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소유자 대출 억제 가능성에 정책 비판 이어져…이복현 “실수요 제약하지 않도록 관리” 부탁
KB국민은행은 오는 9일부터 1주택자에 대한 수도권 주담대를 중단할 예정이다. KB국민은행은 이전까지 2주택 이상 보유자에 대해 추가 주택 구매 목적 대출을 제한해 왔다. 이번에 대출 제한 대상을 1주택자로 확대한 것이다. 우리은행 역시 오는 9일부터 1주택자에게 수도권 주택 추가 구입에 대한 대출을 내주지 않기로 했다.
신한은행도 오는 10일부터 1주택자에게 주담대를 내주지 않겠다고 밝혔다. 전국 모든 주택이 대상이며 1주택자의 주택 처분 조건부 주담대도 취급하지 않는다. 뿐만 아니라 거치식 주담대도 동시에 중단할 계획이다. 거치식 주담대란 일정 기간 동안 이자만 상환하고, 기간이 지난 후 원금과 이자를 함께 갚는 방식을 뜻한다.
이는 이복현 금융감독원(금감원) 원장의 주문이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이 원장은 지난 7월 임원 회의에서 “무리한 대출 확대는 안정화되던 가계부채 문제를 다시 악화시킬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실수요자의 대출을 억제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부동산 계약을 맺은 소비자들은 대출처를 찾는 데 분주한 모양새다. 최악의 경우 대출을 받지 못해 계약금을 날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논란이 이어지자 이복현 원장은 지난 9월 4일 가계대출 실수요자 및 전문가 현장간담회에서 “대출 실수요까지 제약하지 않도록 세심하게 관리해달라”고 금융권에 주문했다.
한편에서는 이복현 원장이 은행에 책임 전가를 하기 위한 발언이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에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지난 6일 “나중에 문제가 생겼을 때 은행에 책임 전가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며 “실수요자의 어려움이 있을텐데 그런 부분에서 은행 차원에서도 관리나 고려가 필요하지 않겠냐는 취지로 말씀하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금융노조)은 앞서 지난 8월 28일 “이복현 원장은 임기 초부터 금융감독 본연의 업무보다는 정치적 목적을 위해 금융권을 길들이는 데 집중해왔다”며 “금융정책 실패는 수사밖에 모르는 금융아마추어를 금융감독원장으로 임명할 때부터 예견된 일”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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