은행지주회사가 아닌 보험지주회사기에 가능하다. 같은 의미로 ‘한국금융지주’도 은행지주회사가 아닌 금융투자지주회사기에 김남구 한국금융지주 회장의 지분율이 20.70%다.
한 금융지주 관계자는 “메리츠금융지주의 주주환원 정책이 법적으로 저촉될 것이 전혀 없지만, 조 회장의 지분이 50%가 넘기 때문에 주주환원을 최대한 잘하는 모범적인 회사라고 홍보하기에는 어색해 보인다”며 “메리츠금융의 주주환원 정책은 금융당국에서 얘기한 밸류업 프로그램의 취지와 조금 다른 것 같다”고 지적했다. 한국증권학회 회장인 이준서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주주환원은 대주주와 소액주주가 공동으로 이익을 향유하는 방향으로 진행돼야 한다”며 “대주주가 많은 지분을 가지고 있는 경우에는 방향을 달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최대주주 등 대주주가 일정 지분 이상을 소유한 기업은 일반적인 기업들의 주주환원 정책과 달리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이를 위해 대주주와 소액 주주에게 배당금을 차등 지급하는 ‘차등배당’ 제도나 주식시장에 유통되는 물량 이외의 주식을 매입해 자사주로 소각하자는 방안이 제시되고 있다.
종합 가전 부품기업 스톰테크는 올해 중간배당금을 대주주와 소액 주주에게 차등 지급하기로 했다. 스톰테크는 강기환 대표, 배우자와 자녀 2명의 올해 상반기 기준 지분이 70.94%에 달한다. 스톰테크는 7월 29일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3인의 1주당 배당금을 200원, 그 외 일반 주주 배당금을 220원으로 책정했다.
이준서 교수는 “차등배당은 대단히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으며 이미 적지 않은 기업이 차등배당을 실시하고 있다”며 “자사주 소각 부분도 메리츠처럼 최대주주 지분율이 50%를 초과하면 최대주주와 일반주주의 이해 상충 문제를 고민해야 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설명했다.
메리츠금융지주 관계자는 “메리츠금융지주는 대주주와 일반주주의 1주는 같다는 기업 철학을 전제로 주주환원을 시행 중이다. 모든 주주에게 동일한 혜택이 돌아가도록 주주가치 제고에 힘쓰고 있다. 반쪽짜리 주주환원 등의 주장은 악의적 해석으로 보인다”며 “기업가치제고 방안도 선제적으로 공시하며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은 메리츠금융지주가 발표한 기업 주주가치 제고 실행계획에 대해 최고점인 A+를 부여하기도 했다. 메리츠금융지주의 주주환원 정책은 장기 주주가치 제고 이외의 목적은 없다”고 반박했다.
박찬웅 기자 rooney@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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