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진스 일본 성과 폄하 추가 폭로+민희진 상대 ‘전관 변호사’ 선임 맞대응까지
앞서 뉴진스 멤버들은 지난 11일 유튜브 채널 'nwjns'를 개설하고 긴급 라이브 방송을 통해 지난 4월 하이브-민희진 사태 발발부터 현재까지 하이브는 물론, 하이브 인사들로 채워진 어도어 새 경영진으로부터 전혀 보호받지 못하고 있는 상태라는 점을 폭로했다. 특히 경영진들간의 분쟁에 미성년자 멤버들의 데뷔 전 영상과 개인 정보 등 사적 기록이 언론에 유출되는 등 아티스트에 대한 기본 보호 조치조차 없었다는 데에 멤버들 역시 경악했다고도 밝혔다.
이런 가운데 뉴진스 최후통첩의 디 데이인 25일 아침에는 뉴진스 포함 산하 레이블 소속 아티스트의 공통된 홍보를 맡고 있는 하이브 홍보팀이 뉴진스의 해외 성과를 폄하했다는 추가 폭로가 나왔다. 이날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한 장형우 서울신문 산업부 기자는 뉴진스의 도쿄돔 팬미팅 기사를 쓴 뒤 하이브 홍보실장이 기사 수정을 요청하면서 뉴진스의 성과를 깎아내리고, 멤버들이 민희진 전 대표에게 가스라이팅을 당해 민 전 대표의 어도어 '경영권 찬탈' 시도가 가능했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고 주장했다. 또 하이브 측에서 서울신문 산업부장에게 이른바 '언론사 길들이기'로 여겨지는 접대 골프를 하려 했다고도 폭로했다.
기자가 공개한 녹취에 따르면 하이브 홍보실장은 기사에 적힌 "일본 현지에서 (뉴진스 앨범) 102만 장이 팔렸다"는 문구가 사실과 다르다고 짚으며 "일본에서는 판매가 그렇게 많이 안됐다. 민희진 대표와의 분쟁을 떠나서 뉴진스는 우리 아티스트이기 때문에 잘되는 걸 홍보해야 하는 건 맞지만 팩트는 바로 잡아야 된다. 일본에서 많이 팔린 게 아니고 생각보다 좀 못했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기자는 "직업 특성상 PR담당자를 수도 없이 만났는데 어떤 회사 홍보 담당자가 자회사 아티스트를 두고 잘 못 나간다, 생각보다 못한다고 언론사 기자에게 이야기를 하나" 라며 당시에도 의아했다고 짚었다.
장 기자는 "그렇게 얘기하면서도 '그래도 잘 됐다'고 하는 게 당연히 PR 담당자가 할 말인데 일본에서 그만큼 팔린 거 아니다, 생각보다 잘 안 되고 있다고 이야기 한 것 자체가 이건 좀 이상하다(싶었다)"라며 "정상적인 홍보팀이라면 당연히 유통 방식의 특이점을 설명한 뒤 102만 장 판매 기록이 의미있는 기록이라고 얘기해야 그래도 밸류업에 도움이 되고 하이브의 주식 시장(주가)에도 도움이 될 텐데 좀 의아했던 대목"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지분이 20% 정도에 불과한 민희진 전 대표의 '어도어 경영권 찬탈'이라는 주장이 상식적으로 이해되지 않는다는 기자의 질문에는 뉴진스 멤버들을 폄하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고도 주장했다. 녹취에 따르면 하이브 홍보실장은 "여기 이 바닥에선 이게 되는구나, 아티스트(뉴진스)만 정신적으로 '가스라이팅'이 되면, 내부자(민희진)가 흑화돼서 회사를 이렇게 탈취하는 시도가 가능하고 심지어 가처분에서도 이길 수도 있구나"라며 사실상 민 전 대표에게 멤버들이 '가스라이팅'을 당해 그의 편이 되면서 이 같은 경영권 탈취 시도가 가능했다는 취지로 답했다.
이와 함께 기자에게 "날 잡아서 빨리 우리도 보자, 빨리 포섭해 놔야지 힘들다"는 발언을 하고, 해당 기자가 속한 부서의 부장에게 골프 접대를 제안했다가 거절당한 사실도 폭로됐다.
