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영묵에 반한 김경문 “감독이 좋아할 플레이 한다”…고영우 주전으로 완벽하게 자리 잡아
이들이 프로 지명을 받거나 입단 제의를 받아 프로그램에서 하차하게 되면, '최강 몬스터즈' 선수들은 '아름다운 방출'이라고 환호하며 아낌없는 축하를 보낸다. 실제로 투수 정현수(롯데 자이언츠), 포수 윤준호(두산 베어스)·박찬희(NC 다이노스), 내야수 한경빈·황영묵(이상 한화 이글스)·류현인(KT 위즈)·고영우·원성준(이상 키움 히어로즈) 등이 이 프로그램을 통해 '취업'에 성공해 박수를 받으며 떠났다. 한경빈·박찬희·원성준은 육성선수로 입단했고, 다른 선수들은 신인드래프트에서 지명을 받은 케이스다.
#최고 성공 사례, 황영묵
한화 황영묵(25)은 '최강야구'가 배출한 최고의 성공 사례로 꼽힌다. 그는 2018년 충훈고를 졸업하면서 프로 지명을 받지 못해 중앙대에 진학했지만, 1학년 때 중퇴하고 독립야구단 성남 블루팬더스에 입단했다. 이후 현역으로 군 복무를 마친 뒤 스코어본 하이에나들과 연천 미라클에서 뛰면서 기회를 노렸다. 세 번의 독립리그 구단을 거치는 동안 늘 좋은 평가를 받았던 황영묵은 트라이아웃을 통해 합류한 '최강 몬스터즈'에서 프로야구 레전드 스타들과 함께 뛰며 더 큰 꿈을 품었다. 결국 올해 신인드래프트 4라운드에서 전체 31순위로 한화의 부름을 받는 데 성공했다.
그는 "여기(프로)까지 오는 데 6년이 걸렸다. 그래도 한 번도 '내가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다"고 감격을 토로했다. 또 "6~7개월 동안 '최강야구'에 출연하면서 야구를 대하는 자세를 많이 배웠다. 아무나 해볼 수 없는 경험이었는데 내게 운이 따랐고, 좋은 기회였다"며 "당시 내가 할 수 있는 건 여기서 다 하고 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앞으로 야구를 해나가는 데 있어서 계속 도움이 될 것 같다"고 했다.
어렵게 기회를 잡은 황영묵에게는 매 경기가 전쟁터다. 그의 유니폼은 언제나 흙으로 더럽혀져 있다. 경기가 끝날 때쯤이면 원래 색을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라 '흙니폼'(흙+유니폼)으로 불린다. 그렇게 열심히 치고 달리고 구른 노력의 결실도 값지다. 황영묵은 입단 첫해부터 한화의 확실한 주전으로 자리 잡았다. 8월 28일까지 총 100경기에 출전해 타율 0.305 3홈런 32타점 45득점을 기록하고 있다. 최근에는 한화의 1번 타자를 맡기도 했고, 수비와 베이스러닝에서는 숫자 이상의 존재감을 보여주고 있다. '죽기 아니면 살기'로 그라운드에 나서는 그의 눈빛을 김경문 한화 감독도 눈여겨봤다. 김 감독은 "황영묵은 신인인데도 벤치에서 기대하는 것 이상으로 잘해주고 있다. 팀에 꼭 필요하고 감독이 가장 좋아할 만한 플레이를 한다"며 "최선을 다하는 모습에 마음속으로 박수를 많이 보내주고 싶다"고 했다.
