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소 명분 만들기? 대통령실 ‘불필요한 리스크 발생’ 불만…국민 법감정 반영 ‘기소 의견’ 시 검찰 부담
하지만 대통령실과 박성재 법무부 장관 등의 불만이 상당하다고 한다. 디올백 수수 의혹에 대해 대통령실 등 윗선에서는 ‘법리적으로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인데, 이원석 검찰총장이 수심위 소집을 결정하면서 불필요한 리스크를 발생시켰다는 것이다.
#심의위원 15명 무작위 선택
수사심의위원회는 국민적 관심이 쏠린 사건에 대해 검찰의 수사 절차 및 결과를 위원들에게 설명한 뒤 의견을 묻는 제도다. 수심위는 검찰 수사팀으로부터 보고를 받고 기소 여부 등을 심의·의결한다. 국민의 신뢰를 제고하는 게 목적으로, 보통 사회적 이목이 집중되는 사건에 한해 이뤄진다.
수사결과를 심의할 위원은 무작위 추첨으로 선정한다. 변호사, 법학교수, 시민단체, 언론인 등 150~300명의 후보들 중 무작위로 15명을 뽑는다. 수사심의위원장인 강일원 전 헌법재판소 재판관이 이른바 로또추첨기로 알려진 기계에 들어간 후보자들의 명단 중 15명을 뽑는 방식이다. 수심위는 위원 명단과 선정부터 회의록까지 모든 과정이 비공개다. 선정된 위원 15명은 안건을 심의하고 충분한 논의를 통해 일치된 의견이 도출될 수 있도록 조정한다. 의견이 불일치하는 경우 출석위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의결한다.
수심위는 위원 명단과 선정부터 회의록까지 모든 과정이 비공개다. 통상 2주 정도 걸리는데, 강제권은 없다. 대검 예규에 따르면 검찰은 수심위 결론을 존중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강제조항이 아니기 때문에 반드시 결론을 따르지는 않아도 된다.
하지만 이원석 검찰총장은 “수심위 의견을 존중할 것”이라며 강제권이 없는 수심위 선택을 최대한 고려할 것임을 시사했다. 또 수심위 선택 이유로 ‘의혹을 남기지 않기 위함’을 제시했다.
이원석 검찰총장은 8월 26일 오전 출근길에 만난 취재진에게 “전원 외부의 민간 전문가로 구성된 수사심의위원회 절차를 거쳐 검찰 외부 의견까지 경청해 공정하게 사건을 최종 처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수사심의위원회는 절차도 그렇고 구성도 그렇고 또 위원회의 운영과 결론까지 모두 독립적으로 그리고 공정하게 진행된다. 검찰총장이 운영부터 또 구성까지 또 결론까지 관여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대통령실과 법무부 반응 ‘납득할 수 없다’
하지만 대통령실과 법무부 반응은 ‘납득할 수 없다’는 것이다. 박성재 법무부 장관을 필두로 이원석 검찰총장의 수심위 소집 결정을 탐탁지 않아 한다는 후문이 돈다. 불필요한 논란을 피하기 위해 이원석 총장과 접촉도 하지 않았지만, 거꾸로 사전 보고나 협의도 전혀 없었다고 한다.
법무부 흐름에 정통한 한 법조인은 “법리적으로 김영란법이나 뇌물 등은 모두 김건희 여사에게 적용할 수 없다는 것을 잘 아는 이원석 총장이 제대로 보고도 하지 않고 수심위를 소집한 것에 윗선의 불만이 많다”며 “수심위에서 기소 의견을 냈는데 이를 검찰에서 뒤집고 기소하지 않는다면 더욱 큰 비난을 받지 않겠느냐”고 지적했다.
#법리 놓고 전문가와 일반인 시선 차이가 변수
법조계는 수심위가 ‘비법조인’으로 구성되는 특징이 가장 큰 변수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과 달리 수심위는 범죄 적용 가능 혐의도 폭넓게 살펴보게 된다. 이원석 총장의 지시에 따라 수심위는 김영란법과 청탁금지법은 물론, 알선수재 및 변호사법 위반 혐의도 판단할 예정이다.
