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윤 이사의 불안한 앞날
한미그룹의 경영권을 두고 모자가 경쟁하고 있다. 송영숙 한미그룹 회장은 장남 임종윤 한미사이언스 이사, 장녀 임주현 한미사이언스 부회장, 차남 임종훈 한미사이언스 대표 등 2남 1녀를 두고 있다. 송영숙·임주현 모녀가 연합해 임종윤·종훈 형제와 경영권을 두고 대립하는 구도다.
재계에서는 신동국 회장의 지원 덕에 송영숙 회장이 경영권 분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는 것으로 분석한다. 신 회장은 지난 6월 말 기준으로 한미약품 지주사 한미사이언스 지분 12.43%를 갖고 있었다. 신 회장은 이어 지난 9월 3일 송영숙 회장의 한미사이언스 지분 2.55%를 644억 원에 매입해 지분율을 14.97%로 끌어 올렸다. 같은 날 한양정밀은 송영숙 회장 지분 3.22%와 임주현 부회장 지분 0.73%를 총 1000억 원에 인수했다. 이로써 한양정밀도 한미사이언스 지분 3.95%를 가진 주주가 됐다.
현재 한미사이언스 주주는 △신동국 회장 14.97% △임종윤 이사 12.46% △임종훈 대표 9.39% △임주현 부회장 8.11% △송영숙 회장 5.70% △한양정밀 3.95% 등으로 구성돼 있다. 송영숙 회장을 지지하는 지분은 32.73%, 임종윤·종훈 형제의 지분은 21.85%다. 임종윤·종훈 형제 자녀들의 지분을 모두 합쳐도 30%가 넘지 않는다. 지분 싸움으로 들어가면 송영숙 회장이 유리한 상황이다.
임종윤·종훈 형제가 경영권 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지분 추가 매입이 필요하다. 하지만 임종윤 이사는 상속세 납부를 위해 수천억 원의 대출을 받았고, 임종훈 대표도 수백억 원 규모 대출을 받았다. 대출과 이자 부담 때문에 쉽사리 지분 추가 매입에 나서기 쉽지 않다는 분석이다. 반면 송영숙 회장과 임주현 부회장은 신동국 회장에게 주식을 매각함으로써 상속세 재원 마련에 성공했다. 신 회장이 송 회장과 임 부회장을 지지하는 만큼 주식 매각에 따른 의결권 축소 우려도 크지 않다.
한양정밀이 한미사이언스 지분을 추가로 인수할 가능성도 있다. 법인등기부에 따르면 한양정밀은 지난 7월 16일 사업목적에 ‘국채 및 지방채증권, 채권, 사채권, 출자증권, 주권 신주인수권 등 국내외 유가증권에 대한 투자’ ‘국내외 기업에 대한 직접투자’ ‘다른 회사에 대한 출자, 대여 기타 방법으로의 투자’를 추가했다. 한양정밀은 그간 자동차부품 제조·판매, 소형굴삭기 조립 등의 사업을 영위했다. 하지만 이번에 사업목적을 추가함으로써 투자업 진출을 예고했다. 한양정밀은 신동국 회장이 지분 100%를 갖고 있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한양정밀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지난해 말 기준 2억 5849만 원에 불과하다. 그러나 한양정밀의 자본총액은 1791억 원이고, 부채비율은 18.05%로 재무 상태가 우수하다. 추가로 자금을 조달할 여유가 있는 셈이다. 한양정밀은 지난해 매출 878억 원, 영업이익 38억 원, 순이익 60억 원을 거두는 등 사업적으로도 큰 문제가 없다.
일요신문은 한양정밀의 입장을 듣기 위해 연락을 취했지만 한양정밀 관계자는 “담당자가 부재 중이라 담당자 복귀 후 연락주겠다”고 한 후 연락을 주지 않았다.
#코리에 시선 집중되는 까닭
우군을 등에 업은 송영숙 회장은 즉각 행동에 나섰다. 송영숙 회장, 임주현 부회장, 신동국 회장 등 3인은 지난 9월 4일 법원에 한미사이언스 임시주주총회 소집 허가를 신청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한미사이언스 이사회 정원을 10명에서 11명으로 확대하고, 신동국 회장을 한미사이언스 기타비상무이사, 임주현 부회장을 한미사이언스 사내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을 상정하겠다고 설명했다.
수원지방법원은 오는 10월 2일 한미사이언스 주주총회 소집 여부와 일정을 놓고 심문을 진행할 예정이다. 법원이 최종 허가하면 이르면 10월 중순 한미사이언스 주주총회가 열릴 예정이다. 현행법상 정관을 변경하기 위해서는 발행주식 총수의 3분의 1, 출석주주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다. 송 회장이 유리한 상황이지만 소액주주가 반대한다면 원하는 결과를 장담할 수는 없다.
