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여성 가수 최초 상암 월드컵경기장서 단독 무대…10만 관객을 ‘백일잔치’ 하객처럼 모셔
이날 아이유는 ‘홀씨’로 포문을 열었다. 지금은 한국을 대표하는 아티스트로 거듭났지만, 10대 시절 자기 몸보다 큰 기타를 메고 가요계 막 발을 디딘 아이유는 한낱 홀씨였다. 그런 아이유가 싹을 틔우고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었다. 그는 “홀씨 같은 마음으로 홀가분하게 오랫동안 생존하는 가수가 되는 게 목표”라면서 “몇 백 번 더 공연을 해야 가수 인생이 끝날지 모르겠지만, 힘닿는 데까지 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이번 공연의 콘셉트는 ‘승리’(더 위닝)이었다. 그리고 그 승리의 원동력은 ‘사랑’이었다. 그가 상반기 발표한 ‘러브 윈스 올’(Love Wins All)과 맞닿은 메시지다. 혼자만의 승리가 아니다. 홀씨였던 아이유의 승리, 그리고 그런 아이유를 지지해준 모든 팬들의 승리였다. 본 공연의 마지막 노래로 이 곡을 택한 아이유는 “이번 앨범과 이번 투어의 가장 큰 주제를 담당하고 있는 곡”이라면서 “이 곡을 부를 때쯤 되면 목이 최상의 컨디션은 아니지만 이 노래를 녹음할 때도 아팠다. 그래서 살짝 쉰 목소리로 부르는 게 더 이입이 되더라. 관객 한 분 한 분께 가사의 메시지가 전달됐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한 자 한 자 공들여 부르는 노래”라고 설명했다.
아이유는 그의 마지막 공연을 찾아준 이들을 위한 신곡도 준비했다. 공교롭게도 제목은 ‘바이 서머’(Bye Summer)였다. 여름을 떠나보내는 시점에 딱 어울리는 노래다. 아울러 여름을 관통하며 월드투어를 이어온 아이유가 가수 인생의 또 하나의 소중한 챕터를 닫는 순간이다. 그는 다시 큰 기타를 메고 신곡을 들려주며 “이번 투어를 하면서 인생에서 가장 긴 여름을 보낸 것 같다. 전 정말 여름을 싫어하는 사람인데, 이번 여름이 너무 좋았다”면서 “상암에서 공연하면서 이렇게 타이밍 맞춰서 여름이 떠나갈 줄 몰랐다. 낮에는 좀 더웠지만 그래도 맑은 저녁 하늘도 보실 수 있었으니까, 퉁쳐요∼”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이날 아이유는 하늘을 한껏 활용했다. 히트곡 ‘셀러브리티’(Celebrity)를 부를 때는 플라잉 기구에 매달린 채 꽃가마를 타고 높이 비상했다. 1000대의 드론이 하늘에 수놓은 쇼는 장관이었다. ‘라스트 판타지’(Last Fantasy)라는 곡에 맞게 환상적인 가을밤이 펼쳐졌다.
이어진 ‘너랑 나’ 무대 때는 불꽃놀이가 이어졌다. 하지만 불꽃보다 더욱 빛난 것은 아이유의 고음이었다. ‘좋은 날’의 3단 고음은 없었지만, 따라 부르기 힘들기로 소문난 ‘너랑 나’를 시원스럽게 소화하는 아이유의 명불허전 고음이 하늘을 찔렀다. 10만 관객은 이 노래에 맞춰 ‘아이유 참 좋다’라는 추임새를 넣으며 화답했다.
아이유는 “‘너랑 나’의 전주는 참 신기하다. ‘빠밤’이 나오는 순간, 10대 때가 생각나면서, 오래오래 세트리스트의 피날레 부분에 넣는 이유가 있는 곡”이라며 “오늘 ‘아이유 참 좋다’는 진짜진짜 역대급이었다. 어찌 보면 당연한 것일 수도 있지만, 제 역대 공연 중에 가장 많은 관객들이 오셔서 그런 것 같다”고 감사함을 전했다.
이런 팬들에게 보답하는 차원에서 아이유는 다양한 ‘역조공’도 준비했다. 10만 개의 방석을 준비해 나눠줬고, 망원경도 하나씩 쥐어줬다. “우선 잊기 전에 하는 이야기”라고 운을 뗀 아이유는 “여러분께서 앉아 계신 방석, 다 여러분 것이니까 잊지 마시고 가져가시기 바라고, 오늘은 또 하나 새로운 선물이 있다. 멀리서 오신 분들이 저를 조금이라도 더 가까이 보시라고 준비한 망원경이니까 두 개 다 유용하게 쓰시길 바라겠다”고 당부했다.
앙코르 무대에서는 또 하나의 의미 있는 장면이 연출됐다. 뉴진스 혜인(10대), 조원선(50대), 패티김(80대) 등 다양한 세대가 참여한 그의 노래 ‘쉬(Shh)…’가 앙코르 첫 곡이었다. 아이유가 일일이 연락해 초상권 사용을 허락 받았다는 선후배 가수 패티김, 조원선, 혜인을 비롯해 현미, 윤복희, 인순이, 이소라, 장필순, 양희은, 이은미 등의 모습이 화면을 가득 메웠다. 그리고 그사이에 아이유의 사진도 포함됐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여성 가수의 일원이 되길 바라는 그의 마음이 느껴지는 대목이었다.
아이유는 월드투어 마지막 공연을 ‘백일잔치’에 빗댔다. 2012년 6월 2일 경희대 평화의 전당에서 연 첫 단독 콘서트를 진행한 뒤 12년 만에 100번째 무대를 꾸미며 10만 관객을 ‘하객’으로 모신 것에 대한 자축이었다.
“오늘은 제 가수 인생에서 단독 콘서트 100회째 공연되는 날이에요. 너무 거짓말 같은데 거짓말 아니고요. 우리 엄마도 안 세어주는 걸, 팬들이 세어주셨어요. 100번 째 공연, 백일잔치 같은 거예요. 여기 계신 분들이 제 멱살 잡아 여기까지 왔죠. 다시 한 번 와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안진용 문화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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