하필 '디 데이'에 이 같은 추가 폭로가 나오자 하이브 측 역시 즉각적인 대응에 나섰다. 하이브는 공식입장을 통해 "해당 기자는 7월 17일 뉴진스의 일본 공연을 언급하며 공연 성공으로 '현지에서만 앨범이 102만 장이 팔렸다'고 썼다. 그러나 당시 기준 일본 현지에서 5만장 가량 판매됐고 90만 장 이상이 국내에서 판매됐다. 기업 PR 담당자로서 잘못된 정보를 그대로 둘 수 없어 수정을 요청한 것"이라며 "만일 기사에 언급된 대로 일본 현지에서만 102만 장이 팔렸다면 글로벌 시장에선 수천만 장이 판매된 것으로 추측될 수 있다. 잘못된 정보를 그대로 두면 시장과 투자자들에게 큰 혼선을 줄 수 있어 정정 요청을 진행했다. 기업 PR 담당자로서 뉴진스 성과를 부정적으로 말할 이유가 전혀 없다"고 반박했다.
멤버들에 대한 '가스라이팅' 발언에 대해서는 "기자가 '(민희진 전 대표의) 지분이 20%도 안 되는데 어떻게 경영권 찬탈이 가능하냐'고 질문했고, 엔터 업계에서는 제작자와 아티스트가 세게 바인딩이 되면 지분율에 상관없이 시도할 수 있다는 답변 과정에서 나온 표현이었다"고 주장했다. 다만 이를 '가스라이팅'에 빗대면서 실제 멤버들이 주관없이 민 전 대표에 의해 사실상 '세뇌' 당한 것처럼 표현한 것이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이어졌던 데엔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기자 회유를 위한 '접대 골프'도 녹취된 통화가 이뤄지기 훨씬 이전인 지난 5월에 잡혔으나 이후 하이브-민희진 사태가 심화된 민감한 시기에 진행하는 것이 적절치 않다는 판단으로 취소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이브는 그러면서 이번 폭로에 대해 "해당 기자는 PR 담당자와 업무상 통화한 내용을 녹음하고 분쟁 상대방 측에 유출해 당사에서는 지난 7월 매체 측에 내용증명을 보내 항의한 바 있다. 그런데도 방송에 나와 제보라는 이름으로 기자로서 본인이 홍보담당자와 통화한 내용을 상대방 동의 없이 공개했다"며 "불편부당함을 지켜야할 기자로서 심각한 업무윤리 위반이 아닐 수 없다. 이에 대해 엄중히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행법상 자신이 포함된 통화 내용을 녹취하는 것은 합법이며, 통화 당사자의 동의 하에 제3자인 언론을 통해 해당 녹취 내용이 공개되는 것 역시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이번 녹취 공개 역시 당사자인 기자가 직접 나서 이뤄진 것인 만큼 하이브 측의 동의가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니다. 이에 하이브 측 역시 법적인 대응 보단 '업무윤리'를 지적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반대로 하이브 역시 이번 어도어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업무윤리'에 어긋나는 행태를 보여왔다는 점 역시 꾸준히 지적돼 왔다. 회사 내부에서만 공개됐어야 할 감사보고서 외부 유출에도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는가 하면, 민 전 대표의 재임 시절 발생한 어도어 사내 괴롭힘·성희롱 사건과 관련한 정보 유출에 대해서도 유포자 색출 등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뉴진스 멤버들의 데뷔 전 연습생(미성년자) 시절 영상이나 사적인 정보, 기록 등이 언론에 유출된 데에 멤버들과 이들의 부모가 모두 항의했지만 이에 대해서도 하이브가 강경한 유출 방지 대책에 나선 바는 없다.
멤버들의 하이브에 대한 '신뢰도 하락'의 시작이 사실상 이런 문제에서부터 시작된 것에 비춘다면, 이번 추가 폭로가 이날 뉴진스의 '최후통첩' 결과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이런 가운데 같은 날 하이브가 민 전 대표와의 소송 2차전을 앞둔 상태에서 대법원 수석·선임재판연구관과 법원행정처 사법지원실장을 지낸 홍승면(60·사법연수원 18기) 변호사를 추가 선임한 사실이 알려지며 사실상 하이브가 '민희진 전 대표의 복귀'를 원하는 뉴진스 멤버들의 완전히 거부한 것이 아니냐는 데 의견이 모이고 있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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