임종윤·종훈 형제는 소액주주 달래기에 나서고 있다. 임종훈 대표는 한미사이언스 홈페이지에서 “한미사이언스는 주주들과 함께 성장하는 지속 가능한 기업이 되기 위해 주주가치제고를 위한 노력에 항상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중간배당에 대한 신속하고 긍정적인 검토를 함과 더불어 조속한 신약 성과 창출, 국내 전문의약품 시장 석권 등 본질적 기업가치를 올리는 데 속도를 내겠다”고 전했다.
한미사이언스는 또 별도의 자료를 통해 “3자 연합이 추진하는 전문경영 체제는 결국 회사의 실제 주인이 신동국 회장으로 바뀌고, 회사 경영은 허수아비 전문경영인이 이들의 지시를 수행하는 파행이 불 보듯 뻔한 상황”이라며 “한미그룹의 지주사로서 모든 계열사 전체의 미래, 주주와 구성원 모두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 불온한 시도에 단호히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임종윤·종훈 형제가 경영권 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한미사이언스 지분을 확보해야 한다. 재계에서는 임종윤 이사가 지분 100%를 갖고 있는 코리에 주목하고 있다. 코리는 홍콩에 본사를 둔 바이오 기업이다. 코리 홈페이지에는 “코리그룹 지주사인 코리 홍콩법인은 주요 주식 시장에서 기업공개(IPO·상장) 기회를 찾고 있다”고 적혀 있다. 코리가 IPO를 통해 유입된 자금으로 한미사이언스 지분을 매입하면 경영권 분쟁이 새로운 국면을 맞이할 수 있다.
다만 임종윤 이사 측은 코리를 통한 한미사이언스 지분 인수 계획은 염두에 두고 있지 않는 분위기다. 이와 관련, 임종윤 이사 측 관계자는 “(임종윤 이사는) 펀드 등을 통해 공개매수 형태 지분 추가 매입을 검토하고 있다”며 “코리 상장 계획은 내년 상반기 목표로 진행 중이고 상장 후 자금 활용은 신약개발 등 파이프라인에 투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신통치 않네…' OCI그룹 바이오 사업 근황
OCI그룹은 올해 초 한미약품그룹(한미그룹)과의 합병을 시도했다. 그러나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이 합병을 반대해 주주총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신 회장은 이때만 해도 임종윤 한미사이언스 이사를 지지했지만 이후 송영숙 한미그룹 회장 지지로 입장을 바꿨다.
OCI그룹은 한미그룹과의 합병은 실패했지만 바이오 사업에 대한 관심은 이어가고 있다. 이우현 OCI홀딩스 회장은 한미그룹 합병이 무산된 후인 지난 5월 OCI홀딩스 출범 1주년 기념 간담회에서 “앞으로도 제약·바이오에 계속 투자하고, 정진해야겠다는 것은 변함없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OCI그룹은 최근 몇 년간 에스엔바이오사이언스, 파노로스바이오사이언스, 시너지바이오헬스케어벤처펀드 등 바이오 업체에 투자했다. 2022년에는 부광약품 경영권도 인수했다. 그러나 실적은 신통치 못하다. OCI그룹이 투자한 바이오 업체는 대부분 적자를 기록 중이다. 일례로 부광약품의 매출은 지난해 상반기 807억 원에서 올해 상반기 713억 원으로 11.59% 감소했다. 같은 기간 각각 56억 원, 35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OCI그룹의 제약·바이오 투자 성과가 좋지 않자 OCI홀딩스 주주들 사이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바이오 사업 부진이 이어지면 주주들의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OCI홀딩스의 주가는 올해 초 11만 6400원까지 올랐지만 현재는 6만 원 중반대에 머물러있다. 강동진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OCI홀딩스의 부진한 주가는) 제약 사업 인수 등 향후 신규 사업 확장과정에서 불확실성을 반영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와 관련, OCI홀딩스 관계자는 “지난 5월 바이오 관련 인수를 추진 중에 있다고 밝혔지만 아직 추가된 내용은 없다”며 “부광약품은 상반기에는 외형 성장을 위해 매출 증대보다는 재무 개선으로 수익성 중심으로 운영한 것으로 알고 있다. 하반기에는 최근 출시한 조현병 치료제 ‘라투다’를 성장동력으로 연결 기준 흑자전환을 목표로 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