황영묵은 여전히 쉽게 웃지 않는다. '또 다른 황영묵'에게 길을 열어주고 싶다는 마음으로 매 순간 최선을 다한다. 자신이 올해 처음 프로에 발을 디딘 '신인'이라는 사실도 늘 잊지 않는다. 그는 "나보다 어린 친구들이 이곳에서는 선배 아닌가. 나는 신인답게 그냥 내가 준비해온 과정들을 믿고 자신감 있게 하고 있다"며 "지금까지는 가장 큰 동기부여가 프로 유니폼을 입는 거였다. 그 목표를 이루니 확실히 책임감도 생기고, 더 신중해졌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나만의 야구 틀은 달라진 게 없다. 말로 설명하긴 어렵지만, 계속 야구장에서 플레이하는 것만 생각한다"며 "나는 그저 야구를 너무 사랑했던 것 같다. 나 자신을 믿고 야구를 했더니 길이 열렸다. 독립리그와 아마추어에 열심히 하는 선수가 많다. 프로에서 더 많이 만났으면 좋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주전으로 자리 잡은 고영우
키움이 선택한 내야수 고영우(23)도 1군 주전 선수로 완벽하게 자리 잡았다. 그는 8월 28일까지 87경기에 출전해 타율 0.260 30타점 21득점을 기록하고 있다. 개막 엔트리에 승선한 뒤 한 번도 2군에 내려가지 않았고, 시즌 초 키움 주전 내야수 김혜성이 어깨 통증으로 그라운드에 서지 못하는 사이 그 공백을 훌륭하게 메워 눈도장을 받았다.
고영우는 처음에는 '최강 몬스터즈'의 정식 멤버가 아니었다. 성균관대에 재학 중이던 2023년 트라이아웃에서 황영묵과 원성준(24)에 밀려 탈락했다. 그러나 '최강 몬스터즈'와 성균관대 야구부의 맞대결 때 성균관대 선발 3루수로 출연한 뒤 여러 차례 호수비를 선보여 '최강야구' 관계자들의 눈에 들었다. 결국 '최강 몬스터즈' 주축 야수들이 부상으로 이탈한 틈을 타 일일 아르바이트생으로 합류했다. 이후에도 고영우는 자연스럽게 팀 훈련에 참여하면서 얼굴을 비췄고, '최강 몬스터즈' 측도 못 이기는 척 그를 반고정 멤버로 받아들였다. 고영우는 그 후 한일장신대전에서 맹활약해 고정 멤버로 인정 받았지만, 올해 신인드래프트 4라운드에서 전체 39순위로 키움의 지명을 받아 명예롭게 하차했다.
키움은 올 시즌 투타를 불문하고 신인 선수들에게 많은 출전 기회를 주고 있다. 고영우도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첫해부터 값진 풀타임 시즌을 보내고 있다. 키움 주장 송성문이 직접 운동과 식단을 챙기며 '관리'할 만큼 팀 내 비중도 커졌다. 그는 "아마추어 때와는 달리 매일 경기가 있는 게 힘들고, 경기에서도 긴장감 때문에 체력 소모가 크다. 그래도 감독님과 코치님이 잘 조절해주시고 선배님들도 많이 도와주셔서 큰 어려움은 없다"며 "언젠가는 내 포지션(3루수)에서 가장 잘하는 선수가 되는 게 최종 목표다. 다른 선수의 롤모델이 되고 싶다"고 눈을 빛냈다.
고영우와 함께 키움 유니폼을 입은 원성준 역시 전력에 한몫하고 있다. 그는 드래프트 지명을 받은 고영우와 달리 육성선수로 입단했지만, 6월 6일 정식 선수로 1군에 데뷔한 뒤 꾸준히 존재감을 보여주고 있다. 두 번째 경기였던 6월 7일 고척 삼성전에선 역전 결승 3점 홈런을 터트려 팀 승리를 이끌기도 했다. '최강야구' 출연 당시까지만 해도 내야수로 뛰었는데, 키움에 오자마자 외야수로 포지션을 바꿔 '틈새 공략'에 성공했다. 8월 22일 수원 KT전에선 우익수로 선발 출장했다가 황재균의 잘 맞은 타구를 다이빙 캐치해 박수를 받기도 했다. 홍원기 키움 감독은 "지난겨울 원주 마무리캠프 때 배트 중심에 공을 맞히는 능력을 인상적으로 봤다"고 원성준의 미래에 기대감을 표현했다.
