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 |
# 눈에 띄는 선배 오빠
게다가 송중기는 당시 방송국장을 맡았다. 대학 시절 교내 방송국에서 활동해 본 사람이라면 잘 알 것이다. 자유분방하길 추구하는 대학생들이 1주일에 5일간 정시 방송을 지켜야 한다는 중압감이 얼마나 크다는 것을. 그만큼 방송국을 통솔해야 하는 국장의 역할은 막중하다. 오직 순이(박보영 분)를 지키는 늑대소년과 은기(문채원 분)를 위해 모든 것을 바치는 강마루의 책임감 있는 모습은 아마도 송중기의 삶 속에 내재된 모습일지도 모른다.
송중기는 지난해와 올해 애니메이션 <리오>와 <황제펭귄 펭이와 솜이>의 더빙에 참가하기도 했다. 당시 송중기는 “학교에서 친구들과 라디오 더빙 연기를 해봐서 녹음실 안에서 목소리 연기를 하는 것 자체가 어색하진 않았다”고 밝혔다. 그의 대학생활이 여러모로 연예계 생활의 밑거름이 된 셈이다.
# 눈에 띄지 않는 2인자 오빠
깨끗하고 매끈한 얼굴을 가진 송중기는 데뷔 때부터 주목받으며 ‘기대주’로 불렸다. 하지만 기대감은 그가 넘어야 할 또 다른 장벽이었다. 기대치를 충족시키지 못하면 그에게 더 큰 배역이 주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한동안 숭중기는 ‘병풍’이었다. 조각 같은 선배 배우들의 틈바구니에서 ‘괜찮은 신인’으로 긴 시간을 보내야 했기 때문이다. 데뷔작인 <쌍화점>에서 조인성과 주진모의 틈바구니에서 그가 부각될 틈새는 보이지 않았다. ‘꽃미남 호위부대’로 불리는 건룡위 중에서도 임주환· 여욱환보다 후순위였다.
이듬해 촬영한 옴니버스 영화 <오감도>에서는 5가지 이야기 중 한 챕터의 출연 배우로 살짝 얼굴을 비치는 정도였다. 중학교 때까지 쇼트트랙 선수로 활동했다는 프리미엄을 안고 시작한 스케이트 드라마 <트리플>에서는 이정재-윤계상-이선균으로 이어지는 막강 라인업에 눌렸고, 이후 출연한 <이태원 살인사건>과 <크리스마스에 눈이 올까요>에서도 각각 주목을 받은 건 장근석과 고수였다. 송중기보다 한발 앞서 스타의 반열에 오른 이들을 제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 겸손함을 벗은 오빠
▲ 드라마 <착한 남자> 포스터 |
당시 송중기는 함께 출연한 박유천·유아인·박민영 등과 일명 ‘잘금 4인방’이라 불렸다. 사극판 <꽃보다 남자>라 할 수 있는 <성균관 스캔들> 이후 이들 배우는 브라운관과 스크린을 넘나들며 대한민국 연예계를 호령하고 있다.
순서상으로는 박유천이 가장 빠르게 치고 올라갔고, 유아인이 영화 <완득이>를 통해 또 한 번 도약했다. 이를 지켜보고 있던 송중기는 <성균관 스캔들>의 나쁜 남자 이미지를 벗고 착한 남자로 회귀하면서 어깨에 날개를 날았다.
중학생 시절 쇼트트랙 선수로 활동하며 국가대표를 꿈꿨으나 부상으로 꿈을 접은 송중기는 재수 끝에 성균관대학교에 합격하며 새로운 인생을 열었다. 대학 방송국에서 활동하며 아나운서와 PD를 꿈꾸던 그는 8개월 정도 연기학원을 다니다 운 좋게 지금의 소속사를 만났고 <쌍화점>으로 데뷔했다. 그리고 2년이 지난 뒤 <성균관 스캔들>을 만나 스타덤에 올랐다. 그에게 ‘성균관’이라는 존재가 남다른 이유다.
