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CC그룹 지주사 KCC는 범현대가 기업들에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6월 말 기준, KCC의 범현대가 기업 지분은 HD한국조선해양 3.91%, HDC(주) 1.79%, HDC현대산업개발(주) 2.37%, 현대코퍼레이션(주) 12%, 현대코퍼레이션홀딩스(주) 12%, 에이치엘디앤아이한라(주) 9.78%, 에이치엘홀딩스(주) 4.25%, 현대미래로(주) 19.77%, 현대엠파트너스(주) 8.17% 등이다.
이들 기업들은 범현대가 인물이 지배주주로 있는 그룹에 속해 있다. 정몽진 KCC그룹 회장은 범현대가 인물로, 정 회장의 아버지 고 정상영 KCC 명예회장은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이다. 정몽진 회장은 HD현대의 총수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 HDC그룹 총수 정몽규 회장과 사촌관계다. 현대코퍼레이션, 에이치엘그룹 등의 총수도 정몽진 회장과 사촌관계다. 재계 한 관계자는 “이들은 종종 모임을 갖고 친목을 다질 만큼 사이가 좋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사촌관계끼리 서로 보탬이 되는 것을 나쁘게만 볼 수는 없다. 다만 투자 자금의 적절성 여부에서는 좋지 않은 시선을 받을 수 있다. 정몽진 회장의 사비가 아니라 정 회장이 대표로 있는 KCC가 나서는 것이라는 점이 문제로 지적된다. 회사 자금을 활용해 사촌관계 회사들의 총수 지배력 강화에 힘을 보태는 모양새다. 특히 KCC가 소유한 HDC(주), 에이치엘홀딩스, 현대코퍼레이션홀딩스(주), 현대미래로 등은 그들이 속해 있는 각 그룹의 지배구조 최상단에 위치하고 있어 KCC 지분이 이들 지배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과거 KCC는 HD현대그룹의 승계 작업에 도움을 준 바 있다. KCC는 2018년 3월 29일 정몽준 이사장의 장남 정기선 부회장에게 HD현대(당시 현대로보틱스) 지분 3595억 원 규모를 시장가에 매각해 지분 5%가량을 확보하도록 했다. 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정기선 부회장이 당시 시장에서 HD현대 지분을 매입하려 했다면 수요를 자극해 주가가 올라 더 비싼 가격에 지분을 매입해야 했을 것”이라면서 “그렇다면 KCC도 지분 상승 효과를 누릴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KCC그룹 관계자는 “보유하고 있는 주식은 모두 주주가치제고의 일환 목적으로 투자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몽진 지배력 강화 목적? KCC 자사주 소각 않는 이유
KCC그룹은 현재 지배구조 변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정몽진 KCC그룹 회장은 고 정상영 명예회장 장남으로서 뒤를 이어 회사를 이끌고 있고 정 회장의 동생 정몽익 KCC글라스 회장은 최근 KCC 지분을 매각하고 KCC글라스 지분을 매입하고 있다. 투자업계에서는 정몽익 회장의 계열분리를 위한 작업으로 보고 있다.
정몽익 회장은 지난 7월 1일부터 8월 7일까지 KCC글라스 주식 16만 9068주를 매입해 지분율을 1.05%까지 끌어올렸다. 매입 자금은 KCC 지분을 매각해 마련한 것으로 보인다. 정몽익 회장은 지난달부터 KCC 지분을 매각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 기류 탓에 KCC가 보유 중 자사주 향방에 시선이 쏠린다. 지난 6월 말 기준 지배주주 측 지분은 35.7%다. 정몽진 회장은 KCC 지분 19.58%를 확보해 최대주주다. 차남 정몽익 회장과 3남 정몽열 KCC건설 회장이 각각 4.65%, 6.31%를 가지고 있다. 정몽익 회장과 정몽열 회장이 계열분리를 위해 지분을 매각한다면 지배주주 측 지분은 20% 초중반으로 낮아진다.
KCC가 지배주주 측 지분이 안정적이지 않아 자사주 소각에 소극적인 것 아니냐는 시각도 나온다. 자사주를 정몽진 회장 측과 사이가 우호적인 백기사에게 매각해 의결권을 부활시켜 지배력을 강화할 수 있어서다. 현재 KCC는 전체 주식의 17.2% 규모의 자사주를 보유하고 있다.
이는 KCC에 투자한 일반주주의 이익에는 부합하지 않는다. 자사주 소각은 대표적인 주주환원 정책이기 때문이다. 자사주를 소각하면 주당 순이익이 오른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지배주주 입장에서 자사주를 활용할 방법이 많아 자사주를 소각하지 않는 것이 유리하게 작용하는 것은 사실”이라면서 “일반주주를 위해서라면 자사주는 소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KCC그룹 관계자는 “현재 자사주 소각 및 매입에 대한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박호민 기자 donkyi@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