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지상파 채널 니혼TV에서 2011년부터 2021년까지 방송된 ‘행복해라! 본비걸(가난소녀)’은 ‘돈이 없어도 행복하게 살자’가 테마인 프로그램이다. 절약하며 씩씩하게 사는 여성들이 출연해 나름의 비법을 밝혔는데, 그 가운데서도 ‘최강의 절약가’라 불리는 이가 있다. 바로 다모가미 사키 씨다.
사키 씨는 극도의 알뜰함으로 일본 열도에 놀라움을 안겼다. 워낙 화제성이 컸던 터라 3차례나 프로그램에 출연한 바 있다. 먼저 그는 “19세 때 하루 식비를 200엔(약 1900원) 미만으로 쓰고, 할인하지 않으면 어떤 물건도 사지 않겠다는 등의 목표를 설정했다”고 한다. 아울러 “15년 이내 집을 3채 마련한다”라는 장기계획도 함께 세웠다.
식비를 최소화하기 위해 사키 씨는 모든 식사를 집에서 해결했다. 주로 우동 면만 사서 야채를 넣어 끓여 먹었고, 그릇 사는 돈마저 아까워 냄비째 우동을 먹은 것으로 알려졌다. 마트에서 할인하는 연어 한 토막은 특별한 날 즐기는 호사였다. 또한, 19세 이후로 새 옷을 사지 않았으며 친척들의 옷을 물려 입었다. 가구는 모두 재활용 센터에서 구입했다고 한다. 그의 머리카락은 염색이나 파마를 하지 않아 찰랑거렸는데, 충분히 길어지면 3100엔(약 2만 9000원)에 팔 수 있었다. 이는 보름치 생활비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사키 씨는 “어릴 때부터 은행에 저금하는 것을 좋아해 세뱃돈도 다 모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자가 거의 붙지 않아 성인이 된 후에는 부동산 투자로 눈을 돌렸다. 첫 번째 집을 매입한 것은 27세 때의 일이다. 도쿄 근교 사이타마현에 있는 약 1억 원짜리 원룸 아파트를 사서 월세를 줬다. 당시 모아 둔 저축액은 6000만 원 정도였고, 나머지는 대출로 조달했다.
사키 씨는 “파견사원이었기 때문에 대출 금리가 4.8%였다”면서 “금리가 비싸다고 생각했으나 매입하고 싶은 마음이 더 컸다”고 되돌아봤다. 사키 씨가 대단한 점은 그 후로도 절약 생활을 계속해 불과 2년 만에 대출금을 모두 갚았다는 것이다.
대출금을 상환한 뒤 곧바로 두 번째 집, 1억 7000만 원대의 다세대주택을 구입했다. 틈틈이 자기개발도 열심히 한 것으로 전해진다. 직업훈련기관에 다니며 우리나라 공인중개사와 비슷한 택지건물거래사 자격증을 취득했고, 부동산 회사에 정규직으로 채용됐다. 이에 두 번째 집을 살 때 얻은 대출금도 조기 상환하게 됐다.
2019년에는 드디어 꿈을 이룬다. 임대 수입과 정규직 급여에서 최소한의 생활비만 제외하고 모두 저축한 덕분에 세 번째 집을 마련할 수 있었다. 2억 5000만 원대의 단독주택이다. 특별히 단독주택을 매입한 이유는 “어려운 시기에 입양한 길고양이가 위안이 된 것이 계기가 됐다”고 한다. 사키 씨는 “유기묘를 위한 공간을 마련하는 것이 오래된 꿈이었다”면서 “세 번째 집 1층에 고양이 쉼터 ‘카페 유나기’를 열어 길 잃은 유기묘에게 피난처를 제공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동안 절약 생활이 힘들지는 않았을까. 사키 씨는 “돈이 불어가는 과정에서 위안과 안정감, 기쁨을 느꼈다”고 전했다. “원래 돈 쓰는 것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고, 사치를 못 하는 성격”이라고 한다. 그는 “통장에 쌓여가는 금액을 보고 히죽히죽 웃는 것이 즐거움”이라고 말했다. 목표를 달성했음에도 불구하고, 사키 씨는 유기묘를 돕기 위해 여전히 검소하게 살고 있다고 한다. 그는 “조만간 또 다른 부동산에도 투자할 계획”임을 알렸다.
