댄스학원 등 정리, 다른 비주력 계열사도 청산·매각…YG엔터 “음원·공연 사업 집중 위한 선택”
#설립 초창기 연예계 주목 받았지만…
일요신문 취재 결과, YG엔터는 YGX 청산 작업을 진행 중이다. 법인등기부에 따르면 YGX는 지난 7월 8일 해산을 결의했다. 해산은 법인이 본래의 권리능력을 상실하는 것을 뜻한다. 해산된 법인은 재산 정리 등 청산 절차를 밟는다.
YG엔터는 2017년 자회사 ‘컴퍼니엑스’를 설립했다. 컴퍼니엑스는 이듬해인 2018년 YGX로 사명을 변경한 후 레이블 사업을 시작했다. YGX는 당시 △해체된 레이블 ‘하이그라운드’ 관련 업무 △NHR 흡수합병 △댄스 아카데미(학원) 운영 등의 사업을 진행했다. NHR은 빅뱅 출신의 승리가 운영하던 DJ 레이블이었다.
양현석 YG엔터 총괄 프로듀서는 2018년 5월 YGX에 대해 “아무래도 제가 댄서 출신이다보니 댄스 아카데미는 YG엔터 설립 이전부터 꼭 해보고 싶었던 일이었다”라며 “NHR 소속 DJ들뿐 아니라 YG엔터 소속 아티스트들과의 콜라보 등을 통해 다양한 방법으로 해외시장을 공략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YGX는 설립 초창기 연예계의 주목을 받았다. NHR 출신의 DJ가 대거 넘어갔고 이수혁, 주우재, 한승연 등 유명 연예인과 초이스37(CHOICE 37)과 같은 유명 프로듀서까지 YGX에 합류했다. 문제는 실적이었다. YGX의 2018년과 2019년 매출은 각각 14억 원, 27억 원이었다. YG엔터는 2019년 매출 2645억 원을 거뒀다. YGX가 YG엔터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대에 불과했던 셈이다. YGX는 또 2018년과 2019년 각각 12억 원, 18억 원의 적자를 거뒀다.
YG엔터는 2020년 댄서를 제외한 YGX 소속 연예인 대부분을 YG엔터로 이전시켰다. YGX는 이때부터 댄서 매니지먼트와 안무 아카데미 관리·운영 등 안무 전문 계열사로 탈바꿈했다. YGX는 이후로도 나름의 존재감을 보였다. 특히 엠넷 프로그램 ‘스트릿 우먼 파이터’에 YGX 소속 댄서들이 출연하면서 대중들의 관심이 높아졌다. 연예인뿐 아니라 일반인이 YGX 안무 아카데미에서 레슨을 받을 수 있었던 것도 인기 요인으로 꼽혔다.
그러나 YGX는 결국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해 해산을 결의했다. YGX는 지난 4월 아카데미 운영을 종료했고, 공식 SNS(소셜미디어)도 비공개로 전환됐다. YGX 본사가 있었던 건물에는 YGX 간판 대신 ‘YG트레이닝센터’ 간판이 새롭게 걸려 있다.
이와 관련, YG엔터 관계자는 “YGX를 독립 법인으로 두기에는 수익성이 좋지 않아 댄서 매니지먼트 등의 사업은 YG엔터로 이관하고, 아카데미 등의 사업은 정리할 것”이라며 “본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게 목표”라고 설명했다.
#JYP엔터도 비슷한 행보
YG엔터는 최근 몇 년간 사업을 축소해왔다. YG엔터는 2022년 계열사인 식품 업체 YG푸즈를 청산했다. 이어 2023년에는 화장품 업체 코드코스메인터내셔널을 청산했고, 골프 서비스 제공 업체 그린웍스를 매각했다. 올해 들어서는 드라마 제작 업체 스튜디오플렉스 매각을 추진 중이다. 식품, 화장품, 골프 등의 사업은 YG엔터의 본업인 엔터테인먼트 사업과 큰 연관이 없다. 하지만 스튜디오플렉스와 YGX는 엔터테인먼트와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사업을 영위한다.
이에 대해 YG엔터는 비주력 사업을 정리하고, 엔터테인먼트 사업 중에서도 음원 및 공연 사업에 집중하기 위한 선택이라는 입장이다. YG엔터의 최근 음원 및 공연 사업 실적은 신통치 않다. YG엔터의 매출은 지난해 상반기 3158억 원에서 올해 상반기 1774억 원으로 43.83% 감소했다. 특히 공연 매출액이 717억 원에서 90억 원으로 87.45% 줄었다. YG엔터는 지난해 상반기 653억 원의 영업이익을 거뒀지만 올해 상반기에는 180억 원의 영업손실로 적자전환했다.
지난해 블랙핑크 멤버들과 YG엔터의 재계약 무산이 실적에 악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다. 블랙핑크 멤버들은 ‘블랙핑크’ 팀 활동만 YG엔터 소속으로 진행하고, 개인 활동은 타 기획사 소속으로 움직인다. 블랙핑크는 올해 공연 계획이 없어 블랙핑크 팀으로서의 수익은 당분간 기대하기 어렵다. YG엔터 소속 2NE1은 최근 재결합 소식을 발표하며 오는 10월부터 글로벌 투어에 나설 계획이지만 블랙핑크의 빈자리를 메우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증권가에서는 YG엔터의 신인 육성에 따른 성패가 향후 실적을 결정지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기훈 하나증권 연구원은 YG엔터에 대해 “신인에 대한 투자비용이 공격적으로 집행되고 있는 가운데 기존 아티스트들의 활동 공백으로 무형자산 상각비가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올해 3분기는 또 한 번의 적자가 예상되며 연간으로는 100억~200억 원 내외의 영업손실을 전망한다”고 분석했다.
이와 관련, 앞서의 YG엔터 관계자는 “본업에 집중할 때 가장 성과가 좋았던 것 같다”며 “궁극적으로 본업을 더 키우는 구조이고, 아티스트 활동과 관련해 새로운 모습을 더 많이 보여드릴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경쟁사로 꼽히는 JYP엔터테인먼트(JYP엔터)는 YG엔터와 비슷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JYP엔터는 2019년 음향·영상기기 업체 진앤튠을 매각했고, 신발 브랜드 개발 업체 제이지원을 청산했다. JYP엔터는 2022년 블록체인 사업을 추진했지만 현재는 사실상 포기한 상태다(관련기사 [단독] ‘수익성 불안해서…’ JYP엔터 블록체인 사업 재검토 내막).
JYP엔터는 최근 보이그룹 스트레이키즈와 걸그룹 트와이스의 활동이 주춤하면서 실적이 하락했다. JYP엔터의 매출은 지난해 상반기 2698억 원에서 올해 상반기 2322억 원으로 13.93% 줄었고,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877억 원에서 430억 원으로 51.03% 감소했다.
김규연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JYP엔터에 대해 “추가적인 이익률 하락을 방지할 수 있는 신인의 등장이 간절하다”며 “매출 비중이 가장 큰 스트레이키즈가 2025년 계약 조건 갱신을 앞두고 있는데 정산율 재산정으로 인한 이익률 훼손을 상쇄하는 IP(지식재산권)가 등장해야 한다”고 전했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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