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기사들이 ‘유수부쟁선’ 같은 바둑을 꿈꾸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조한승 9단이 그에 가장 가깝다는 말을 듣는다. 현 한국기원 사무총장 양재호 9단은 예전 조한승 9단을 가리켜 “균형이 뛰어난 바둑이다. 바둑을 참 쉽게 잘 둔다. 어떨 때 보면 바둑의 도리를 깨우친 도인 같은 느낌이 든다”고 했을 정도다.
그 조한승 9단이 최정 9단을 또 한 번 울리며 3년 연속 지지옥션배 신사팀 우승을 이끌었다. 조 9단은 8월 26일 한국기원 바둑TV 스튜디오에서 열린 제18기 지지옥션배 신사 대 숙녀 연승대항전 최종국에서 최정 9단에게 238수 만에 백 불계승을 거뒀다.
최종 보스 조한승의 매조지로 신사팀은 종합전적 12-11로 앞서며 3년 연속 우승을 기록하게 됐다. 조한승은 지난 16~17기 대회에서도 최정 9단과 최종국에서 맞붙어 승리하며 우승을 결정지은 바 있다. 18회째를 맞은 이번 지지옥션배는 만 40세 이상의 남자기사 12명과 나이 불문의 여자기사 12명이 연승대항전을 벌여 우승팀을 가렸다. 두 팀은 단 한 명의 전력 낭비 없이 12명이 모두 출전하는 혈전을 펼쳤다.
신사팀은 첫 출전한 웨량 6단이 초반 2연승으로 분위기를 잡았고, 양건 9단과 주형욱 8단이 각각 3연승을 거두며 줄곧 리드해나갔다. 숙녀팀은 후반 출전한 김은지 9단이 유창혁 9단과 이창호 9단을 잇달아 격파하며 균형을 맞췄지만, 최근 여러 시니어 기전에서 회춘(?) 기미를 보이고 있는 최명훈 9단이 숙녀팀의 주력 김은지 9단과 김채영 9단을 끌어내리는 수훈으로 유리한 고지를 점하게 됐다.
결과적으로 신사팀에서 양건 9단과 주형욱 8단은 3연승으로 활약한 반면 숙녀팀에서는 3연승자가 단 한 명도 나오지 않은 것이 패인이라 할 수 있다. 숙녀팀에 3연승자가 나오지 않은 것은 3회 대회와 13회에 이어 세 번째.
최종국을 중계한 백성호 9단은 “조한승 9단의 진면목을 제대로 보여준 명국이었다”면서 “조 9단이 우위를 확보한 상태부터는 얄미울 정도로 싸워 주지 않았다. 전투에 능한 최정 9단이 전단을 찾아 끊임없이 펀치를 날렸지만 부드러움을 앞세운 조한승은 단 한 번도 찬스를 제공하지 않았다”고 높이 평가했다.
우승을 확정지은 조한승은 “팀을 승리로 이끌어 기쁘다. 바둑은 마지막까지 정신없었다. 중반 우상귀 쪽 처리가 잘된 것 같아 괜찮아졌다고 느꼈다. 반면(6집반 덤 없이)으로도 좋다고 봤다. 아무래도 저보다는 최정 9단이 더 부담을 느꼈던 것 같다. 또 최정 선수의 컨디션도 좋지 않아 보였다. 저는 전에 이겼었기 때문에 이번엔 져도 괜찮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임했던 게 좋았던 것 같다. 부담이 좀 덜했고 그런 부분이 유리하게 작용한 것 같다. 팬 여러분께서 지지옥션배에 많은 관심 가져주셔서 감사드린다”고 소감을 말했다.
3년 연속 우승과 9번째 우승을 차지한 신사팀은 우승 횟수에서도 숙녀팀과 9승 9패, 균형을 맞췄다. 신사팀은 2·3·5·7·10·13·16·17·18기를, 숙녀팀은 1·4·6·8·9·11·12·14·15기를 승리했다.
지지옥션이 후원하는 제18기 지지옥션배 신사 대 숙녀 연승대항전의 총규모는 2억 4500만 원. 우승상금은 1억 2000만 원이다. 3연승 시 200만 원의 연승상금이 지급되며, 이후 1승당 100만 원의 연승상금이 추가로 지급됐다. 제한 시간은 시간누적방식(피셔방식)으로 각자 20분에 추가시간 30초가 주어졌다.
제18기 지지옥션배 신사 대 숙녀 연승대항전 선수명단 및 결과
신사팀 : 조한승/(탈락) 이정우, 최규병, 웨량, 최원용, 양건, 박승철, 주형욱, 유창혁, 이창호, 최명훈, 목진석
숙녀팀 : /(탈락) 조혜연, 이나현, 스미레, 김민서, 김상인, 김혜민, 조승아, 허서현, 오유진, 김은지, 김채영, 최정
유경춘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