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힘 정동만 선제골에 민주 문금주 원더골로 응수…결과는 1-1 무승부, 양당 지도부 “협치” 강조
#여야 모두 ‘협치’ 강조
8월 26일 오후 국회의원 친목 모임인 의원축구연맹은 서울 여의도 국회 운동장에서 여야 국회의원 축구대회를 개최했다. 2022년에 이어 2년 만이다. 경기 시작 전부터 여야 의원들은 휴식 부스에 모여서 서로 인사하며 담소를 나눴다. 유영하 국민의힘 의원이 전용기 민주당 의원에게 살살 부탁한다고 농담을 건넬 정도로 화기애애한 분위기였다.
오후 3시 55분 각각 붉은색과 푸른색 유니폼을 맞춰 입은 국민의힘과 민주당 의원들은 운동장 가운데에 함께 모여 몸풀기 준비운동을 했다. 국회 보좌진들은 응원 현수막을 들고 선수로 나선 의원들을 응원했다.
오후 4시 20분 개회식이 시작됐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경기 시작 전 축사에서 “요즘 국회가 늘 부딪히기만 하는데 서로가 화합하고 단결하는 모습을 함께 보게 되니 너무나 좋다”며 “축구가 가진 힘은 참 대단하다. 2006년 독일 월드컵에서 코트디부아르의 축구 선수 드로그바가 내전이 벌어지는 조국을 향해 ‘싸우지 말자’고 해 내전이 중단됐던 적도 있다. 이 축구를 통해 힘을 하나로 합치는 모습이야말로 멋진 스포츠 정신의 한 모습”이라고 강조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도 ‘협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한 대표는 “우연찮게도 우 의장은 저희 색인 빨간색을 입었고 저는 민주당색인 파란색을 입고 나왔다”며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와 즐거운 대화를 나눴다. 오늘 이 분위기를 국민을 위해 저 안(국회)에서도 이런 분위기로 좋은 정치를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 원내대표는 “그간 우리 정국을 보게 되면 늘 정치 공방만 했는데 오늘은 정치 공방이 아니라 축구 공방을 했으면 좋겠다”며 “축구공을 놓고 서로 멋진 우정을 나누고 협치의 물꼬를 터 나가면 어떨까 한다”고 했다.
직전 의원축구연맹 회장이었던 정진석 대통령실 비서실장은 김명연 정무1비서관을 통해 ‘꽉 막힌 여야 관계를 시원하게 돌파하는 킥오프가 되시길 바랍니다’는 문구가 적힌 커피를 보냈다.
#선수비 후역습 vs 킥앤 러시
양 팀 주장은 축사 이후 앞으로 나왔다. 민주당에서는 위성곤 의원이, 국민의힘에서는 송석준 의원이 각각 주장을 맡았다. 둘은 마주 보고 인사를 한 후 서로를 껴안은 뒤 다짐서를 낭독했다. 이후 주장들은 각자 자리로 돌아가 작전판을 통해 선수들에게 전술을 지시했다. 이날 경기 시간은 전·후반 25분씩으로, 각 팀은 여성의원 1명을 포함해 총 12명 출전했다.
국민의힘은 골키퍼 강대식 의원을 시작으로 김승수 구자근 진종오 유영하 이상휘 송석준 정동만 김종양 임종득 박형수 조배숙 의원으로 선발 라인업을 꾸렸다. 포메이션은 최근 세계 축구 트렌드인 4-2-3-1로 구성했다. 중앙 미드필더는 정동만 의원이 맡았다. 박형수 의원을 최전방 원톱 공격수로 세웠다.
국민의힘 주장 송석준 의원은 “우리 팀이 발을 한 번도 안 맞춰봤고, 선수 구인난도 있었다”며 “우선 수비 전략으로 가다가, 역습하려고 한다. 드리블 실력이 있는 송석준 의원과 킥이 좋은 정동만 의원이 핵심 선수”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4-4-2 포메이션으로 맞섰다. 골키퍼 위성곤 의원을 필두로 이재강 민병덕 김동아 박희승 한병도 김영진 문금주 전용기 김기표 박용갑 이수진 의원으로 선발 라인업을 가동했다. 김기표 박용갑 의원이 투톱으로 나섰으며, 양 날개에는 전용기 한병도 의원이 포진했다.
민주당 주장 위성곤 의원은 “핵심 선수는 김영진 한병도 의원이다. 우선 상대편 진영에서 경합할 수 있도록 공을 앞으로 길게 찰 것”이라며 “두 번째는 우리도 못 하고, 상대편도 못 한다.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만 하면 된다”고 강조했다. ‘킥앤 러시’ 스타일인 롱볼 축구를 구사하겠다는 구상이다.
오후 4시 49분 킥오프를 하자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전반 3분 만에 박형수 국민의힘 의원은 단독 드리블로 페널티 지역 침투에 이어 오른발 슛을 날렸으나 옆 그물망을 때렸다. 국민의힘 응원단에서 탄식이 나왔다. 국민의힘 첫 슈팅이었다. 민주당은 프리킥을 얻으며 반격에 나섰다. 김기표 의원이 수비수들을 제친 뒤 한병도 의원에게 패스하며 압박을 이어갔으나, 이렇다 할 기회를 만들진 못했다.