# 한복이 잘 어울리는 오빠
▲ <성균관스캔들> |
주위에서는 ‘왜 다시 아역을 하느냐’고 말렸다. 물론 그 배경에는 <뿌리깊은 나무>가 송중기의 소속사가 제작하는 드라마라는 이유도 있었다. 하지만 송중기는 배우로서 충분히 보여줄 거리가 있는 작품이라 판단했고 발군의 연기로 주위의 우려를 불식시켰다.
올해 초 개봉된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에서도 송중기의 존재감은 빛을 발한다. 그는 아역 배우 천보근이 연기한 인물 정군의 성장한 모습인 정약용으로 분해 약 5초 정도 얼굴을 비친다. 그는 능청스러운 표정 연기로 감초 역할을 톡톡히 했다. 이 영화는 500만 명에 육박하는 관객을 모았다. <늑대소년>의 관객과 합치면 송중기는 올해 1000만 명이 넘는 관객을 동원한 흥행 배우로 우뚝 선 셈이다.
# 갖고 싶은 애완남 오빠
‘갖고 싶다, 송중기.’ <늑대소년>을 본 여성 관객들의 마음이다. 사실 <늑대소년>은 여성을 위한 영화다. 가르치는 대로 절대 충성하지만 위험에 처할 때면 엄청난 힘을 발휘해 여성을 보호하는 남자, 게다가 뛰어난 외모까지 갖춘 이 남자가, 다름아닌 요즘 대세라 불리는 송중기다. <늑대소년>을 보면 여성들이 도무지 안 좋아할 수 없다는 느낌이 들 정도다.
소위 말하는 여성들의 판타지 ‘애완남’의 조건을 모두 갖췄기 때문이다. 지난해 개봉됐으나 흥행에는 실패한 장근석 주연의 <너는 펫> 속 애완남은 사실 애완남의 탈을 쓴 남자일 뿐이다. 하지만 <늑대소년> 속 철수는 태생적으로 애완남의 조건을 모두 갖췄다. 게다가 이 애완남은 늙지 않는다. 반인반수의 존재로 변치 않는 젊음을 간직하고 47년 후에 할머니가 돼 돌아온 소녀에게 변치 않는 애정을 보여준다. 여전히 영원한 사랑을 믿는 여성관객들에게 <늑대소년>은 판타지의 끝이다.
사실 영화는 영화일 뿐이다. 실제 송중기는 늑대소년처럼 강철 같은 몸을 갖고 있지 않고 길들여지지도 않는다. 그리고 그는 나이를 먹는다. 하지만 이미 늑대소년, 아니 송중기에게 마음을 빼앗긴 여성들에게 이런 이야기는 귀에 들어오지 않을 것이다.
<트와일라잇> 시리즈를 보며 서양 뱀파이어에 열광하던 한국 여성관객들에게 마음 붙일 캐릭터를 선사했다는 점은 분명 송중기가 영화사에 남긴 큰 족적일 것이다.
▲ 왼쪽부터 드라마 <트리플>, <뿌리깊은 나무>와 영화 <늑대소년>. |
“신에게 고맙습니다. 난 지금 행복합니다” 15일 종방된 <착한 남자> 속 강마루(송중기)의 마지막 대사다. 이 한 마디로 <착한 남자>는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됐다. 강마루의 생사를 궁금해하며 가슴 졸이던 뭇 여성팬들의 얼었던 마음을 한 순간에 풀어버리는 마법 같은 한마디였다.
<착한 남자> 속 송중기는 큰 사람이었다. 사랑하는 여인을 위해 죄를 뒤집어쓰고 감옥행을 택할 정도로 우직했다. 그리고 한 여인을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바치는 그의 모습은 여성들이 꿈꾸던 로망, 그 자체였다.
<착한 남자> 속 강마루와 <늑대소년>의 철수는 맞닿아 있다. 다른 탈을 썼을 뿐 사랑하는 여성을 위해 모든 것을 바치는 지고지순이 공통적으로 깊이 배어 있다. 때문에 먼저 대중과 만난 <착한 남자>의 성공이 <늑대소년>의 흥행을 견인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중심에는 송중기가 있다. 타고난 외모와 이 외모를 극대화시킨 캐릭터, 그리고 또래 배우들을 압도하는 탄탄한 연기력이 2012년이 저물어가는 시점에서 그를 가장 뜨거운 배우로 만들었다. <착한 남자>의 마지막회를 보면서, <늑대소년>의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는 것을 보며 여성 팬들은 이렇게 외치고 있다.