#새로운 신화 준비하는 정현수
정현수(22)는 올해 신인드래프트 2라운드에서 전체 13순위로 고향팀 롯데의 지명을 받았다. '최강 몬스터즈' 출신 아마추어 선수 중 역대 가장 높은 순위였다. 중학교 때까지 내야수였던 정현수는 부산고 시절 투수로 포지션을 바꿨다. 그러나 투수로는 총 2⅓이닝을 던진 게 전부였고, 주로 외야수로 뛰었다. 결국 프로에 가지 못하고 송원대 야구부에 진학해 본격적으로 투수 수업을 받았다. 정현수가 투수로 두각을 나타낸 건 대학교 2학년 때부터다. '혹사' 논란이 일 정도로 많은 이닝을 소화하면서 팀 에이스로 자리를 잡아갔다. 동시에 지난해 '최강야구'에 출연해 얼굴과 이름을 알렸다. 그 결과 신인드래프트에 나온 대학생 선수 중 가장 먼저 이름이 불리는 행운을 잡았다.
롯데는 정현수가 즉시 전력감이라고 판단했다. 퓨처스(2군)리그에서 나쁘지 않은 성적도 냈다. 그러나 프로 무대는 녹록지 않았다. 시즌 초반 정현수는 1군과 2군에서의 기량 차이가 유독 큰 문제점을 드러냈다. 4월 10일 처음 1군 엔트리에 들기 전까지 2군 5경기에서 5⅔이닝을 던져 무실점을 기록했지만, 1군 데뷔전이었던 4월 11일 부산 삼성 라이온즈전에선 스트레이트 볼넷을 내주고 곧바로 강판된 뒤 다시 2군에 내려갔다. 이후에도 비슷한 과정이 반복됐다. 김태형 롯데 감독은 6월과 7월에도 정현수를 1군에 불렀지만, 결과는 크게 다르지 않았다. "불펜보다는 선발이 심리적으로 나을 것"이라며 정현수를 6월 23일 고척 키움전 선발 투수로 기용했는데, 그는 2⅓이닝 동안 4사구를 5개나 내주고 마운드를 내려왔다. 정현수는 "1군 경기의 긴장감이 확실히 달랐다. 스스로 마음이 급해져 전력으로 공을 던지지 못했다"고 아쉬워했다.
정현수는 8월 18일 다시 1군 엔트리에 이름을 올렸다. 올 시즌에만 네 번째 1군의 부름을 받은 정현수는 남다른 각오를 품었다. 그는 "지난 세 번의 콜업 때가 정말 많이 생각났다. 같은 실수를 하지 않기 위해 마음을 다잡았다"고 했다. 그리고 이날 키움전에서 롯데가 4-3으로 앞선 3회 1사 1·2루에서 두 번째 투수로 마운드에 올라 데뷔 후 최고의 역투를 펼쳤다. 첫 타자 변상권을 3구 삼진으로 돌려세운 것을 시작으로 4회 두 번째 타자 김건희까지 네 타자 연속 탈삼진을 기록했다. 5회 무사 2루 위기도 무실점으로 넘기고 6회까지 든든하게 마운드를 지켰다. 최종 성적은 3⅓이닝 1피안타 무4사구 7탈삼진 무실점. 롯데 팬과 더그아웃의 뜨거운 박수가 쏟아졌다. 이날 경기를 중계한 구대성 해설위원은 "정현수의 커브는 정말 치기 쉽지 않아 보인다"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정현수는 "1군에 올라올 때마다 좋은 모습을 못 보여드리고 2군으로 돌아가서 정말 아쉬웠다. 잘하고 싶은 마음은 컸는데 몸은 스트라이크를 넣는 데 급급했다"며 "나는 강속구 투수가 아니기 때문에 2군에서 제구를 잡는 데 가장 신경을 많이 썼다. 후회 없이 온 힘을 다해 던지려고 했더니 결과가 좋았던 것 같다"고 했다. 모처럼 팬들의 환호 속에 마운드를 내려온 그는 "뭉클하고 울컥해서 눈물이 날 뻔도 했다. 이런 순간이 처음이다 보니 믿기지도 않았다"며 "이제 정말 1군에 오래 머물고 싶다. 물론 2군에 돌아간다고 해도 '실패했다'는 생각은 하지 않으려고 한다. 또 기회가 올 거라고 믿고 그 기회를 잘 살리겠다"고 다짐했다.