전반 8분 민병덕 민주당 의원이 롱킥으로 국민의힘 진영에 볼을 찼다. 한병도 문금주 민주당 의원은 패스를 주고받으며 득점 기회를 노렸다. 국민의힘 진영에서 볼 경합을 벌이는 가운데 김영진 민주당 의원이 오른발 중거리 슛을 때렸으나, 골키퍼 선방에 막혔다. 민주당의 첫 유효슈팅이었다. 이때 비가 굵어지기 시작했으나, 여야 의원들은 승부욕을 더욱 불태웠다.
전반 16분 민주당은 수비 뒤 역습에 나섰다. 박형수 국민의힘 의원이 슈팅을 때리려던 것이 빗맞아 민주당 골키퍼인 위성곤 의원에게 패스처럼 연결됐다. 곧바로 민주당은 국민의힘 진영을 향해 롱킥으로 볼을 걷어찼다. 볼 경합 과정에서 파울을 얻어냈고, 김영진 민주당 의원이 직접 프리킥 슛을 시도했으나 골키퍼 선방에 막혔다.
국민의힘은 전반전 내내 고전했다. 전반 20분 김영진 민주당 의원의 패스를 받은 김기표 의원이 슛을 날렸다. 튀어나온 볼을 한병도 의원이 다시 슛으로 연결했으나 빗나갔다. 전반 24분 김기표 민주당 의원이 페널티 박스 밖 오른쪽 부근에서 강력한 슛을 때렸지만, 왼쪽 골대를 맞고 나왔다. 그렇게 전반전이 종료됐다.
15분 휴식 시간 동안 국민의힘 진영에서는 민주당의 무차별적 공격을 막아낸 뒤에 역습을 노리기 쉽지 않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수비수였던 진종오 국민의힘 의원은 대자로 운동장 바닥에 누워서 휴식을 취하기도 했다. 국민의힘은 교체 카드를 꺼내들었다. 조배숙 의원을 빼고, 한지아 의원을 투입했다.
오후 4시 27분 후반전이 시작됐다. 후반 5분 정동만 국민의힘 의원이 수비를 한 뒤 롱킥으로 페널티 박스 근처에 있는 박형수 의원에게 정확히 패스했다. 화들짝 놀란 골키퍼 위성곤 의원이 페널티 박스 앞으로 달려갔고, 드리블 하는 박 의원이 위 의원 발에 걸려 넘어졌다. 주심은 페널티킥을 선언했다.
정동만 국민의힘 의원이 키커로 나섰다. 정 의원은 침착하게 인사이이드 킥으로 오른쪽 구석으로 낮게 깔아 찼지만, 골대를 강타했다. 이후 국민의힘의 파상공세가 이어졌다. 후반 9분 송석준 의원이 중거리 슛을 때렸으나, 살짝 빗나갔다.
후반 17분 민주당 페널티 박스 앞에 볼이 흘러가면서 한지아 국민의힘 의원이 골키퍼인 위성곤 민주당 의원과 경합을 펼쳤다. 그 과정에서 쇄도하던 정동만 의원이 페널티 박스 왼쪽 측면에서 공을 받았다. 민주당 수비수들이 달려오자 정 의원은 곧바로 슛을 때렸고 공은 골망을 갈랐다.
불의의 일격을 맞은 민주당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후반 21분 문금주 민주당 의원이 날카로운 슛을 날렸으나, 골키퍼 정면으로 향하면서 막혔다. 후반 23분 민주당은 코너킥 상황에서 헤딩슛을 했으나 골로 이어지지 않았다. 그러던 중 후반 24분 문금주 의원이 단독 드리블로 치고 나가면서 왼쪽 페널티 박스 부근에서 강력한 슛을 때리며 동점 ‘원더 골’을 성공시켰다.
추가 시간 2분이 주어진 뒤 양 팀 모두 매서운 공세를 펼쳤으나 추가골을 만들진 못했다. 축구대회는 1 대 1 무승부로 종료됐다. 여야 의원들은 경기를 마친 뒤 서로 하이파이브를 했고, 여의도 한 식당으로 이동해 만찬을 함께했다.
정동만 국민의힘 의원은 경기 후 “2022년 축구대회서 0 대 0 무승부로 협치해서 잘 됐다”며 “이번 대회 페널티킥은 실축이 아니다. 비기려고 일부러 넣지 않았다. 후반 17분 득점은 (골키퍼) 위성곤 민주당 의원이 넣도록 해준 것”이라고 말했다.
문금주 민주당 의원은 경기 후 인터뷰서 “십년감수했다”며 “질 수는 없어서 기어코 한 골을 넣었다. 찬스를 결과로 만들어서 기분 좋다”고 말했다.
허일권 기자 onebook@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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