“송중기에게 고맙습니다. 난 지금 행복합니다”
안진용 스포츠한국 기자
차태현의 회사로? 치솟은 몸값이 변수
‘송중기를 잡아라’ 요즘 연예계에 내려진 특명이다.
송중기는 내년 1월 5년간 몸담고 있던 싸이더스HQ와 전속 계약이 만료된다. 현 소속사는 “무조건 잡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지만 송중기가 이미 떠나는 것으로 마음을 먹었다는 것이 연예계의 중론이다.
현재 가장 유리한 고지를 선점한 주인공은 역시 싸이더스HQ를 나온 차태현이 지난 3월에 설립한 블러썸엔터테인먼트다. 송중기는 차태현의 권유로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에 특별출연했을 정도로 끈끈한 우정을 나누고 있다. 지난 7월에 열린 송중기의 팬미팅장에 깜짝 등장하기도 했던 차태현은 송중기가 평소 좋아하는 선배다. 이 회사의 대표 역시 싸이더스HQ에 오랜 기간 몸담으며 신인 시절부터 송중기를 지켜봐 왔기 때문에 송중기의 차기 둥지는 블러썸엔터테인먼트가 될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하지만 변수는 항상 존재하는 법이다. 불과 6개월 사이 송중기의 몸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았기 때문이다. 계약 만료를 앞둔 송중기로서는 최적의 시기에 최고의 몸값을 기록하고 있는 셈이다. 때문에 거액의 계약금을 제시하는 제3의 연예기획사가 등장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용]
▲ 송중기는 ‘런닝맨’의 초창기 멤버이지만 프로그램이 정상궤도에 오르기 전에 하차했다. 왼쪽부터 송중기, 이광수, 송지효. |
요즘 가장 뜨는 예능프로그램은 단연 SBS <일요일이 좋다>의 코너 ‘런닝맨’이다. 영화 개봉을 앞둔 배우들이 통과의례처럼 참여하고 메이저리거인 추신수와 류현진이 동반 출연할 정도로 인기가 높다.
이쯤 되면 배가 아플 만한 사람이 있을 법하다. 다름 아닌 송중기다. 그는 2010년 ‘런닝맨’ 론칭 당시 함께했던 초창기 멤버다. 하지만 시청률이 부진하던 초기에 하차해 그가 ‘런닝맨’에 출연했다는 사실조차 기억하지 못하는 이들이 많다.
항간에서는 송중기가 연기에 전념하기 위해 ‘런닝맨’ 하차를 결정했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송중기가 자신이 몸담은 소속사가 제작하는 <뿌리깊은 나무> 촬영을 준비하기 위해 불가피하게 하차를 선택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소문은 절반만 맞다. 당시 송중기는 <뿌리깊은 나무>가 아닌 다른 영화에 캐스팅돼 해외 로케이션을 준비하고 있었다. 하지만 영화가 크랭크인 되기 전 제작이 무산되면서 송중기는 ‘런닝맨’ 하차에 대해 설명할 기회조차 갖지 못했다.
그렇지만 ‘런닝맨’은 송중기에게 좋은 선물을 줬다. 다름 아닌 이광수 때문이다. 동갑내기인 두 사람은 ‘런닝맨’에서 처음 만나 급속도로 친해졌고 그 인연이 이어져 <착한 남자>에서도 호흡을 맞췄다. 요즘은 <쌍화점>에 함께 출연했던 조인성과 함께 세 사람이 술잔을 기울인다는 후문이다.
송중기는 “팬들이 ‘런닝맨’ 하차 때문에 많이 서운해 하셨다. 그래도 ‘런닝맨’ 멤버들과 지금도 연락도 자주 하고 있다. 광수도 제일 친한 친구가 되었고, 둘이 같이 드라마에 나오니까 형들이 뿌듯해 해서 기쁘다”고 소감을 전하기도 했다. [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