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업계 평균만큼 성장하지 못해…수수료 부담 큰 애플페이 수익성 악화에 영향 미칠 수도
지난 27일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2024년 상반기 여신전문금융회사 영업실적’에 따르면 8개 전업카드사(신한·삼성·KB국민·현대·롯데·BC·하나·우리)의 당기순이익은 총 1조 4990억 원이다. 전년 동기(1조 4168억 원) 대비 5.8%(822억 원) 증가했다.
이 중 현대카드의 연결기준 상반기 순이익은 4.2% 증가해 업계 평균만큼 성장하지 못했다. 별도기준 순이익은 1562억 원으로 전년(1570억 원)보다 소폭 감소했다.
현대카드의 실적 부진 요인은 대손충당금을 대거 쌓은 영향인 것으로 풀이된다. 현대카드는 지난 상반기 별도기준 2705억 원 규모의 신용손실충당금을 전입했다. 전년 1743억 원에 견줘 55.1% 늘렸다. 대손충당금은 영업이익에 반영된다. 충당금을 쌓지 않았다면 영업이익과 순이익 증가율은 업계 평균을 상회했을 것으로 보인다.
대신 현대카드는 영업이익에 영향을 주지 않는 대손준비금을 대거 축소하는 모양새다. 지난해 말 1조 1317억 원이었던 대손준비금은 8562억 원으로 감소했다. 금융당국은 부실 채권에 대비하기 위해 적립액을 쌓을 것을 요구하고 있다.
금융사는 금융당국이 요구하는 적립액을 대손충당금과 대손적립금으로 쌓을 수 있는데 그럴 경우 그만큼 영업이익과 순이익이 감소하고 부채로 분류된다. 반면 대손준비금을 적립금으로 쌓으면 실적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고, 자본으로 분류된다. 현대카드의 총자산이익률은 1.07%로 전년 말 2.39%에서 1.32%포인트 감소했다. 이는 경쟁 카드사 신한카드 1.62%, 삼성카드 2.76%, 1.16%, 하나카드 1.20% 등의 이익률보다 낮은 수준이다.
현대카드가 실적과 자본적정성을 악화하는 대손충당금을 대거 쌓은 이유에 눈길이 쏠린다. 금융사 감사 경력이 있는 한 회계사는 “대출채권 손실에 대비해 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K-IFRS) 기준으로 대손충당금을 쌓고도 금융당국에서 요구한 적립금을 다 채우지 못할 경우 대손준비금으로 쌓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정태영 부회장 주도로 지난해 현대카드가 도입한 애플페이가 이번 실적에 발목을 잡은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지난해 3월부터 현대카드와 애플은 애플페이를 통해 현대카드 결제를 가능하도록 했다. 현대카드는 애플페이 관련 결제 금액에 따라 애플에 수수료를 지급하기로 했다. 정확한 수치는 공개돼 있지 않지만 수수료는 결제금액의 0.15%가량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애플에 주는 수수료는 현대카드 수익성 악화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현대카드가 중소가맹점(연 매출 5억~10억 원)에서 1.25%, 대형가맹점(30억 원 초과)에서 2.07%의 수수료를 받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애플에 지급하는 수수료는 적지 않다. 현대카드가 가맹점에서 받는 수수료의 최대 12%가량을 애플에 주는 셈이다. 공교롭게도 현대카드의 지급수수료는 지난해 급증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현대카드는 제휴사에 지급수수료로 5025억 원을 지급했다. 이는 전년 2752억 원에서 82.6% 증가한 액수다.
지난해 9월 현대카드가 공개한 바에 따르면 아이폰 이용자의 91%가 애플페이에 등록했는데 이 가운데 51%는 20대였다. 최근 소액생계비 대출 가운데 20대 이하 연체율이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9일 금융감독원이 더불어민주당 이강일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한국신용정보원에 등록된 20대 신용불량자는 지난 7월 기준 6만 5887명으로 2021년 말 5만 2580명보다 25.3%(1만 3307명) 증가했다. 같은 기간 전체 신용불량자가 8% 증가한 것에 견줘 3배 이상 빠른 증가세다. 실제 현대카드의 상반기 기준 연체율은 1.07%로 전년 말 0.97%보다 높아졌다.
현대카드가 애플페이를 도입한 지 1년이 지났지만 아직 애플페이를 도입한 다른 카드사는 없다. 카드업계 한 관계자는 “카드사에 애플페이 도입이 매력적인 것은 분명하지만 수수료 부담 탓에 포기해야 할 부분도 많다”며 “이 때문에 다른 카드사가 애플페이 도입을 주저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호민 기자 donkyi@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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