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사범’ 서울·부산 인구 대비 수치도 높아…10대 늘고 도심 속 밀경 범죄도 확산
마약사범 지도는 마약류관리법에 따른 분류를 활용했다. 마약류관리법에서는 마약류를 대마와 ‘마약’, 향정(향정신성의약품)으로 구분하고 있다. 대마는 대마초와 그 수지(해시시) 등이며, ‘마약’은 헤로인, 코카인, 아편, 양귀비 등이 있고, 향정에는 필로폰, 프로포폴, 엑스터시(MDMA), LSD, 야바(신종 합성마약), 합성대마(JWH-018 유사체), 케타민 등이 있다.
#우리 동네에도 마약이?
2024년 상반기 마약사범 지도를 살펴보면 우리나라에서 마약 청정지역은 존재하지 않았다. 모든 지자체에서 마약류 사범이 적발됐으며 일부 지역은 수도권에 맞먹는 마약사범이 존재했다. 단연 서울에서 가장 많은 마약사범이 적발됐는데 인구 대비로 봐도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인천 역시 인구 대비 많은 마약사범이 적발됐다. 경기는 2688명으로 수치상 전국에서 2번째로 많았지만 인구 대비 마약사범은 가장 적은 편에 속했다. 부산도 인구 비중보다는 높은 마약사범 단속률을 보였다.
박영덕 마약퇴치운동본부 센터장은 “마약 청정국 지위는 잃어버린 지 오래다. 우리나라는 2019년도 강남 버닝썬 사건 당시에도 전국에서 마약을 하고 있었다. 지금 달라진 점이라고는 농어촌도 상관없이 마약이 퍼져 있다는 점”이라면서 “수도권의 경우 원래부터 마약 위험지대였고, 부산 역시 떠오르는 곳 중 하나”라고 말했다.
마약 유형별로는 대마의 경우 총 1620명의 마약사범 중 서울(557명)에서 가장 많은 인원이 적발됐다. 경기(353명)와 인천(94명)이 뒤를 이었다. 약 62%의 대마사범이 수도권에서 적발되면서 대마·마약·향정 3종류의 마약류 사범 중 가장 높은 수도권 집중 현상이 나타나기도 했다. 반면 울산(11명)과 제주(16명), 전남(16명) 등은 전국 최저 수준의 대마 범죄가 발생했다.
이범진 아주대 약학대 교수 겸 마약퇴치연구소장은 “대마가 마약류로 지정된 기본적인 이유는 THC라는 성분이다. 이 성분의 농도가 높을 때 환각을 일으키고 중독성을 일으키기 때문”이라면서 “THC 농도가 높을수록 대마의 오·남용 관련 합병증이나 중독성이 높아지기 때문에 THC가 많이 들어간 대마를 투약하면 중독 위험은 커질 수 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마약류 유형 중 ‘마약’의 경우, 경기(122명)가 마약사범 수 최상위권을 차지했다. 경북(89명)이 2위를 차지한 것이 눈에 띄며, 3위는 서울(86명)이 차지했다. 반면 제주(6명)와 울산(5명), 대전(5명)은 전국에서 유일하게 한 자릿수를 기록했다. 한편, 마약사범은 전국에서 717명이 단속돼 대마사범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전문가들은 코카인과 헤로인 등의 ‘마약’은 위험성이 높고 유통 가격도 비싸 구하기 어렵기 때문에 적발 사례가 드물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지난해 ‘마약’으로 단속된 인원은 전년 대비 55.6% 증가한 3970명에 달해 수사 당국의 주의가 필요한 상황이다. 식약처 역시 지난 5월 “아직 국내 코카인 사용추정량은 유럽이나 미국 등에 비하면 낮은 수준으로 더 확산되지 않도록 철저한 예방과 관리가 필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
향정은 의료용 목적으로 사용되는 졸피뎀·프로포폴 등의 수면제·마취제부터 위험성과 중독성이 큰 LSD, 필로폰까지 그 종류가 다양하다. 향정은 전체 마약류 단속의 약 80%를 차지하고 있다. 지역별로는 1위가 경기(2213명)였고 서울(2115명)이 뒤를 바짝 쫓았다. 3위는 인천(680명)이었다. 향정 사범은 제주(44명)와 전북(116명), 울산(125명)이 최저 수준을 기록했는데 대체로 인구와 비례하는 특징을 보였다.
