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 투톱 ‘여·야·의·정 협의체’ 제안에 대통령실 화답…민주당도 “정치적 계산 말고 즉시 가동” 입장
9월 6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브리핑을 자청, “국민의힘은 의료 공백 상황에 대한 국민 불안을 해소하고, 지역 필수의료체계 개선을 위한 여·야·의·정 협의체를 구성해 운영할 것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한 대표는 “여·야·의·정은 당내에서 그치는 협의체가 아니다. 의료계도 참여하길 호소한다”고 강조했다. 한 대표는 브리핑 전날인 9월 5일에도 국회를 방문한 장상윤 사회수석에게 2026년도 의대 증원 유예를 다시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대표는 브리핑 말미에 “대통령실은 이 같은 제안에 공감하고 있다”고 밝혔다. 여·야·의·정 협의체 구성 등의 발표가 대통령실과의 논의 하에 이뤄졌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그동안 한 대표와 윤석열 대통령은 의대 증원 문제 등을 놓고 대립각을 세워왔다. 앞서 한 대표가 2026년 의대 증원을 유예하자고 제안하자, 대통령실은 불쾌감을 내비쳤다.
추경호 원내대표도 같은 날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정부가 의료 정책 전문가들의 과학적 분석에 근거해 현재 의대 증원 규모(매년 2000명)를 결정했지만, 여전히 당과 정부는 의료계가 하루빨리 대화 테이블에 돌아와 논의에 참여하길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추 원내대표는 “지금이라도 2026학년도 의대 증원 문제를 포함해 의료개혁 문제에 대해 얼마든지 열린 마음으로 원점에서 논의할 수 있다는 것이 정부와 당의 입장”이라며 “의료계에서도 조속히 대화의 장으로 돌아와 (정부 등과 함께) 적정 규모에 관한 합리적인 방안을 찾아갈 수 있길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대통령실도 화답했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연합뉴스에 “윤석열 대통령이 2000명 증원을 고집한다는 것은 가짜뉴스다. 합리적, 과학적 추계를 갖고 온다면 열린 마음으로 허심탄회하게 논의할 수 있다”고 전했다. 여·야·의·정 협의체 구성에 대해서도 “그동안 의료계가 대화에 응하지 않고 있었는데 의료계와 정부, 야당도 참여해서 제대로 논의한다면 환영”이라고 했다.
앞서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9월 4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정부와 여야, 의료계가 참여하는 협의체 구성을 제안한 바 있다. 이번에 정부여당이 발표한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한 대표 역시 “민주당도 크게 다른 이야기가 아닌 만큼 야당에서 반대할 것 같지는 않다”고 덧붙였다. 의료계만 참여한다면 2024년 2월 ‘의대 정원 2000명 증원’ 발표 후 계속됐던 갈등의 해결 물꼬가 트일 전망이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9월 6일 입장문을 통해 “여·야·의·정 협의체를 곧바로 구성하자”면서 “정부가 문제해결에 전향적인 자세로 전환했다. 국민과 함께 환영한다”고 밝혔다. 민주당도 긍정적 입장을 밝혔다. 노종면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여·야·의·정 협의체를 즉시 가동하자. 물타기와 시간 끌기는 꿈도 꾸지 마라”며 “정치적 계산 집어치우고 의료붕괴를 막고 국민 불안을 해소할 실질적인 대책에만 집중하자”고 밝혔다.
이와는 별개로, 여권에서는 모처럼 정부 여당이 한목소리를 냈다는 것에 긍정적 반응이 나온다. ‘한-윤 갈등’의 도화선이 될 것으로 점쳐졌던 의대 증원 공방이 의외로 쉽게 해소됐기 때문이다. 특히 이재명 대표와의 회담 후 여러 비판에 휩싸인 한 대표에게 용산이 힘을 실어줬다는 대목에 주목하는 시선도 나온다.
다만, 여권 집안싸움의 불씨는 살아있다는 지적이다. 민주당이 요구한 보건복지부 장·차관 경질에 대해 대통령실 관계자는 “전혀 없다”며 가능성을 일축했다. 추경호 원내대표 역시 “지금은 의료 개혁이 흔들림 없이 추진돼야 한다”며 “지금 시점에 인사 문제를 거론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했다.
반면, 한동훈 대표는 “중요한 임무를 맡은 공직자들이 국민들께 걱정을 끼치거나 오해를 사는 언행은 자제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답해 미묘한 차이가 있다. 앞서 국민의힘 몇몇 의원들은 9월 5일 열린 의정갈등 토론회에 불참한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에 대한 경질을 요구한 바 있다.
동진서 기자 jsdong@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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