#1군 데뷔 기다리는 한경빈
한화 한경빈(26)은 '최강 몬스터즈'에서 뛰었던 아마추어 선수 중 최초로 프로 유니폼을 입는 데 성공한 선수다. 2022년 5월 24일 한화에 육성선수로 입단해 프로에 첫발을 내디뎠다. 그는 배지환(피츠버그 파이리츠)·최준우(SSG 랜더스) 등과 함께 고교 시절 주목 받는 유격수였다. 동산고 2학년이던 2016년 대통령배 전국고교야구대회 우승의 주역으로 활약하기도 했다. 하지만 고교 3학년이던 2017년에 부진해 프로 지명을 받지 못하고 인천재능대에 진학했다. 대학 시절에도 좋은 성적을 올렸지만, 역시 프로행 바늘구멍은 통과하지 못했다. SK 와이번스 육성 선수 입단 테스트에 지원해 2차까지 합격했다가 구단이 SSG에 인수되면서 무산되는 불운을 겪기도 했다.
한경빈은 결국 대학 졸업 후 군에 입대했고, 전역 후엔 실업야구 팀인 인천 웨이브스와 독립야구단 파주 챌린저스에서 뛰면서 야구의 끈을 놓지 않았다. 이어 '최강야구'를 통해 존재감을 알리면서 한화의 부름을 받는 데 성공했다. 다만 높디높은 1군의 벽을 뚫지 못해 입단 후 줄곧 2군에 머물렀다. 2022년 2군 47경기에서 타율 0.331 1홈런 29타점 17득점, 지난해 45경기에서 타율 0.285 12타점 25득점을 올린 게 전부다. 올해는 8월 28일까지 60경기에서 타율 0.197 15타점 15득점을 기록하고 있다.
그러나 한경빈도 꿈에 그리던 1군 데뷔전을 치를 가능성이 커졌다. 김경문 한화 감독은 8월 20일 1군 홈 경기가 열린 청주구장으로 한경빈을 불렀다. 현역 선수로 정식 등록된 건 아니지만, 1군 엔트리가 5명 확대되는 9월을 대비한 포석이었다. 한경빈 외에 외야수 이진영·권광민·유로결과 투수 김도빈 등이 함께 청주로 왔다. 김 감독은 "이 선수들이 2군에서만 훈련하고 경기하는 것보다는 1군 분위기에 미리 적응하면 좋을 것 같아 불렀다. 내가 못 봤던 선수들도 있어서 엔트리가 늘어나기 전에 한 번 직접 보고 싶었다"고 했다. 한경빈은 이틀 뒤인 8월 22일 다시 2군으로 돌아갔지만, 김경문 감독은 "다시 내려보내면서 9월에 1군으로 부를 수 있다는 메시지를 줬다"고 했다. 오랫동안 품어왔던 한경빈의 꿈이 이뤄질 날이 머지않았다.
한경빈 외에도 두산 포수 윤준호(24)와 KT 내야수 류현인(24)이 2군에서 실력을 갈고 닦고 있다. 윤준호는 2023년 신인드래프트 5라운드 전체 49순위, 류현인은 2023년 7라운드 전체 70순위로 각각 프로 지명을 받았다. 둘 다 아직 1군 데뷔전은 치르지 못했다. 2023년 NC에 육성 선수로 입단했던 포수 박찬희는 4개월 만에 은퇴해 아쉬움을 남겼다.
배영은 중앙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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