사키 씨의 검소한 생활은 일본뿐 아니라 외신을 통해 해외에도 보도됐다. 특히 중국 언론들이 높은 관심을 보였다. 일례로 중국 매체 신경보는 사키 씨가 9년간 저축한 종잣돈으로 27세에 주택을 구매한 사실을 전하며 “동세대 중국 젊은이들은 일선도시(베이징 상하이 광저우 등 대도시)에 자신의 힘만으로 집을 구매할 수 없다”고 분석했다.
매체는 그 이유 중 하나가 “비싼 집값도 문제지만 중국 젊은 층의 저축 의식이 약하다”는 점을 꼽았다. 이른바 중국의 85허우(85後, 1985~1989년생)와 90허우(90後, 1990년대생)의 경우 “남들과의 비교 심리로 신용카드나 대출 같은 새로운 금전관념이 생겨났고 저축을 거의 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매체는 “많은 중국 젊은이가 잃어버린 소박한 금전감각을 다시 일깨우기를 바란다”며 “절약해서 모은 돈으로 투자와 생산성 확대가 가능해진다”고 덧붙였다.
다만 사키 씨의 절약 생활에 대한 반응은 크게 엇갈리고 있다. 일부 네티즌들은 “인생에서 가장 좋은 시기를 극한의 절약으로 보내는 것은 허무하다” “다 먹고 살자고 하는 건데, 굳이 저렇게 살고 싶진 않다” “물질적인 이익을 위해 저질 음식을 섭취하며 자신의 생명을 위험에 빠뜨리고 있다” 등등의 의견을 나타냈다.
반대로 “존경스럽다”고 말하는 이들도 있었다. 한 네티즌은 “애써 아낀 돈으로 유기묘를 돌보는 공익적 사업을 하고 있다”며 “우리는 그의 삶을 비웃을 자격이 없다”고 꼬집었다. 또 다른 이는 “그동안 부동산을 사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포기했지만, 돈을 쓰는 방법에 따라서는 살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긍정적인 목소리도 나왔다.
그때 그 '가난걸' 지금은? '스타워즈' 출연, 국제 영화상까지
‘행복해라! 본비걸’은 가난하지만, 꿈을 이루기 위해 씩씩하고 긍정적으로 사는 여성들을 소개해 왔다. 프로그램이 시작된 2011년은 ‘동일본대지진’ 이후 급속히 일본 경기가 악화된 시기였기에 더욱 인기를 끌었다.
역대 출연진 중에는 실제로 꿈을 이룬 유명인사가 적지 않다. 매일 식빵 가장자리로 식사를 하던 가난한 신인성우 오조라 나오미는 이 방송에 출연한 후 주연급으로 캐스팅될 정도로 대약진했다. 프로그램 사상 ‘최강의 절약가’로 불렸던 다모가미 사키는 첫 출연 당시 월수입 17만 엔(약 160만 원)의 파견사원이었지만, 2019년에는 부동산 3채를 소유한 주인으로서 재출연해 화제를 모았다.
‘해외에서 여배우로 활동’하고 싶은 꿈을 위해 혈혈단신 영국으로 건너간 시나 시호코 나가이는 거처로 지내던 배가 화재에 휩싸이는 불운을 겪었지만,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계속 노력하는 모습이 전파를 탔다. 이후 영화 ‘로그원 스타워즈 스토리’ 출연, 모나코 국제 영화제에서 여우조연상을 수상하는 등 정말로 글로벌 무대에서 활약하는 여배우가 됐다.
강윤화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