김영란법은 핵심 쟁점인 직무관련성에서 적용에 한계가 있다는 게 수사팀의 판단이었다. 청탁금지법상 공직자 본인은 그 명목과 상관없이 기준 이상 금품을 받아선 안 되지만, 공직자 배우자는 처벌 규정이 별도로 없다. 다만 인사 청탁 등 요청이 존재했고, 이를 대가로 했다고 볼 수 있다면 직무관련성을 폭넓게 인정하고 기소 의견을 낼 수도 있다.
청탁금지법 9조에는 공직자 등이 자신의 배우자가 수수 금지 금품 등을 받거나 제공 약속 혹은 의사표현을 받은 사실을 알게 된 경우엔 신고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이는 ‘김건희 여사가 윤석열 대통령에게 청탁을 전달했다’는 것을 입증해야 한다. 다만 김 여사 측은 “청탁인지 알지 못했다”는 입장이라, 이를 적용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원석 총장이 직접 지시한 변호사법 위반이나 알선수재, 제3자 뇌물죄는 ‘처벌이 더 어렵다’는 얘기가 나온다. 알선수재는 공무원 직무에 속한 사항의 알선에 관해 금품을 받은 경우 처벌하는데, 이 역시 김 여사 측의 해명대로라면 적용이 불가하다. 뇌물 역시 제3자 뇌물을 적용해야 하는데 이럴 경우 부정한 청탁과 이에 대한 대가성 뇌물을 입증해야 한다.
변호사법 위반 혐의는 공무원이 취급하는 사건 또는 사무에 관해 청탁 또는 알선을 한다는 명목으로 금품 등을 받은 자를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인데, 이는 알선수재, 제3자 뇌물죄 등과 구성 요건이 동일하다.
문제는 법리만 놓고 ‘판례 중심의 보수적인 판단을 한 수사팀’과 ‘국민 법감정을 토대로 판단을 할 수심위’의 판단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수사팀은 300만 원대의 명품가방이 ‘뇌물 대가로 보기에는 적다’고 봤지만, 거꾸로 비법조인들은 “고가의 명품가방을 받았음에도 처벌하지 못한다”는 국민 법감정을 우선해 적극적 해석을 할 수도 있다.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수심위를 소집하는 것은 결국 국민들에게 ‘우리 결정을 국민들의 대표격인 수심위원들도 동의했다’는 것을 얻어내기 위함인데 거꾸로 수심위가 다른 판단을 하면 이를 뒤집는 것은 부담이 가중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검찰은 수심위가 다룬 사건 15건 가운데 11건에 대해 수심위 권고와 같은 처분을 내렸다. 윤석열 검찰총장 시절이던 2020년 검찰은 상급자의 폭언·폭행 등으로 극단 선택을 한 고 김홍영 검사 사건과 관련해 직속상관이던 김대현 전 부장검사를 수심위 권고대로 기소했다. 이후 김 전 부장검사는 징역 8월 형이 확정됐다.
특히 이원석 총장이 수심위에서 ‘기소 의견’을 낼 경우, 이를 받아들일 가능성을 주목해야 한다. 이태원 참사로 수사를 받은 김광호 전 서울경찰청장은 수사팀의 무혐의 불기소 결론에도 이 총장의 직권 수심위 소집으로 결정이 바뀌었다. 검찰은 김 전 청장에 대한 불기소 방침을 뒤집고 수심위 권고를 받아들여 재판에 넘겼다.
대통령실, 법무부 등 윗선과 이원석 총장의 관계가 ‘파국’으로 끝날 가능성이 거론되는 대목이다. 임기가 2주가량 남은 이원석 총장이 검찰을 떠나고 나면 완전히 ‘배신자’로 낙인찍힐 것이라는 추론이다. 앞선 법조인은 “법리적으로 기소할 수 없는 사건을 기소하려는 이원석 총장의 ‘정치적인 선택’이라는 게 윗선에서 바라보는 시선”이라며 “이원석 총장이 임기가 끝나면 정치를 할 것이라고 공공연하게 내다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서환한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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