박영덕 센터장은 “주로 미국 등에서 들어오는 필로폰이 향정 관련 마약사범의 대부분을 차지한다”며 “외국에서 들어온 필로폰이 일명 ‘던지기’로 유통되는 구조다. 앞으로도 필로폰 유통에 관련된 문제는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관세청에 따르면 필로폰 압수량은 2022년 262kg, 2023년 438kg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2024년 상반기까지 관세청이 압수한 마약류를 살펴봐도 총 298kg 중 절반가량인 154kg이 필로폰이었다.
#‘10대에 외국인까지…’ 잠재적 위험 점점 커져
대검찰청 마약 수사 관련 통계자료를 종합하면 2024년 상반기 1만 1058명이 마약류 사범으로 붙잡혔고, 이 가운데 1478명이 구속됐다. 올해 상반기 마약류 투약·밀매·소지 등으로 단속된 인원은 2023년 상반기 대비 8.7% 증가했다. 마약류 압수실적을 살펴봐도 2023년 상반기와 큰 대조를 보였다. 2024년 상반기 압수된 코카인은 65.26kg으로, 2023년 상반기(6kg) 대비 약 989% 증가했다. 이외에도 케타민, 대마초 등이 지난해 상반기보다 압수량이 늘었다.
더불어 주목할 점은 마약사범 10명 가운데 6명이 20~30대이며, 10대 마약사범도 증가하는 추세라는 것이다. 올해 상반기 연령별 마약 단속현황을 살펴보면 20대가 32.1%로 가장 많았고, 30대가 27.7%로 뒤를 이었다. 10대 마약사범도 3.4%나 차지했다. 2024년 상반기 10대 마약사범 비중(3.0%)보다 소폭 상승했다.
전문가들은 SNS 등을 통한 비대면 마약 거래가 늘어나면서 젊은 층 사이 마약 유통이 활발해지는 결과가 초래됐다고 분석한다. 박영덕 센터장은 “텔레그램 등 젊은 층에 친숙한 SNS가 마약 거래를 용이하게 했다”면서 “과거에는 대면으로 마약 거래를 했는데 지금은 비대면으로 혼자 마약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다”고 분석했다.
외국인 마약사범의 경우도 골칫거리다. 중국인이 383명(29.1%)으로 가장 많았고, 태국(312명)과 베트남(306명)이 뒤를 이었다. 이와 관련 박영덕 센터장은 “외국인 마약사범의 경우 적발 시 추방 조치를 할 뿐 억제할 대책이 없다”면서 “태국산 신종 마약인 야바로 국내에서 외국인끼리 모여 마약파티를 벌인 사례도 있다. 이들은 우리나라에 일하러 온 이주 노동자이거나 불법 체류자인 경우가 많아 국내에서 치료하거나 재활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고 말했다.
대마와 양귀비의 경우 농어촌에서 수도권 도심까지 밀경 범죄가 확산하고 있다. 지난 4월 서울 마포구 한 아파트에서 대마를 재배한 30대 남녀가 경찰에 체포됐다.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고 출동한 경찰은 두 남녀가 베란다 화분에 빼곡히 심은 많은 양의 대마를 압수했다. 이들은 직접 기른 대마를 동결 건조기 등 전문 장비로 가공해 유통업자에게 팔아 넘긴 것으로 조사됐다. 6월에는 서울 도봉경찰서가 집 앞마당에서 양귀비 2700주를 재배한 80대 여성을 마약류관리법위반(양귀비 재배) 혐의로 5월 28일 검찰에 송치했다.
2023년 밀경사범 검거 인원은 2902명으로 2022년 대비 175.2%(1246명), 압수량은 18만 488주로 148.0%(5만 8505주) 늘었다. 마약류관리법에 따르면 양귀비와 대마 등을 고의로 재배한다면 5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이 처해질 수 있다. 경찰청 관계자는 “양귀비와 대마 등을 몰래 재배하는 행위는 중대 범죄”라면서 “시민들의 적극적인 신고를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손우현 기자 woohyeon1996@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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