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DC 임대사업 우세하지만 ‘클라우드’ 부문 열세…KT-MS 협력으로 사업경쟁력 저하 우려도
#‘IDC’ 경쟁력 눈에 띄는데…
KT클라우드의 실적이 분사 후 가파른 성장 곡선을 그리고 있다. 2022년 4월 KT로부터 독립한 KT클라우드는 지난해 전년 대비 57% 성장한 6783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올해 1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8%가량 증가한 1752억 원으로 집계됐다. ‘국내 클라우드 기업 빅3’로 꼽히는 네이버의 1분기 클라우드 부문 매출은 1170억 원, NHN클라우드는 951억 원을 각각 기록했다.
KT클라우드는 특히 인터넷데이터센터(IDC) 임대 사업자로서 막강한 입지를 자랑한다. KT가 보유한 전국 13개 데이터센터 중 7개 이상이 수도권(강남·남구로·목동1·목동2·분당·여의도·용산)에 몰려 있다. IT업계 한 관계자는 “예컨대 여의도 금융권 회사들의 경우, 보안 이슈 때문에 퍼블릭 망을 쓸 수가 없고 물리적으로 전용 회선을 다 깔아야 한다. 데이터센터가 가까울수록 매설 비용 등을 아낄 수 있기 때문에 위치가 바로 경쟁력”이라며 “IDC는 부동산 사업이기 때문에 KT가 국내에서 가장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IT업계 다른 관계자는 “다른 회사들도 가산디지털단지 등 IT업체가 몰려있는 곳에 IDC를 세우고 싶어하지만 서울 쪽은 더 이상 허가가 떨어지기 어려워서 KT의 경쟁력이 높을 수밖에 없다”며 “보통은 계약기간을 길게 가져가면서 고객을 잡아두려 하기 마련인데 KT클라우드의 경우 1년 약정으로 정해놓고 계속 요금을 인상해서 받는다. 실적을 올리기 용이한 구조”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KT클라우드가 IDC 임대사업자로서가 아닌 클라우드 분야에서는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KT클라우드는 클라우드와 IDC 사업을 따로 구분한 매출을 공개하지 않고 있으나 클라우드 사업자로서는 점유율이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발표한 '2023년 부가통신사업 실태조사 결과' 조사에 따르면 국내 민간 기업 클라우드 서비스 제공사 이용 비중은 AWS(60%), MS 애저(24%), 네이버 클라우드(21%), 구글(20%), KT(8%) 순이다.
기술력 면에서 네이버나 NHN클라우드보다도 뒤처진다는 평가도 안팎으로 나오고 있다. 특히 전세계 어디에서나 쓸 수 있는 클라우드의 특성상 해외 업체들과 경쟁을 해야 한다. 아마존의 AWS나 마이크로소프트(MS)의 MS 애저의 경우 이미 규모의 경제를 달성해 전세계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서비스가 공급되고 있으며 속도나 보안 면에서도 훨씬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김용희 동국대 영상대학원 교수는 “클라우드는 인공지능(AI) 등 온라인 서비스를 위한 핵심 인프라로 향후 반도체나 석유처럼 국가 경쟁력을 좌우할 산업이기 때문에 지금 단계에서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으면 영원히 밀리게 된다”며 “현재 AI를 통해 수익화할 수 있는 모델을 만들어내지 못해 제대로 투자가 어렵다. 이런 식이면 KT의 IDC 부동산 입지가 아무리 좋아도 결국 창고형 IDC 수준을 벗어나기 어려워 고객들에게 외면받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MS와의 협력이 불러올 파장은?
클라우드 사업은 외부 클라우드를 재판매하는 MSP와 자체 클라우드 인프라를 판매하는 CSP로 나뉜다. KT는 자회사인 KT DS를 통해 MSP 사업을, KT클라우드를 통해 CSP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데 해외업체들과의 경쟁이 심화하면서 최근 CSP 쪽에서 힘을 빼고 MSP에 힘을 싣는 추세다. KT는 지난 6월 MS와 협력을 발표하며 향후 5년간 1억 2000만 달러(약 1600억 원)를 지불하고 내부 시스템 전환을 비롯해 공공·금융·교육 등 외부 사업 확장에 MS 클라우드 서비스인 MS 애저를 사용하겠다고 밝혔다.
KT가 올해 국내 AI 반도체 팹리스 스타트업인 파두의 지분을 대규모로 처분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은 흐름인 것으로 풀이된다. KT는 지난 2021년 AI 인프라 신사업을 본격화하고 소프트웨어 기반 클라우드와 자체 개발한 AI반도체(NPU) 칩을 선보이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그러나 자체적인 기술력만으로 글로벌 AI 시장에서 승부를 보기 어렵다는 판단을 내린 후 글로벌 빅테크와 협력하는 전략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이를 두고 KT가 시장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내린 결정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클라우드 업계 한 관계자는 “자체 기술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해외 사업자들과 연계해 기술협력을 통해 일정 수준의 경쟁력을 우선 확보하려는 전략으로 본다. IDC의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는 시간이 생각보다 굉장히 짧기 때문에 지금 시점에 필요한 판단일 수 있다”라고 말했다.
문제는 MS와의 협력이 자회사인 KT클라우드의 사업경쟁력을 저해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클라우드 업계 다른 관계자는 “KT는 KT 클라우드를 파는 게 주력인데 KT가 MS 애저를 들여오게 되면 명실상부 KT 클라우드가 1위를 차지하던 공공클라우드 시장을 내줘야 할 수도 있다”라고 지적했다.
민간 클라우드 서비스를 국가·공공기관에 제공하기 위해선 클라우드 보안인증(CSAP)을 필수적으로 받아야 하는데 아직까지 해외 기업에는 제일 낮은 등급도 부과된 적이 없다.
김명주 서울여대 정보보호학과 교수는 “정부가 최근 망 분리를 없애고 클라우드 서비스 보안인증제를 손보면서 최하 등급을 신설해 서비스 제공 조건을 완화했다. 해외 기업에 대한 진입장벽을 낮춘 셈인데 KT가 MS와 손잡을 경우 MS가 문제없이 시장에 진입할 수 있는 것으로 파악이 된다”라며 “보통 작은 기업이 큰 기업이랑 협력하게 되면 사업이 확장이 되기보다는 경쟁력이 없는 부분들을 털어낼 가능성이 크다. KT클라우드 입장에서는 ‘카니발라이제이션(자기잠식)’을 우려하지 않을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KT 내부 사정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협력 사업을 KT DS에서 한다는 건지 KT클라우드에서 한다는 건지도 아직 정리가 안 됐고 명확한 부분이 없어 직원들이 불안해하고 있다. 예전에 KT DS로 클라우드 사업 부문을 넘겼다가 다시 KT 본사로 넘겼다가 분사까지 시켰는데 갑자기 MSP를 키운다고 하니까 KT클라우드 입장에서는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KT 관계자는 “MS와는 계속 협의하고 있고 자세한 내용은 조만간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정민 기자 hurrymin@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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