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인화 회장 ‘최정우 지우기’ 나서” 시각…‘최 라인’ 이시우 임기 마친 뒤 재동행 여부 촉각
포스코그룹이 장인화 회장을 수장으로 내세운 이후 숨 가쁜 행보를 하고 있다. 그 가운데 눈길을 끄는 것은 전임 최정우 회장이 임직원들을 상대로 지급한 ‘스톡그랜트’ 제도를 폐지한 것이다.
스톡그랜트 제도는 자사주를 임직원에게 지급하는 상여금이다. 포스코그룹은 역대급 부진한 실적 속에서 이 같은 스톡그랜트를 지급해 논란의 중심에 선 바 있다. 이 때문에 장 회장의 스톡그랜트 제도 폐지를 두고 최 전 회장과 거리두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시각이 나왔다.
장인화 회장은 최정우 전 회장이 벌여 놓은 사업을 축소하는 모양새다. 대표적인 예가 배터리소재사인 피앤오케미칼 매각이다. 피앤오케미칼은 2020년 포스코퓨처엠이 51%, OCI가 49%의 지분을 가진 합작법인으로 설립됐다. 포스코퓨처엠은 피앤오케미칼 지분 전체를 OCI에 넘기기로 했다. 매각 대금은 537억 원 수준이다. 포스코퓨처엠이 당초 536억 원의 자금을 투입해 피앤오케미칼 지분 과반을 확보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손해 없이 투자 자금을 회수한 셈이다. OCI 측이 포스코퓨처엠 보유 지분을 투자금 그대로 인수해줄 만큼 사업 전망이 나쁘지 않았던 것으로 평가된다. 일각에서는 이번 매각 건을 두고 장인화 회장의 ‘최정우 지우기’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이와 동시에 장 회장의 리더십을 의심하는 시각도 있다. 장 회장이 연구소 출신(관련 기사)인 데다 현재 포스코그룹을 실질적으로 이끌고 있는 주요 계열사 사장단에 대해 입김이 약하다는 것이다.
장 회장이 취임 과정을 살펴보면 이 같은 주장에 힘이 실린다. 장 회장은 지난 2월 8일 임시 이사회를 통해 회장 최종 후보로 이름을 올렸다. 이후 3월 열린 정기주총에서 회장 선임 안건이 통과됐다.
장 회장이 포스코그룹의 지휘봉을 잡기 직전인 지난 2월 28일 대대적인 주요 계열사 사장단 인사가 단행됐다. 포스코인터내셔널 사장에 이계인 부사장을 승진 발령, 포스코이앤씨 사장에 전중선 전 포스코 사장을, 포스코퓨처엠 사장에 유병옥 포스코홀딩스 부사장을 임명했다.
당시 인사에서 눈길을 끈 대목은 포스코그룹 핵심 계열사인 포스코의 단독 대표 체제 전환이었다. 포스코는 김학동 부회장과 이시우 사장 공동대표 체제였는데 이 사장 단독 대표 체제로 전환된 것이다.
이시우 사장은 대표적인 ‘최정우 라인’으로 분류되는 경영인이다. 이 때문에 이 사장의 단독 대표 체제는 최 전 회장의 의중이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는 평가도 나왔다. 이 사장은 최 전 회장 체제에서 영전을 거듭했다. 논란이 있었지만 승진에 걸림돌이 되지 않았다. 2020년 11월 이 사장이 광양제철소 책임자(소장)였던 당시 제철소에서 폭발 사고가 발생해 3명의 근로자가 사망하는 일이 있었다.
논란이 확대되면서 최 전 회장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가 연 산업재해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해 따가운 질책을 받아야 했다. 이러한 논란 속에서도 최 전 회장은 이 사장을 광양제철소 소장에서 생산기술본부장으로 사실상 승진 인사 조치했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광양제철소소장과 생산기술본부장은 동일 직급인 부사장이지만 생산기술본부장을 한 단계 위로 본다.
이시우 사장은 지난해 3월 사장으로 승진하면서 대표이사로 선임돼 김학동 전 부회장과 포스코를 이끌었다. 이 때문에 지난 2월 이 사장 단독대표 체제 전환을 두고 최 전 회장의 마지막 인사라는 평가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장인화 회장 입장에서는 최정우 전 회장과 거리두기를 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시우 사장의 존재가 껄끄러울 법하다. 포스코 사정에 밝은 한 인사는 “장인화 회장 입장에서 주요 계열사 사장으로 자신의 경영 철학을 수행해줄 사장단이 필요한데 회장 선임 직전 이뤄진 대대적인 사장단 인사로 장 회장이 자신의 의지대로 회사를 운영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특히 최정우 사단의 핵심인물로 거론되는 이시우 사장이 주요 회의 때마다 참석하는 것 자체가 부담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장인화 회장과 이시우 사장의 동행 여부는 내년에 결정될 전망이다. 포스코그룹 사장 임기는 1년이다. 이 사장의 대표이사직 임기는 내년 3월 1일까지로 예정돼 있다. 다만 이 사장 체제 아래 수익성이 악화되는 양상인 점은 부담스럽다. 포스코의 지난 2분기 영업이익은 4861억 원으로 전년 동기 8893억 원 대비 45% 급감했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업황 부진이 포스코 수익성 악화에 영향을 미친 모양새여서 엔지니어 출신인 이시우 사장보다 재무적인 이해가 빠른 재무통 경영인이 더 적합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포스코의 실적 악화로 전체 포스코그룹이 흔들리는 모양새다. 같은 기간 포스코홀딩스의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7519억 원으로 43% 감소했다.
박호민 기자 donkyi@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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