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한 여성 기업인 꼽히던 그가 갑작스레…자산 매각 여파로 블루원 미래 불투명
#10년 가까이 블루원 이끌어와
태영건설은 2014년 레저 관련 사업부를 분할한 신설법인 블루원을 설립했다. 윤 전 대표는 2014년 12월 블루원 대표에 취임해 10년 가까이 회사를 이끌어왔다. 블루원의 설립 초창기 매출은 600억 원대였지만 이후 꾸준히 성장해 지난해 1019억 원의 매출을 거뒀다. 윤 전 대표는 블루원의 실적 상승과 더불어 대한골프협회 이사, 대한체육회 이사 등을 맡으며 존재감을 알렸다.
법인등기부에 따르면 윤재연 전 대표는 지난 5월 블루원 대표에서 사임했다. 윤 전 대표의 블루원 대표 임기는 2026년 3월까지였다. 임기를 1년 10개월이나 남기고 사임한 것이다. 윤 전 대표는 앞서 지난해 10월 임기만료로 블루원 자회사 블루원레저 대표에서 물러났다.
윤재연 전 대표의 대외 활동도 뜸해졌다. 윤 전 대표가 운영 중인 유튜브 채널 ‘공때리는언니’와 윤 전 대표 개인 소셜미디어(SNS)에도 지난 2월 이후 동영상이나 게시글이 올라오지 않고 있다. 윤 전 대표가 구단주를 맡았던 프로당구팀 ‘블루원엔젤스’는 지난 4월 우리금융캐피탈에 매각됐다.
최근 들어 윤재연 전 대표를 둘러싼 상황이 어수선했던 것은 사실이다. 태영건설 워크아웃 여파가 윤 전 대표와 블루원에도 미쳤기 때문이다. 윤 전 대표와 블루원은 올해 1월 티와이홀딩스(태영그룹 지주사)에 각각 330억 원, 100억 원을 대여했다. 티와이홀딩스는 당시 “자금운용의 안정성 확보를 위해 자금 차입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윤 전 대표가 사임한 것도 이러한 분위기가 영향을 미쳤다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태영그룹은 윤 전 대표 사임에 대해 구체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담보로 잡혀있는 골프장
금융권에서는 최근 태영건설 워크아웃 조기졸업 가능성이 언급되고 있다. 티와이홀딩스는 지난 8월 IMM컨소시엄에 에코비트를 매각하는 내용의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에코비트는 현재 티와이홀딩스와 KKR이 각각 지분 50%를 갖고 있다. IMM컨소시엄은 이들의 지분 전량을 총 2조 700억 원에 인수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티와이홀딩스에는 1조 350억 원의 현금이 들어오고, 이는 태영건설 지원에 쓰일 전망이다.
다만 블루원의 앞날은 불투명한 상황이다. 태영그룹은 올해 1월 태영건설 자구안 중 하나로 ‘블루원 지분 매각 혹은 담보 제공’을 제시했다. 티와이홀딩스는 블루원 지분 87.74%를 갖고 있다. 티와이홀딩스는 블루원 지분을 매각하지는 않았고, 대신 블루원 자산 매각으로 유동성을 확보하는 모양새다. 블루원은 지난 7월 보유 골프장 디아너스CC를 강동씨앤엘(옛 고려시멘트)에 1317억 원을 받고 매각했다.
블루원은 용인CC, 상주CC 두 개의 골프장을 갖고 있다. 그런데 용인CC와 상주CC는 현재 담보로 잡혀 있다. 한림건설은 지난 2월 용인CC와 상주CC의 임대차 계약을 맺었다. 한림건설은 블루원에 용인CC와 상주CC 재임대를 줘 운영은 블루원이 그대로 맡고 있다. 골프장 운영 수익은 블루원과 한림건설과 나눠 갖는 구조다. 한림건설은 임대차 계약 당시 티와이홀딩스에 보증금 형태로 2000억 원을 지급했다. 보증금의 만기는 2027년 2월 23일까지다. 티와이홀딩스가 만기일까지 보증금을 반환하지 못하면 용인CC와 상주CC는 한림건설로 넘어간다.
블루원은 태영건설 소유 골프장 루나엑스CC의 위탁운영도 맡고 있다. 하지만 앞서의 태영그룹 관계자는 “루나엑스CC는 매각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루나엑스CC가 매각되면 블루원이 더 이상 위탁운영을 맡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골프 사업 전망이 좋지 않아 블루원의 향후 실적 상승은 장담할 수 없다. 골프산업은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대유행) 당시 해외여행이 제한되면서 젊은 세대가 유입되면서 성장세를 보였다. 하지만 현재는 코로나19 엔데믹(풍토병화)으로 인해 골프장의 성장세가 정체됐다는 평가다. 최근 국내 경제가 전반적으로 침체에 빠진 것도 골프장 입장에서는 악재다.
한국골프장경영협회에 따르면 전국 골프장 이용객수는 2022년 5058만 3383명에서 2023년 4772만 2660명으로 5.66% 줄었다. 그런데 전국 골프장수는 2022년 말 514개에서 2023년 말 522개로 1.56% 늘었다. 골프장은 늘어났지만 고객은 줄어들어 골프장 간 경쟁이 치열해진 셈이다.
블루원은 골프장과 그 부대시설 외에는 이렇다 할 사업이 없다. 골프장 사업이 부진하면 실적에도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다. 실제 블루원의 매출은 지난해 상반기 521억 원에서 올해 상반기 249억 원으로 52.12% 줄었고,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9억 3113만 원에서 8억 1028만 원으로 12.98% 감소했다. 블루원의 부채비율이 지난 6월 말 기준 621.50%라는 점을 감안하면 적극적인 투자도 쉽지 않다. 윤재연 전 대표의 사임으로 오너 일가의 지원도 기대하기 어려워졌다.
최유경 야놀자리서치 선임연구원은 “국내 골프 수요 감소는 인구구조 측면에서 보면 이제 시작일 뿐”이라며 “베이비 붐 세대는 골프장 회원권을 소유하거나 정기적으로 골프 라운드를 즐기는 경우가 많아 국내 골프 산업의 주요 고객층이었지만 이들의 은퇴는 경제적인 측면에서 큰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분석했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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